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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3

눈을 낚는 삿갓 쓴 늙은이 한시, 계절의 노래(219) 강설(江雪) [唐] 유종원(柳宗元) / 김영문 選譯評 즈믄 산에 나는 새끊어지고 만 갈래 길 사람 자취사라졌다 외로운 배 도롱이 입고삿갓 쓴 늙은이 혼자서 차가운 강눈을 낚는다 千山鳥飛絶, 萬徑人踪滅. 孤舟簑笠翁, 獨釣寒江雪. 이 한 수 시만으로도 유종원은 시인으로 불림에 부족함이 없다. 동서고금 시 작품 중에 대자연 속 인간의 절대고독을 이처럼 절실하게 노래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운율에서 그러하다. 이 시는 언뜻 오언절구처럼 보이지만 오언고시로 불러야 정확하다. 오언고시 중에서도 그 형식이 매우 독특하다. 이 작품은 짝수 구 끝에 측성으로 운을 달았을 뿐더러 첫째 구에까지 운을 달았다.(절구는 대개 평성으로 운을 단다) 이는 칠언시의 압운 법칙에 따른 것이므로 훨.. 2018. 12. 5.
내가 이 세상에서 무얼 하랴? 한시, 계절의 노래(218) 진주 말 위에서 짓다[眞州馬上作] [宋] 왕안석(王安石) / 김영문 選譯評 주린 말 따라서한낮에 길 가는데 모래 바람 눈에 들어봉사 될 듯 괴로워라 마음이 피로하여몸 또한 지쳐감에 이 신세 가련하다세상에서 뭔 일하랴? 身隨饑馬日中行, 眼入風沙困欲盲. 心氣已勞形亦弊, 自憐於世欲何營. 왕안석은 송나라 신종(神宗) 때 대 개혁가다. 중국 현대 유명한 정치가 장제스(蔣介石)는 역대 탄복할 만한 정치가로 진한(秦漢) 이전에는 주공(周公)을 꼽았고, 진한 이후로는 오직 왕안석을 들었다. 왕안석은 안일과 부패에 젖어 쇠락해가던 북송을 개혁하기 위해 실로 경천동지할 만한 신법(新法)을 시행했다. 애초에 신종(神宗)은 유능한 지방관이었던 왕안석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개혁의 전권을 맡겼다. 하지.. 2018. 11. 30.
맹호연을 표절한 이숭인의 첫눈 첫눈[新雪] [高麗] 이숭인(李崇仁·1347~1392) 아득한 세밑 하늘 첫눈 산천 두루 덮었네새들은 산속 나무둥지 잃고 스님은 바위에서 샘물 찾네주린 까마귀 들녘서 끼욱끼욱 언 버드나무 시냇가에 누웠네어느 곳이 인가인지 먼 숲에서 흰연기 오르네 蒼茫歲暮天, 新雪遍山川. 鳥失山中木, 儈尋石上泉. 飢烏啼野外, 凍柳臥溪邊. 何處人家在, 遠林生白煙. 이숭인 문집인 《도은집陶隱集》 권 제2에 수록됐다. 어느 해인가 내린 첫눈이 폭설이었던 듯, 하지만 이것이 실경은 아니라고 나는 본다. 마치 그림 보고 썼거나, 탁상에서 안출한 인상이 짙다. 이 시와 아주 흡사한 전대 시편이 있으니 중국 당대 시인 맹호연(孟浩然)의 '서울로 가는 도중 눈을 만나[赴京途中遇雪]'라는 제하 작품이거니와, 다음과 같다. 迢遞秦京道,蒼茫.. 2018. 11. 28.
말린 물고기가 물속 뛰어노는 다른 물고기에게 말린 고기가 강을 건너가며 우는데후회해도 소용없으니 이미 늦었네 편지 써서 방어랑 연어한테 부치니부디 출입에 조심하고 경계하시게 枯魚過河泣,何時悔復及。作書與魴鱮,相教慎出入。 오언고시五言古詩 형태이며, 한대漢代 악부시樂府詩 중 하나로 우언시寓言詩다. 작자는 알 수 없고, 제작시점은 동한東漢시대로 본다. 《악부시집樂府詩集》에는 잡곡가사雜曲歌辭로 분류했다. 제목이 없지만 이런 경우 흔히 하는 수법대로 그 첫 구절 '枯魚過河泣'을 따다가 그대로 후세에 제목을 삼는다. 발상은 실로 간단해서 어부한테 잡혀서 건어물 신세가 된 물고기가 살아 물길을 맘대로 유영하는 다른 종류 물고기한테 편지를 부쳐 잡히지 않게 조심하라는 내용이다. 어쩐지 장자莊子 냄새도 짙게 난다. 해설과 번역은 서성 역주, 《양한시집兩漢詩集》, 보.. 2018. 11. 25.
봄처럼 따듯한 북풍한설北風寒雪 집에 계신 부모님께 부치는 편지[寄家書] [조선] 이안눌李安訥(1571~1637) 편지에다 살기 고달프다 쓰려다 백발 어버이 근심하실까 두렵네 북녘산에 내린 눈 천길이나 되나 올겨울 봄처럼 따뜻하다 아뢰네 欲作家書說苦辛, 恐敎愁殺白頭親. 陰山積雪深千丈, 却報今冬暖似春 애미 애비한테 살기 힘들다 징징거리는 자식이 때론 부럽기도 하더라. 그 징징거림을 떵떵거림으로 바꿔줄 힘이 부모한테 있을 때다. 이를 우리는 갑질이라 한다. 이하는 기호철 선생이 붙인 평을 정리한 것이다. 참고바란다. 그렇다면 이 시는 절절한 효성을 노래했는가? 이 시는 이안눌이 29살이던 1599년(선조 32)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함경북도 병마평사兵馬評事에 제수되었을 때 지은 시이니, 생부와 양부 모두 별세한 후이고 양모 구씨와 생모.. 2018. 11. 25.
술잔으로 분분히 날아드는 눈보라 한시, 계절의 노래(217) 눈을 감상하며(賞雪吟)[宋] 소옹(邵雍) / 김영문 選譯評 한 송이 두 송이분분히 눈 내리고 석 잔 다섯 잔훈훈히 술 취하네 이 순간 이 상황은말로 표현 못하나니 천지 기운 화합하여어울려 서리는 듯 一片兩片雪紛紛, 三杯五杯酒醺醺. 此時情狀不可論, 直疑天地才絪紜. 첫눈 오는 날 만나자던 약속을 기억하시는지? 계절은 본래 이처럼 무정하게 박두하는 법이다. 가을을 전송할 채비를 전혀 하지 못했는데 벌써 하늘에서는 흰 눈이 분분히 쏟아진다. 눈발로 가득 덮인 하늘과 땅은 경계를 허문다. 가히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천지도 희다(月白雪白天地白)”는 경지다. 가을은 그렇게 인사도 없이 떠나간다. 아직도 마지막 잎새는 저렇듯 붉게 빛나는데... 스산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시 한 잔 술보다.. 201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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