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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41

가혜 이방자의 글씨 가혜 이방자(1901-1989)의 생애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여기서 그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구구절절 이야기하기엔 필자가 아는 것이 부족하다. 굳이 말하자면, 요즘 표현으로 '경계인'이랄까(하기야 근대를 살았던 누군들 그렇지 않았겠는가마는). 60년대 영친왕과 함께 한국에 온 뒤 그-이방자 여사는 사회사업과 자선사업에 힘썼다. 당연히 여기엔 많은 돈이 들었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그는 칠보공예, 도자기, 서화에 손을 대 전시나 자선바자회를 통해서 팔았다. 그래서 이방자의 서화 작품은 적지 않게 남아있다. 그림은 주로 화조를 그렸는데 구룡산인 김용진(1878~1968)이나 월전 장우성(1912~2001) 화풍이 엿보인다. 깔끔하고 단아하며 격도 충분히 갖추었다. 작품을 많이 그린 것에 비하면 허투루 그린.. 2024. 5. 4.
남정 최정균(1924-2001)의 글씨 낙관인이 하나만 있는 걸 보면 단독 작품은 아니고 병풍 낱장이었지 싶은데, 그 스승 소전 손재형(1903~1981) 느낌이 적잖이 나는 걸 보면 만년 이전, 중년의 어느 시점에 쓴 게 아닐까. 내용은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시다. 바닷가에 가을 빛 짙어가는데 추위에 놀랐는지 기러기 떼 높네 근심어린 마음으로 뒤척이는 밤 초승달이 활과 칼을 비추네 *** editor's note *** 저 충무공 시는 내 세대는 수국추광모 운운하며 외웠다. 아마 교과서에 실리지 않았나 기억한다. 2024. 5. 1.
"규보형 세상이 왜 이래?" 어쩌다 쓰게 된 이규보 이야기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고려 최고의 술꾼이자 문인으로 꼽히는 백운거사 이규보(1168-1241)의 삶과 생각을 한 번 길어올려 보았습니다. 글솜씨와 술 실력은 누구도 인정치 않을 수 없었지만, 고고하게 살지는 못한 이규보입니다. 하지만 그랬기에 저는 그에게 더 끌렸다고나 할까요. 사람, 그 옛날을 산 사람 이야기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규보는 완전무결한 영웅이 아닙니다.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허당끼 넘치는 동네 아저씨입니다. 그러나 역사책 속엔 그런 이의 자리가 거의 없지요. 이규보도 이란 문집이 남지 않았던들 그저 글 잘하는 문인이란 인물평 한 줄로만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이규보의 글은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그와 그가 살던 시대를 고스란히 담아 오늘에 전해줍.. 2024. 4. 12.
소호 김응원(1855-1921)의 묵란 墨痕香沁影欹斜 먹 흔적에 향기 스미고 그림자 비껴있는데 紙上參差盡着花 종이 위에 길고 짧은 선 다 꽃을 피웠고나 흥선대원군의 청지기였다는 이야기가 전할 정도로 한미한 출신이었던 김응원, 그러나 그는 발군의 서화 실력으로 20세기 초 한국 예술계에 군림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난초에 뛰어났다. 출신 때문에 그의 그림도 흥선대원군의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 그가 남긴 작품을 보면 '석파란'과 다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 무진 애쓴 흔적이 보인다(그 노력이 성공적이었는지는 둘째치고). 이 묵란도 그런 김응원의 노력과 성취를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난초 잎에 리듬을 주어 길게 뽑아내는 모습은 아직 석파 태공의 태를 못벗었고 확실히 그보단 약간 미숙해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 가시덤불 속에서 .. 2024. 4. 4.
조선시대에는 책 겉표지를 별로 신경쓰지 않았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비단으로 감싸거나 따로 포갑包匣을 두는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능화판 무늬를 다르게 한다거나, 이름난 서가書家에게 부탁해 제첨題籤을 따로 써붙인다거나 해서 책의 겉모습을 서로 다르게 만들었다. 언뜻 보면 비슷비슷해보이지만, 집어들고 만져보면 엄연히 개성이 다르다. 고수들은 능화판 무늬를 보고 책의 연대나 수요처를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다. 근대로 접어들면 책 겉표지가 더 다채로워진다. 울긋불긋한 그림을 넣는가 하면 아예 화가가 장정을 맡아 표지와 내지, 북케이스를 디자인하기도 한다. 표지만 보고 아 이건 누가 장정한 책이구나, 어떤 내용의 책이겠구나 짐작하는 분들이 계시기도 하다. (사진은 국립제주박물관 소장 ) 2024. 4. 2.
안중근 의사 순국 114주년을 맞아 동양의 대세를 생각하니 어둑어둑 뜻있는 사내가 어찌 편히 잘 수 있으랴 화해의 판 이루지 못해 오히려 강개하거늘 정략을 고치지 않으니 참으로 불쌍하도다. 안중근 의사가 돌아가신 날. 114년 전 오늘.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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