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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17

서리 같이 선 왜가리 한시, 계절의 노래(163) 흰 왜가리(白鷺鶿)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흰 왜가리 가을 물로내려앉는데 외롭게 나는 모습서리와 같네 마음도 여유롭게떠나지 않고 모래톱 가에우뚝 서 있네 白鷺下秋水, 孤飛如墜霜. 心閑且未去, 獨立沙洲傍. 가을 물 가에 우뚝 서 있는 왜가리를 보고 이백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너무나 깨끗하고 고고하다. 이백의 생애를 훑어보면 기실 이런 모습과 꽤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백은 불우한 현실에 맞서 파격적이고 광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울분을 표현했다. 그의 울분과 표리를 이루는 일부 시에는 잔잔하면서도 고독한 영혼이 숨어 있다. 여유, 한적, 고독, 비애가 짙게 스며 있는 그의 일부 시는 낭만, 호방, 열정, 환희를 내뿜는 그의 다수 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독립’이란.. 2018. 9. 3.
가을 서리처럼 내려앉은 백발 한시, 계절의 노래(154) 열일곱수 추포가(秋浦歌十七首) 중 열다섯째 [唐]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하얀 머리카락삼천 장(丈)인데 시름 따라 이처럼길어졌구나 모를레라 거울 속에비친 저 모습 어디서 가을 서리얻어왔을까 白髮三千丈, 緣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통 큰 시름이라고 해야 할까? 이백은 백발을 시로 읊으면서도 특유의 과장법을 사용한다. 백발이 삼천 장(丈)이라니... 말이 되는가? 이백은 「여산폭포를 바라보며(望廬山瀑布)」에서 “휘날리는 물살이 삼천 척 내려 꽂히니(飛流直下三千尺)”라고 읊었다. 여산폭포 물줄기도 겨우 삼천 척(尺)에 불과한데 백발은 그 열 배에 달하는 삼천 장(丈)이라 했다. 어떻게 이처럼 길게 자랄 수 있을까? 다음 구절에서 묘사한 것처럼 그건 시름 때문이다. 한(漢.. 2018. 8. 25.
이백이 두보에게 한시, 계절의 노래(144) 장난삼아 두보에게 주다(戱贈杜甫)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반과산 꼭대기에서두보를 만나는데 머리에는 삿갓 쓰고태양은 중천이네 지난 번 이별 후로너무 말랐네 그려 이전부터 시 짓느라고심했기 때문이오. 飯顆山頭逢杜甫, 頂戴笠子日卓午. 借問別來太瘦生, 總爲從前作詩苦. 중국 시사(詩史)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이백과 두보다. 중국문학사에서 이백은 시선(詩仙), 두보는 시성(詩聖)으로 일컬어진다. 특히 송나라 이후로 이·두(李·杜) 우열을 두고 수많은 논란이 벌어졌고, 그 논란은 지금까지도 지속 중이다. 어쩌면 시작과 끝, 안과 밖이 없는 뫼비우스 띠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성당 시대에 두 사람 관계는 어땠을까? 언뜻 보기에 시풍이 다른 만큼 서로 적대적인 라이벌이었을 듯 싶지만 실.. 2018. 8. 16.
아침엔 흐드러진 꽃이 저녁이면... 이태백의 고풍古風이라는 제하의 시 일부다. 天津三月時 천진교에 삼월이 오니 千門桃與李 집마다 복사오얏 만발하네朝爲斷腸花 아침엔 애 끊는 꽃이었다가 暮逐東流水 저녁엔 동쪽으로 흐르는 물 따라가네 前水複後水 앞선 물 뒤따르는 물이 밀어내듯古今相續流 옛날과 지금은 이어 흐르네新人非舊人 새로운 사람 옛 사람과 다르나 年年橋上遊 해마다 다리에선 노니며 즐기네 태백은 쉬운 말을 참으로 쉽게 구사하는 재주가 특출나거니와, 그의 시는 대부분 실은 철리哲理의 특징을 지닌다. 이 고풍 역시 그러해서, 어거지 연상 기법을 통해 어거지 삶의 지혜 혹은 도덕을 설파하는 후대 성리학 계통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2018. 5. 21.
장간행長干行 : 이태백 파토스 문학의 백미 나는 이태백李太白이야말로 가장 걸출한 파토스pathos의 시인으로 본다. 아래 소개하는 장간행長干行 역시 그의 이런 면모를 잘 보여준다. 장간행長干行 태백太白 이백李白 妾髮初覆額(첩발초복액) 제 머리 처음 이마 덮을 적에 折花門前劇(절화문전극) 꽃 꺾어 문 앞서 놀았지요郎騎竹馬來(낭기죽마래) 님께선 죽마 타고 와서는繞牀弄靑梅(요상농청매) 뱅뱅 침상돌며 매실로 장난쳤지요同居長干里(동거장간리) 같이 장간리에 살며 兩小無嫌猜(양소무혐시) 두 꼬만 스스럼없이 지내다十四爲君婦(십사위군부) 열넷에 당신 아내 되어서는羞顔未嘗開(수안미상개) 부끄러워 얼굴조차 들 수 없었죠低頭向暗壁(저두향암벽) 고개 숙여 어둔 벽만 바라보다千喚不一回(천환불일회) 천 번을 불러도 한 번도 돌아보지 못했지요十五始展眉(십오시전미) 열다섯에 .. 2018.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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