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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19)



요서성 조양을 관통하는 대릉하.



강설(江雪)  


[唐] 유종원(柳宗元) / 김영문 選譯評 


즈믄 산에 나는 새

끊어지고


만 갈래 길 사람 자취

사라졌다


외로운 배 도롱이 입고

삿갓 쓴 늙은이


혼자서 차가운 강

눈을 낚는다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孤舟簑笠翁, 獨釣寒江雪.


이 한 수 시만으로도 유종원은 시인으로 불림에 부족함이 없다. 동서고금 시 작품 중에 대자연 속 인간의 절대고독을 이처럼 절실하게 노래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운율에서 그러하다. 이 시는 언뜻 오언절구처럼 보이지만 오언고시로 불러야 정확하다. 오언고시 중에서도 그 형식이 매우 독특하다. 이 작품은 짝수 구 끝에 측성으로 운을 달았을 뿐더러 첫째 구에까지 운을 달았다.(절구는 대개 평성으로 운을 단다) 이는 칠언시의 압운 법칙에 따른 것이므로 훨씬 강화된 라임 스타일이라 할 만하다. 게다가 그 압운도 측성 중에서 입성을 운용하고 있다. ‘絶(절)’, ‘滅(멸)’, ‘雪(설)’이 바로 입성에 속한다. 이 운자들이 지금 우리 발음으로는 ‘ㄹ’ 받침이지만 중국 고대음에서는 ‘t’ 받침에 속한다. 현대 베이징어에는 입성이 사라졌으므로 대략 ‘t’ 받침을 붙여서 표기해보면 ‘juet(쥍)’, ‘miet(몥)’, ‘xuet(쉩)’으로 발음된다. 이는 그야말로 “촉급하게 끝닫는 소리”다. 이 시의 압운이 얼마나 인간의 격절감을 강화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운자가 드러내는 의미 즉 “나는 새 끊어지고(絶)”, “사람 자취 사라져서(滅)”, “강 위에 눈만 내리는(雪)” 풍경은 말 그대로 ‘절멸(絶滅)’의 경지에 다름 아니다. 그런 차가운 강에서 낚시하는 늙은이가 과연 고기를 잡는 것일까? 혼자 차가운 강에서 눈을 낚는다고 보는 것이 맞으리라. 도롱이와 삿갓 위에는 여전히 끝도 없이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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