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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봄날 그대를 보내며[春晦送客] 


 당(唐) 최로(崔櫓) / 김영문 고르고 옮김 


들판에서 어지러이 술잔 권하며

그대를 보내며 봄도 보낸다

내년에 봄빛이 되돌아올 때

돌아오지 않는 사람 되지 말기를


野酌亂無巡 

送君兼送春 

明年春色至 

莫作未歸人


태식 평) 들판이라 옮긴 '野'는 당시 세태를 감안할 적에 '교외'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진짜 잔디밭에서 벤또 까먹으며 한 잔 했다기 보다는, 교외 어떤 술집이나 객관에서 송별연했다는 뜻이다. 


친구가 떠날 무렵이 마침 늦봄이다. 그 봄과 함께 친구도 떠난다. 한데 이 친구가 사지(死地)로 가는지, 내년 봄이 올 때 살아서 만나자 한다. 살아서 만나자...무미건조한 이 말을 작자는 에둘러 내년 봄엔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지 말라 한다. 莫은 금지명령을 의미하는 조동사라, 하지 말라는 뜻이거니와, 명령문이다. 다시 말해 어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내년에 죽은 사람이 되지 말라는 의미를 온축한다. 


혹 회복이 어려운 중병을 앓아 어딘가 공기가 좋은 곳으로 요양하러 떠나는지도 모르겠고, 전쟁터로 출전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문맥으로 보면 어서 돌아오란 뜻이다. 이런저런 망상을 일깨우니 절창 중의 절창이다. 

  1. 연건동거사 2018.04.28 08:03 신고

    春晦送客.. 저물어가는 봄에 손님을 보내며.. 가 아닐지요?

  2. 보미 2018.04.28 17:13 신고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3. 이사부 2018.04.28 18:11 신고

    君이라 했으니 브로맨스 구먼요.


중국 송나라 유행가 작 류영(柳永)은 '우림령(雨霖鈴)' 곡조인 《한선처절(寒蟬淒切)》로 시작하는 작품에서 "친구는 가다가 새벽 어디 쯤에서 술이 깰까?"라고 노래했습니다. 헤어짐이 아쉬워 끝없는 음주로 전송하다가, 친구가 드디어 저녁 출발하는 배로 떠나게 됩니다. "이렇게 마시고 출발하니, 내일 새벽 저 친구 술 깰 때 쯤이면 어디쯤 가고 있을까?"라는 뜻이 담긴 말이 주성하처(酒醒何處)다. 


우림령(雨霖鈴) ≪한선처절(寒蟬淒切)≫ 


  류영(柳永)


초가을 매미가 슬프게도 운다

객사에 저녁이 찾아오고

소나기는 막 그쳤네 

포장마차에서 끝없이 마시며 출발 않고 미적대니

빨리 출발하자 사공이 재촉하네 

두 손 잡고 마주보니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말없이 흐느끼기만 하네 

이렇게 떠나면

안개 낀 천리 물길을 따라

머나먼 강남 땅으로 어둑어둑 사라지리

예나 지금이나 이별은 마음 아프기 마련

게다가 초목 시들어 떨어지는 가을엔 더하다네

친구는 가다가 새벽 어디 쯤에서 술이 깰까?

버드나무 늘어진 강 언덕에서

새벽 바람 불고 달이 거의 사라질 무렵이리라

이렇게 떠나 내년 되면

좋은 시절 좋은 경치 헛되이 다가오리라

설령 좋은 시절 좋은 경치 온다 한들 누구와 즐길까?


寒蟬淒切, 對長亭晩, 驟雨初歇. 都車帳飮無緖, 留戀處、蘭舟催發. 執手相看淚眼, 竟無語凝噎. 念去去、千里煙波, 暮靄沈沈楚天闊. 多情自古傷離別. 更那堪、冷落淸秋節. 今宵酒醒何處, 楊柳岸、 曉風殘月. 此去經年, 應是良辰、好景虛設. 便縱有、千種風情, 更與何人說.


<주성하처 : 홍승직 作>


주당 홍승직 옹 페이스북 포스팅을 OEM식으로 재가공했다.  


  1. 연건동거사 2018.04.23 14:56 신고

    오 장서인인가요.

    하지만 도장 글귀로 봐서 용도가...

    술병 봉인용일듯.

  2. 한량 taeshik.kim 2018.04.23 19:29 신고

    술병이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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