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역사문화 이모저모1745

비를 오게 하려면 龍을 열라 패야 요샌 용이라면 날개도 있고 아가리에선 핵분열하듯 불을 뿜는 이미지를 생각하겠지만, 이는 서양놈 드래곤dragon이라 동양, 개중에서도 동북아시아 전통시대 용은 물과 비구름을 관장하는 선신善神이요 영물靈物이다. 그리하여 가뭄이 들어 비를 불러오고자 할 때는 용을 불렀으니, 기우제(祈雨祭)에서 그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한데 이런 기우제에서 용을 대접하는 방식이 조금은 독특해 추리자면 열라 패기였다. 토룡土龍이 있다. 흙으로 만든 용이라는 뜻이다. 상상의 동물인 용이 존재할 수도 없으니, 토룡을 만들어서는 주로 동네애들을 시켜 그 토룡을 동네 사방으로 질질 끌고다니게 하면서 용을 열라리 패게 했다. 그러면 하늘이 용을 불쌍히 여겨 비를 내린다 했다. 이런 기우제 의식은 이미 전한시대 초기 인물 저명한 춘추공.. 2018. 7. 18.
남편을 죽인 마누라, 엄지발가락을 밟은 후직의 어머니 후직(后稷)을 시조로 삼은 주(周) 왕조 창업을 노래한 《시詩·대아大雅》 〈생민生民〉과 〈비궁閟宮〉은 주인공이 주 왕조를 개창한 시조 후직이 아니라 그 엄마 강원姜嫄이다. 이 점을 후대 모든 사가(史家)는 혼동했다. 후직을 노래한 것으로 착각, 혹은 무게 중심을 후직으로 보았으니, 이는 패착이다. 내가 늘 지적하듯이, 위대한 시조의 탄생담(이를 우리는 흔히 건국시조, 혹은 시조신화라 한다)에는 늘 같은 구도가 있어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없애 버린다.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죽여 버리고 그 자리에 하늘[天]을 늘 갖다 놓는다. 이렇게 해서 위대한 왕조를 창업한 시조는 천자(天子), 곧 하늘의 아들[天之子]라는 도식이 만들어진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예수다. 예수한테도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없어, 그 .. 2018. 7. 17.
불감(佛龕)에서 등잔 터널로 - 무령왕릉의 경우 1971년 공주 송산리 고분군에서 기적적으로 무령왕릉이 발견되고, 그 현실(玄室) 내부에서는 네 벽면에 모두 5군대 등잔을 안치한 구멍이 발견됐다. 그 무령왕릉 바로 코앞에 식민지시대에 도굴 상태로 발견된 송산리 6호분이라는 무덤이 있다. 이 무덤 역시 무령왕릉과 일란성 쌍둥이를 방불해 벽돌로 무덤 주체시설을 쌓은 소위 전축분(磚築墳)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 구조 역시 그랬다. 하지만 6호분은 내부가 몽땅 도굴당한 상태라 그에서 건진 정보는 얼마되지 않았다. 이 6호분에도 무령왕릉과 같은 등잔을 안치한 구멍이 현실 네 벽면에 있다. 숫자는 무령왕릉보다 2개가 많은 7개였다. 도굴 피해를 보지 않은 무령왕릉이 발견됨으로써, 6호분 그 구멍도 비로소 기능을 둘러싼 베일을 벗었다. 한데 무령왕릉이 발견되기.. 2018. 7. 6.
개국(開國)과 건복(建福), 진흥왕과 진평왕의 나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을 보면, 삼국 각왕이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을 발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으니, 이는 생일(生日)의 탄생과 밀접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누구나 기념하는 생일이 삼국시대 당시에는 의미가 없거나, 거의 없었으니, 개인 일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해 어느 날에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어느 해 어느 달 며칠에 죽었느냐가 더욱 중요했으니, 이는 바로 기일(忌日) 때문이었다. 생일을 기념하지 않았으되, 제삿날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무령왕릉 묘권(墓卷)을 봐도, 무령왕이 죽을 때 62세였다는 사실만 적기했을 뿐, 정확히 몇월 며칠 몇시에 태어났는지는 알 수가 없다. 반면, 죽은 시점은 정확히 기록했으니, 이 역시 기제사 때문이었다. 사정이 이러했으니, 중국사.. 2018. 6. 13.
Dragon을 품은 龍, 번역이 창조한 혼성의 문화 번역이 어떠한 새로운 문화현상을 창조하는지를 나는 언제나 龍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곤 했다. 그러면서 나는 작금 한국 사회에서 통용하는 龍에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 관념이 중첩했음을 지적하곤 했으니, 1. 동아시아 古來의 龍 - 風雨를 불러오는 일종의 神格2. 인도문화권의 naga - 天神의 일종. 불교에서는 불법수호신3. 서양의 dragon - 火魔. 영화 'Dragon heart' 혹은 Beowulf 참조 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편의상 龍이라는 이름으로 번역한 다른 문화권 개념이 침투했는지도 모르나, 그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바가 없으므로, 나아가 우리가 논하는 龍으로 가장 중대한 세 가지 층위가 저들로 보니, 저들을 중심으로 기간 생각하고 이곳저곳에다가 쓴 글들을 다시금 정리하고자 한다. 작금 한국.. 2018. 6. 13.
시경詩經이 배태한 신라 초대 상대등上大等 철부哲夫 신라사에 상대등(上大等)이 등장하는 시점은 법흥왕 18년(531)이니, 이해 《삼국사기》 신라 법흥왕본기에 이르기를 "여름 4월에 이찬 철부(哲夫)를 상대등(上大等)으로 삼아 나라 일을 총괄케 했다. 상대등이라는 관직은 이때 처음 생겼으니, 지금의 재상(宰相)과 같다[夏四月 拜伊飡哲夫爲上大等 摠知國事 上大等官 始於此 如今之宰相]"라 한 대목이 그것이다. 신라사에서 관직과 관위는 쉽사리 구분이 힘든 대목이 있어, 상대등 역시 마찬가지라, 이에서 《삼국사기》 찬자는 상대등을 '官'이라 하면서, 그 직능을 《삼국사기》 편찬 당시의 고려시대 '재상(宰相)'에 견주고 있음을 본다. 상대등 임명 직전 그 주인공 철부는 관위가 1등 이찬(伊飡)이었으니, 이로써 보면 철부는 1등에서 특등으로 진급한 셈이다. 이런 일이.. 2018. 6. 1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