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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귀차니즘 때문이었다고 해 두자. 뭐 사람 그리 복닥이는데 피곤하게시리 왜 가느냐 해서였다고 해 두자. 그런 귀차니즘과 피고니즘을 한 번쯤은 던져버릴 수도 있지 아니한가. 돌이켜 보니, 내가 뭐 그리 내 신념에 투철했던 것도 아니요, 그보단 수시로 변신 변심했더랬다. 그래 세상에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조폭답사반원 한 분이 그제 생일이었단 소식을 접하고는 주말인 어제 번개를 쳤다. 태풍 여파로 전날부터 쌔리붓던 비가 오후 되니 일순 사라지는가 싶더니 가을 창공을 선사했다. 그래 하늘도 나를 돕는다 생각하고는, 번개쳐서 모인 반원 몇 명과 종로통 일대를 어슬렁이며 깔깔 웃다 밤이 이득해져 막 남영동에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서쪽 하늘이 쿵쿵 거린다.


그래 그랬지. 오늘밤 여의도에선 불꽃놀이가 있다고 말이다. 딱 1초 고민하다 문 앞에서 냅다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강대교 노들섬으로 갈 심산이었으니, 그쪽에서 여의도가 한 눈에 조망하는 까닭이다. 더불어 이쪽으로 그쪽으로 가는 버스는 지천이요, 몇 정거장 되지도 않으니, 10분이면 족하리라. 
이상타. 꼭 보겠단 결심은 없었으되, 막상 가겠다 나서니, 늦었을라나?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인다. 그래 내 맘은 갈대보다 더 하지 않은가? 

가다 보니 용산역부터 차가 범벅이라 볼짝없이 불꽃놀이 여파다. 다행히 버스는 중앙차로를 따라 유유히 한강대로로 진입한다. 저짝 너며 여의도는 폭탄 테러가 한창이다. 


이미 한강대로 여의도 방면 도로는 인산인해라 이 사람들 그리 할 일이 없는지 돗자리 깔고 자릴 잡았으니 사진 몇 장 건질 여유공간 하나 찾기 힘들었다. 
왜 가느냐 묻거든 나도 이젠 늙어서라고 하고 싶다. 귀차니즘 피고니즘도 이젠 조금은 벗어던지고 나도 남들 좋다는 건 한둘씩 따라해보기로 했다. 뭔가 좋으니 다들 저리 비스킷 한 조각 발견한 바퀴벌레떼마냥 몰려나오지 않겠는가?


폰카에다 근자 장만한 캐논 M50 똑딱이로 연신 셔터 눌러대곤 폰으로 동영상 하나 촬영하는데 조금전보다 폭죽이 더 동시다발로 터진다. 소나무가 죽기 전엔 솔방울을 비오듯 쏟듯이 아마 마지막인가 보다. 여기저기서 웅성인다. 끝났나 보다 하는 장탄식이 터져나온다.

진짜 끝났나 보다. 여의도 밤하늘로 폭죽이 남긴 연기가 자욱하니 피어오르는데 대보름 달집 태운 그 연기만 같아, 순간 가슴 한 켠이 아린다. 그냥 추억 때문이라고만 해둔다.


발길 돌려 퇴거하는 인파에 떠밀려 육지로 후퇴하다 강변 휘황찬란 아파트 불꽃에 눈이 꽂힌다. 혹자는 저들을 서울의 괴물이라 하지만 그 괴물이 실은 연중 한밤이면 저런 장관을 연출한다. 여의도 폭죽이야 간헐이나 저들은 언제나 밤이면 반딧불로 전화한다. 


뚜벅뚜벅 노들섬에서 남영동까지 걸으며 물었다. 왜 갔느냐? 회한 때문이었노라 말해둔다. 이렇게 하루가 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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