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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83

알알이 황금인 벼 한시, 계절의 노래(167) 벼가 익다 세 수(禾熟三首) 중 둘째 송 공평중 / 김영문 選譯評 풍년 기상이사람 마음 위로하니 참새 짹짹 소리도아름답게 들리네 산해진미 먹는 아이이 느낌 어찌 알리 시골집 곡식 알알모두가 황금임을 豐年氣象慰人心, 鳥雀啾嘲亦好音. 玉食兒郞豈知此, 田家粒粒是黃金.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을 읊조리는 시절이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100여년 만에 가장 무더웠다는 올 여름도 지나가고 들판에는 벼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번진다. 가을장마도 끝났으므로 이제는 마지막 따가운 가을 햇볕이 .. 2018. 9. 8.
말복, 얼음 받아 돌아가는 날 한시, 계절의 노래(146) 말복(末伏) 송 유반(劉攽) / 김영문 選譯評 대화성이 점점 더서쪽하늘로 다가가면 가을 기운 새롭게하늘 문에서 내려오네 해마다 장안은여전히 무더워서 근신들은 서로 이어얼음 받아 돌아오네 火流漸近桑榆上, 秋氣新從閶闔來. 每歲長安猶暑熱, 內官相屬賜冰回. 말복은 입추가 지난 후 첫 번째 경일(庚日)이다. 앞선 초복은 하지 후 세 번째 경일, 중복은 네 번째 경일이다. 경일(庚日)이란 옛날에 육십갑자를 날짜에 배당할 때 첫째 글자가 경(庚)에 해당하는 날이다. 올해(2018) 입추는 음력 6월 26일 신미일(辛未日)이므로 그 다음 첫 번째 경일은 음력 7월 6일 경진일(庚辰日)이다. 바로 오늘이다. 왜 경일을 복날로 정했을까? 경(庚)은 음양오행으로 금(金)에 해당한다. 금(金)은 .. 2018. 8. 23.
귀뚜라미랑 보내는 밤 한시, 계절의 노래(139) 귀뚜라미(蛩) 당 이중(李中) / 김영문 選譯評 잔디 뜰에 달빛 차가워밤은 이미 이슥한데 온갖 벌레 소리 밖에서맑은 소리 들려오네 시흥(詩興) 일어 고심에 차잠도 오지 않는지라 부끄럽지만 계단 앞에서너를 짝해 읊어보네 月冷莎庭夜已深, 百蟲聲外有淸音. 詩情正苦無眠處, 愧爾階前相伴吟. 김광균은 「추일서정(秋日抒情)」에서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이 없어”라고 읊었고, 박두진은 「숲」에서 “찬바람에 우수수수 누렁 나뭇잎들이 떨어지며,/ 달밤에, 귀뚜라미며 풀벌레들이 울곤 하면,/ 숲은 쓸쓸하여, 숲은, 한숨을 짓곤 짓곤 하였다”라고 읊었다. 이뿐 아니라 가을과 풀벌레를 연결하여 묘사한 문학작품은 너무나 많다. 우리의 의식 속에도 가을의.. 2018. 8. 11.
가을문턱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137) 입추(立秋) 송 방저(方翥) / 김영문 選譯評 별빛이 달빛처럼넓은 하늘 비추는데 시름 겨운 잠이 깨니밤은 자정 향해 가네 남은 더위가 침상을괴롭혀도 무방하리 창너머 우는 나뭇잎서풍에 흔들리니 星光如月映長空, 驚起愁眠夜向中. 殘暑不妨欺枕簟, 隔窗鳴葉是西風. 입추는 24절기 중 13번째에 자리하므로 양의 계절이 음의 계절로 바뀌는 첫 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아직 처서(處暑)까지는 늙은 더위(老炎)의 끝이 돗자리를 뜨겁게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완연한 가을 기운을 풍긴다. 하늘은 점차 맑아져 한밤중 별들은 달빛처럼 찬란하게 우주만물을 비추고 창밖에는 어느덧 요란한 가을벌레 소리가 시름 많은 인간의 심사를 어지럽힌다. 서풍(西風)은 가을바람을 가리킨다. 금풍(金風)이라고도.. 2018. 8. 8.
천흥사지 오층석탑 절터는 계절에 따라, 그리고 같은 계절 같은 날짜라 해도 새벽이나 아침이냐 오후냐 저녁이냐에 따라, 나아가 기상에 따라 빗속이냐 눈발이 날리느냐 혹 미세먼지에 날리느냐에 따라 오만가지 색상으로 갈아입는 팔색조, 아니 만색조萬色鳥라.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천안 천흥사지(天興寺址)라는 절터는 내가 2013년 10월 21일, 가을이 숨을 헐떡이며 이제 겨울을 맞이할 무렵 오전에 찾았으니, 내장한 촬영시점을 보니 오전 7시54분이라, 아마도 이슬이 채 마르기 전이리라. 이제 풀과 나무는 눈에 띄게 누른 빛을 띠기 시작하니, 깻잎 역시 숨을 죽이지 않고도 저려 담가도 그대로 좋을 듯한 색깔을 발산한다. 들녂엔 봄처럼 화려하지는 않으나, 은은함을 풍기는 들꽃이 그런 대로 듬성듬성 피어올라, 갖은 상념을 자아낼 때이.. 2018.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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