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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절정을 보름쯤 앞둔 이맘쯤 나는 근 몇년 연속으로 남산공원을 같은 목적으로 탄다. 이곳 화살나무 단풍이 서울성곽과 어울려 오묘한 풍광을 빚곤 한다는 그 기억이 하도 강렬하기 때문이라, 나 혼자 그것을 즐기기엔 아깝다 해서 더러 그것을 공유하고픈 사람을 동행하기도 했더랬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동네 길목에 보니 해바라기 여물어 꽃잎 잃어버리곤 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듯 푹 고개 수그렸다.


공원에 들어선다. 뭐 이 천만 도시 도심 공원이 아무리 좋다 해도,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할 수는 없을 터, 그럼에도 인간계에선 이만한 곳 찾기가 쉽진 않다고는 해두자. 


작년부턴가 이 공원 느낌이 확 달라졌는데, 내가 그리 좋아하는 화살나무는 꽤 많이 뽑아버렸음에 틀림없다. 나는 불타는 가을이 좋다. 내가 열이 많아선지 혹은 꼭 이맘쯤이면 그것을 대변하는 듯한 일을 모름지기 하필 치루기 때문에 더 그런지는 모르겠더라. 아무튼 해마다 이 무렵이면, 그런 일이 꼭 나한텐 하나씩은 생기더랬다. 부디 이번만은 그냥 나 역시 가을 탄다는 말 정도로만 넘어갔으면 한다. 


확실히 화살나무 비중이 줄었다. 그 허전함 싸리꽃으로 대체하고자 하나 역부족이다. 저 주렁주렁 자주색 알알이 송근 저 나무는 언제나 이름을 들었다 하면, 바로 까먹어 이젠 미안함도 없다. 내가 이러니 너도 그러려니 했으면 한다. 


오르는 길에 김유신 동상을 본다. 김경승 작품인데 난 이 사람 조각에서 언제나 근육에의 숭배를 본다. 뭐 내가 갖추지 못한 결단이 드러나기에 부럽기 짝이 없어서라 말해둔다. 남들이야 우째 보건 나한텐 베르리니를 능가하는 조각가다.


올라 화살나무를 찾는다. 나 대신 터져버린 그 붉음을 찾는다. 성벽 따라 한땐 화살나무 그득그득했더랬다. 까까머리 만드니 저 모양이다. 부디 화살나무 좀 더 심어다오. 


화살아 넌 터지기라도 하지 난 속에선 난 천불로 죽을 것만 같다.


이러구로 답답해 하는데 먼저 터진 홍단풍이 지는 해 역광에 붉음을 탐한다.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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