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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42

안중근 의사 순국 114주년을 맞아 동양의 대세를 생각하니 어둑어둑 뜻있는 사내가 어찌 편히 잘 수 있으랴 화해의 판 이루지 못해 오히려 강개하거늘 정략을 고치지 않으니 참으로 불쌍하도다. 안중근 의사가 돌아가신 날. 114년 전 오늘. 2024. 3. 26.
메이지정부가 와카야마현에 내린 조선 표류민 대우 법령 조선은 바다를 즐기지 않았다. 바다 밖에서 온 것들은 물리치기 일쑤였고, 바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매우 두려워하였다. 사방이 바다인 제주의 경우, 거기서 나는 토산품은 꼬박꼬박 공물로 바치라 하면서 정작 거기 사는 사람이 배를 타고 나가는 일은 크게 경계하였다. 오죽하면 1629년(인조 5)부터 근 200년간 제주 사람은 육지에 올라오지 말라는 출륙금지령을 다 내렸을까. 그래서 탐라 시절엔 분명 대단했을 제주의 조선술은 퇴화를 거듭, 진상품을 나르고 조금 멀리 나가 고기잡는 데 쓰인 '덕판배'나 연안에서 고기 낚는 데 쓰는 '테우' 정도만 남았다. 고유섭 선생 표현처럼 '바다를 엔조이한' 장보고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고기잡.. 2024. 3. 20.
예의의 시대를 부르짖은 어윤적, 하지만 행적은... 정도로 풀이할 수 있을까? 일제강점기 명인 서화가 여럿 실린 기념첩 속에서 만난 글씨다. 그런데 글씨가 가냘픈 건 둘째치고, 오종종하고 끝마무리가 서툴다는 느낌이 강하다. 균형도 안맞고. 뭔가 잔뜩 주눅이 들었다고나 해야 할까. 그래서 누가 썼나 보니 어윤적魚允迪(1868-1935)이란 인물이다. 이 사람이 누군지는 다음 소개로 갈음한다. 1868년 8월 25일 출생했다. 본관은 함종(咸從), 자는 치덕(穉德), 호는 혜재(惠齋)이다. 참봉 어창우(魚昌愚)의 아들이다. 대한제국기에 외부 번역관, 용천부윤, 국문연구소 위원 등을 지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중추원 참의, 조선사편수회 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1935년 2월 3일 사망했다. 한학을 수학하다가 1894년 8월 탁지아문 주사로 관직생활을 시작했다. .. 2024. 3. 16.
금추錦秋 이남호李南浩(1908~2001)의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 시인의 창가에 맑게 공양하나이다[詩窓淸供] 금추錦秋 이남호李南浩(1908~2001)의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다. 그릇과 책, 청동거울, 괴석, 호리병 따위 옛 기물을 화면에 놓았는데, 되는 대로 던져둔 것 같으면서도 구도가 안정적이고 특히 청동거울의 무늬와 질감 묘사가 돋보인다. 한 번에 그은 획이 거의 없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못 호방함도 갖추었다. 금추는 국사 교과서에도 실리곤 했던 를 그린 작가다. 이당 김은호(1892~1979)에게 사사받았는데, 그와는 전혀 다른 필치를 구사했다. 중국 베이징대 중국화과를 졸업해서인지 거친 맛(소위 대륙적?)이 유달리 두드러지면서도 묘사력이 뛰어나다. 특히 '죽음헌주인竹音軒主人'으로 당호를 쓴 중년 작품이 좋다. 다양한 화목에 능했고 서예에도 일가견이 있.. 2024. 3. 13.
'스핑쓰'를 보며 심산 노수현을 생각하다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만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엉뚱하게도 심산心汕 노수현(盧壽鉉, 1899-1978) 화백이었다.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의 수제자였던 그는 한국화 근대 6대가로 꼽힐 만큼 대단한 산수화 실력을 자랑했고 거기 덧붙여 뛰어난 사회풍자만화가였다. 그는 젊은 시절 생계수단으로 신문 연재소설 삽화를 그렸는데, 한국 최초의 신문연재 4컷만화 도 그의 솜씨다. 상당히 긴 기간 연재했고 그만큼 소재도 다양해서, 최근에는 이를 소재로 일제강점기 생활문화사를 연구하는 논저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물론, 이 때문에 뒷날 에 오르게 되기도 하지만...). 각설하고, 순종황제가 승하하여 조선 전역이 비통해하던 1926년 4월 28일자 에 노수현의 만화가 실린다. 의 주인공들.. 2024. 3. 12.
정지상과 김부식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글씨 일제강점기에 편찬된 에 실린 남호南湖 정지상鄭知常(?~1135)과 뇌천雷川 김부식金富軾(1075~1151)의 글씨. 정지상의 것은 7언절구(거나 율시거나) 마지막 구절과 이름만 남았고, 김부식의 것은 그래도 두 구절은 남았다. 봄바람 부는 자줏빛 밭두렁에 가랑비 지나가더라 紫陌春風細雨過 지상 知常 버들이 어둑하니 뉘 집이 술집인고 柳暗誰家沽酒店 달 밝은 어드메에 낚싯배가 있는가 月明何處釣魚舟 김부식 金富軾 옛말에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데, 둘 다 행초서라 비슷하긴 해도 은근히 느낌이 다르기는 하다. 필적학 연구하시는 분들은 아마 여기서 둘의 성격 차이를 엿볼 수도 있겠다. 목판이 아니라 진짜 글씨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2024.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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