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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현대-기아차와 한국 문화산업의 미래

by 초야잠필 202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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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미국에 정착해서 사는 사람들 보다는 필자처럼 가끔 일 때문에 미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더 예민하게 느낄 수도 있는데-. 

현대-기아차의 눈부신 성장이 그것이다. 

사실 북미 자동차 시장은 파고 들기 쉽지 않다. 이 나라 고유의 딜러 시스템이라는 것도 그렇고, 

자동차의 브랜드 가치나 질적 수준이 왠만한 정도가 되지 못해서는 버티지를 못한다는 말이다. 

흔히 현대-기아차에 대한 국내 평을 보노라면 북미시장에는 지금도 무슨 덤핑이나 치는 싸구려 차로 생각들을 하는데, 

한국차 수준은 실제로 북미시장에서 그런 수준은 예전에 뛰어 넘었다. 

몇년마다 한번씩 갈 때마다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데

최근에 현지에 살고 있는 동료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대-기아의 SUV 평판이 상당히 높아 일본차가 북미시장에서 누리는 반열에 들어가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보는 모양이다. 

실제로 북미시장에서 한국차의 팔리는 가격을 보면,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그런데 북미시장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현지의 평을 보면, 예외 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최근의 SUV들은 북미시장의 현지인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디자인으로 차가 뽑혀 나온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를 보노라면 한국문화시장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한국문화가 일본, 중국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먹히는 최고의 이유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것 때문이 아니라, 

한국문화상품이 가지고 있는 그 철저한 무국적성에 있다. 

그런데 유심히 보노라면 이러한 무국적성은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현재 전 세계를 지배하는 문화상품들은 다 바닥이 그런 무국적성을 깔고 있다. 

얼마전 개봉한 '인어공주'가 무슨 정치적 correctness 같은 논리 때문에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면 순진한 것이다. 

무엇보다 디즈니라는 회사 자체가 그렇게 순진한 회사도 아니고, 
이 회사는 필자가 보는 한에서는 뼛속까지 이익의 창출로 무장한,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가장 자본주의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볼 때는 인어공주라는 스토리 원형에서 인어공주가 백인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팔리기만 한다면 인어공주는 흑인이 아니라 가재가 주인공이 되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문화산업을 보면, 

여기서 방점은 "한국"에 찍히면 안된다. 

여기서 "한국"이란 현대-기아차가 한국에서 기원한 차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현대-기아차를 가장 한국적이기 때문에 사겠는가? 

편하고 적당한 가격 때문에 사는 것이다. 

문화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문화산업"은 지금과 같은 무국적성을 앞으로도 견지해야 하며, 

전세계의 모든 문화와 문명 스토리를 다 가져와서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제 세계는 "스토리"의 시대인 것인지, 가장 한국적이냐 아니냐... 

이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현대기아차를 사실 가장 우습게 보는 사람들은 한국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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