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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를 채워주고자 강제동원되는 자리, 더 비참한 것은? 모든 행사는 참가자 숫자에 성패가 달렸다. 제아무리 성대한 잔칫상을 차려도 손님이 없으면 꽝이다. 문제는 내가 아무리 좋은 상을 차렸다 해도 그래서 모름지기 부르지도 않은 사람까지 바리바리 와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그 행사가 무미건조하거나, 혹은 그 잔칫상이 볼품 없을수록 동원과 할당이라는 강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숙명이 있다. 일단 쪽수는 채워놓고 봐야 하는 까닭이다. 관공서나 기업 같은 집단에서 이런 짓을 자주 하는데, 가장 대표적으로는 직원이나 협력업체를 동원한다는 사실이다. 목줄이 걸린 사람들이니 일단 가서 쪽수는 채워준다. 사람 살다 보면 어찌 자기가 좋은 일만 하겠는가? 당연히 이런 내키지 않는 자리에도 도울 것은 도와야 한다. 사람이 필요한데 사람을 모으기 힘들다는데, 더구나 그.. 2023. 12. 12.
[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3)] “문화재 문제의 근원은 조사단” 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 김태식(연합뉴스) 목차 Ⅰ. 0.19%의 힘 Ⅱ. 규제완화의 희생물 Ⅲ.“문화재 문제의 근원은 조사단” Ⅳ. 문화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 Ⅴ.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보호에 나서라 Ⅲ. “문화재 문제의 근원은 조사단” 오늘 우리가 다루려는 문화재는 땅속에 있는 매장문화재이며, 조사방법 혹은 목적으로 더욱 범위를 좁히면 주로 구제발굴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리 고립적으로만 다룰 수는 없는 법이다. 지상문화재와 학술발굴과 일정 부분 비교 검토가 행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매장문화재와 관련한 전반의 취급 방향을 정리한 법률이 ‘매장문화재법’이니, 이 법률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는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법은 매장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의 원형(原形)을 유지·계.. 2023. 12. 12.
[로마열전] (1)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가? 없다. 정해진 것도 없고, 정한 주제도 없으며, 잡히는 대로 막가파식으로 하나씩 줏어담은 것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려 한다. 1993년 1월 1일 연합뉴스에 기자로 입사해 만 31년을 꽉 채우기 직전인 2023년 10월 17일 나는 그 직장을 퇴직했다. 정년을 4년 앞당긴 비교적 조기한 퇴직이었으니, 자유롭고 싶어서였다. 그렇다고 자유스러워졌는가? 천만에. 환멸이 일으킨 퇴직이 마음 편할 리 있겠는가? 무엇에 대한 환멸인가? 장기에 걸친 직장 생활 자체에 대한 환멸, 연합뉴스에 대한 환멸, 기자에 대한 환멸, 그리고 사람에 대한 환멸 이 모든 환멸이라는 환멸이 빚은 교향곡 마지막 악장이 자진사퇴였다. 그런 환멸을 앞세운 자퇴가 제아무리 한달이라한들, 그것이 로마라 한들, 그것이 유럽이라한들 그 한달로 치유가.. 2023. 12. 12.
태안군 백화산에서 속살 드러낸 천신 제사터 태일전 1. 태일太一이란 무엇인가? 동아시아 세계에서 태일太一은 나름 철학적 개념이라 하지만, 실은 단순무식해서 가장 크신[太] 하나[一] 뿐인 존재라는 뜻에 지나지 아니하며, 그런 까닭에 태일泰一이라고도 쓰고, 더러 태을太乙이라고도 한다. 주로 도교 경전에 많이 보이는 명칭이기도 한데, 한국사회에서는 무속사회에 자주 보인다. 이는 한국사회 무속이 한국고유한 전통 사상이 아니라 실은 그것이 도교의 다른 이름이라는 증거 중 하나다. 태일은 그런 까닭에 간단히 말해 모든 생명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태일은 보다시피 지극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라, 그 표현 자체로는 실상 주역에서 비롯한 태극太極과 비스무리해서, 둘을 구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관념에 지나지 아니하는 이 태일이 뭇 생명 어머니가 될 수는 없.. 2023. 12. 11.
[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2)] 규제완화의 희생물 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 김태식(연합뉴스) 목차 Ⅰ. 0.19%의 힘 Ⅱ. 규제완화의 희생물 Ⅲ.“문화재 문제의 근원은 조사단” Ⅳ. 문화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 Ⅴ.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보호에 나서라 Ⅱ. 규제완화의 희생물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한지 두 달이 채 안 된 2008년 4월 30일, 그 초대 청장으로 임명된 고고학도 출신 이건무가 이끄는 문화재청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문화재 조사제도 개선방안’을 제2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한다. 그에 의하면, 최장 140일까지 걸리는 문화재 조사절차와 그 처리 기간을 그해 안으로 40일내로 단축하고, 문화재 전문조사기관 설립요건을 완화한다는 것이었다. 문화재청은 “최근 급증하는 매장문화재 지표․발굴조사 수요에 대한 수급 대책과 복.. 2023. 12. 11.
[발굴 품질 개선을 위한 문화재청의 역할(1)] 위대한 0.19%의 힘 *** 아래는 영남지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의회와 중부지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의회가 주최하고 한국매장문화재협회(현재는 한국문화유산협회로 개칭)가 후원해 2017년 12월 13일(수) 13:00~18:00 대전 유성 레전드 호텔(3층 금강홀)에서 열린 '매장문화재 국가부담과 공공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 내 발표문이다. 발표문이야 어차피 파일 통째로 올려놔도 읽는 사람이 없으므로, 챕터별로 나누어 싣는다. 그때랑 시대상황이 달라진 지금, 그때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하겠지만, 저에서 표출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며, 무엇보다 지금의 나를 지배하는 매장문화재에 관한 생각들을 집약한다 생각하는 까닭에 새삼 상기 차원에서 전재한다. 물론 저에서 인용한 통계수치라든가 하는 대목은 대체가 필요할 수도 ..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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