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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44

성난 원숭이 보고 격발해서 쓴 시[이규보] 《동국이상국전집》 제9권, 고율시(古律詩), '기 상서(奇尙書) 댁에서 성낸 원숭이를 보고 짓다' 원숭이가 무슨 성낼 일이 있다고 / 猿公有何嗔 사람처럼 서서 날 향해 울부짖네 / 人立向我嘷 아마도 너는 파협巴峽의 달빛 생각하여 / 爾思巴峽月 높직한 주문朱門에 얽매임 싫어하리 / 厭絆失門高 나도 푸른 산에 은거함을 생각하며 / 我戀碧山隱 부질없이 홍진紅塵의 시달림을 받노라 / 浪受紅塵勞 나와 너는 같은 병을 앓는데 / 我與爾同病 어찌하여 넌 사납게 부르짖느냐 / 胡爲厲聲咆 *** 국립중앙박물관 강민경 선생 글과 그림이다. 2020. 12. 14.
이처럼 깔끔한 제사, 이규보가 선돌에 올린 제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권40, 석도소제축釋道疏祭祝이란 부분에는 부처님이나 도가의 일월성신日月星辰 같은 존재에게 제사드릴 때 쓴 제문, 축문 등이 실렸다. 이란 글도 개중 하나다. 의주는 고구려의 '천정군泉井郡'이었다니 지금의 함경남도 문천, 원산 일대 어디께였던 모양이고, 입석이란 글자 그대로 '선돌'이 되겠다. 선사시대에 세운 선돌에 고려시대에도 제사를 지내셨던 모양인데, 그 제문을 보면 세상에 이처럼 깔끔한 제사가 또 있나 싶다. "신神이 의지할 곳은 이 우뚝한 돌이 서 있는 곳이며, 신信으로 받드는 제수는 저 길에 괸 빗물을 떠와서 장만하나이다. 바라건대 순수한 정성에 흠향하사 더욱 음덕의 도움을 주소서. [神所憑依。有斯石之特立。信可羞薦。酌彼潦以克禋。庶享純誠。益紆陰相。]" *** 이상은 국립박.. 2020. 12. 13.
불효자는 웁니다 "옛날 아버지께서 남쪽에 계시고 제가 서울에서 공부할 적엔 300리 길이 비록 멀다 해도 가기만 하면 뵐 수 있었는데, 지금 계시는 북녘 산기슭은 도성都城과의 거리가 몇 걸음 되지 않아 잠깐 사이에 갈 수는 있어도 간들 누구를 뵈오리까. 제 일생이 끝나도록 다시 뵈올 길이 없습니다. 말은 입에서 나오려 하나 목이 메어 사뢰기 어렵고, 다만 이 엷은 술잔으로 저의 속정을 표하오니 아, 슬프기만 합니다." ㅡ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권37, "아버지를 위한 제문, 누군가를 대신해서 짓다[祭父文 代人行]" *** 이상은 국립박물관 강민경 선생 글이다. 2020. 12. 13.
이규보 <눈에다 쓴 이름> 눈빛이 종이보다 하얗길래 雪色白於紙 채찍을 들고 이름자를 적나니 擧鞭書姓字 바람이여 제발 땅을 쓸지 말고 莫敎風掃地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다오 好待主人至 이규보 권8, 고율시 '눈 속에 친구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다' 2020. 12. 12.
그 아비에 그 아들..하필 술까지? 네가 어린 나이에 벌써 술을 마시니 / 汝今乳齒已傾觴 앞으로 창자가 녹을까 두렵구나 / 心恐年來必腐腸 네 아비의 늘 취하는 버릇 배우지 마라 / 莫學乃翁長醉倒 한 평생 남들이 미치광이라 한단다 / 一生人道太顚狂 한 평생 몸 망친 것이 오로지 술인데 / 一生誤身全是酒 너조차 좋아할 건 또 무엇이랴 / 汝今好飮又何哉 삼백이라 명명한 걸 이제야 뉘우치노니 / 命名三百吾方悔 아무래도 날로 삼백 잔씩 마실까 두렵구나 / 恐爾日傾三百杯 권5에 있는 고율시古律詩인데 제목이 '아들 삼백(三百)이 술을 마시다'이다. 음, 드는 생각은 두 가지. 1) 부전자전父傳子傳이로다. 2) 아버지의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을듯. *** 그림 글 모두 국립박물관 강민경 선생 글이다. 2020. 12. 7.
조선시대 대학출판부 요즘은 대학마다 출판을 맡은 부서가 있어서, 학교 교수의 저서나 학술적으로 의미있는 책들을 내곤 한다. 조선시대의 대학이랄 수 있는 성균관에서도 출판이 이루어졌는가? 물론이다. 이건 성균관에서 찍은 의 간기다. 병인년 4월에 거듭 찍어냈다는데, 아마 1806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성균관판 는 관판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된 게 인쇄의 질이 나쁘다. 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왔는지 종이마다 들러붙어있어 떼는 데 애를 먹었는데, 그런 보존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애초 목판의 각도 썩 좋지 못하고 먹이나 종이도 고급이 아니다. 간기가 없었다면 방각본인 줄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책인데도 이 책의 주인은 꽤나 열심히 이것을 읽었다. 밑줄을 긋고 해석을 한글로 여백에 빼곡히 적었으며, 더러는 그것도 모자라 의문.. 202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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