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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19

톨스토이 《부활》, 그 첫 문장 번역을 논한다 기자가 쓰는 기사도 그렇지만, 작가 또한 제목과 첫 줄과 마지막 줄에 목숨을 건다. 외국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도 이 세 가지는 더 유념해야 하는 이유다. 거기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골자를 압축하는 까닭이다. 두어 번 지적했지만, 아예 작품 제목이 패착을 빚은 대표 케이스로 어네스트 헤밍웨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냐》가 있으니, 16세기 영문학에서 형이상학 시 돌풍을 주도한 존 던 John Dunne의 설교에서 따온 저 제목 영어 원제는 《For Whom the Bell Tolls》라, 저 옮김이 꼭 오역이라 할 순 없지만 그냥 종이 아니라 이 경우는 조종弔鐘이라 했어야 한다. 그 벨은 사람이 죽어 추념할 때 울리는 종인 까닭이다. to toll이라는 동사가 그런 뜻이다. 저리 옮겨 놓으면 학.. 2022. 12. 4.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vs. 《Extraordinary Attorney Woo》 vs. 《非常律師禹英禑》 맨 뒤 비상율사 우영우는 나는 몰랐는데, 외우 이정우 선생이 중국에 저런 제목으로 소개됐단다. 글자 그대로는 비상非常한 재능을 갖춘 율사律師, 곧 변호사인 우영우禹英禑라는 뜻이다. 원전이 한국어이며 한국에서 한국어로 방영되는 이 드라마 제목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인데, 저 셋을 비교하면, 이제 반환점을 돈 16부작 이 드라마가 말하는 '이상한'은 조금 이상하며, 그보다는 영어 Extraordinary 혹은 비상非常 이라는 표현이 훨씬 본래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맥락에 가깝다고 나는 본다. 작가가 일부러 의식했겠지만, 이상한 이라는 말은 다분히 중의적이다. 이상異常이란 평범 혹은 상식과는 다르다는 뜻이니, 이 경우 부정의 의미와 긍정의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다만 한국어에서 이상이라는 말은 전자에 .. 2022. 7. 27.
《퇴고필지推稿必知》, 한문고전의 번역 지침서 고전번역지원협력사업 고전번역지원협력사업 support.itkc.or.kr 아무리 문리가 뛰어나도 한문을 번역할 때 갖은 실수를 하게 된다. 특히 용어나 관직 체계, 지명, 전거에서 엉뚱한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만든 《퇴고필지推稿必知》라는 책이 참조가 된다. 이 책을 기획한 정영미 선생과 증보판까지 낸 이후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이루지 못했다. 참고로 제목은 내가 지었다. 2022. 7. 24.
세계를 겨냥하는 시장, 한국어 제목 따로 영어 제목 따로 Love and Leashes 액면 그대로 옮기면 사랑과 사슬(들) 정도가 된다. leash는 끈 혹은 줄을 의미하며, 보통은 가죽으로 만들었지만 요새야 재료가 꼭 가죽에 국한하겠는가? 이에서 사슬 혹은 차꼬라는 의미로 파생한다. 저 제목이 주고자 하는 의미야 빤하다. 아름다운 구속? 정도라고나 할까? 사랑인가 집착인가? 뭐 이런 뜻도 되겠고. 얼마전 넷플릭스가 공개한 한국 드라마다. 서주현과 이준영이 주연하는 순 한국어 드라마다. 한국어 드라마니 그에 걸맞는 한국어 제목도 있을 터. 뜻밖에도 원래 한국어 제목은 모럴센스. 영어 moral sense를 그대로 한국어로 표기한 것인데, 놀랍게도 그 영어 제목은 이와는 전연 상관없이 Love and Leashes다. All of us are dead 제목이 .. 2022. 2. 17.
번역 안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번역할 글이 없어서다! 한국 역사문화가 외국에 잘 알려지지 못한 까닭은 우리의 연구가 영어로 번역되지 못해서라는 말이 다른 어떤 곳보다 이 분야 직업적 종사자 사이에서 버젓이 나오며, 또 그런 말이 실로 그럴 듯이 통용한다. 묻는다. 너희 논문 중에 외국 번역되어 쪽 안팔릴 놈 누구야? 있으면 나와봐. (2014. 3. 13) *** 번역이 안 되어서 외국에서 한국사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번역할 만한 글이 없어서다. 한국학의 세계화는 번역의 문제라는 말은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은 있지만, 번역해서 부끄럽지 않을 논문이 있느냐가 더 큰 문제 아니겠는가? 2021. 3. 13.
번역의 고통, 음악 용어의 경우 번역을 할 때 누구나 소심해지는 부분이 있는데, 나는 음악에 관한 부분이 나오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쩔쩔맨다. 금성옥진(金聲玉振)이라는 상투적인 말도 '쇠북'이라는 게 뭔지 막막하다. 번역을 할 때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독자에게 바른 의미를 전달할 수 없다. 그나마 금성옥진에 대한 설명으로는 비교적 많이 이해한 부분이다. 《주자어류》 권58 〈맹자 8〉에 선생이 우연히 율려에 대해 언급하였다. 주희: 관(管)에는 길고 짧음이 있다면 소리에는 맑고 탁함이 있다. 황종은 가장 길어서 소리가 가장 탁하고, 응종은 가장 짧으니 소리가 가장 맑다. 시거: 황종은 본래 궁음이지만 《주례》에서 천신(天神) 인귀(人鬼) 지시(地示)에게 제사지낼 때는 그 음악을 혹은 황종으로 궁을 삼거나 혹 임종으로 궁을 삼..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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