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전체 글15370

흥선대원군이 쓰던 사구인詞句印 만 권이나 되는 기이한 책 쟁여놓고서 欲藏萬卷異書 죽도록 파고들어 휘파람 불며 읊으련다 終身嘯詠其中 평생 정치의 소용돌이를 만든 석파 태공도 마음 깊숙이 저런 삶을 꿈꾸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소망을 이루기엔 조선의 근대가 너무도 슬펐으니. (2019. 12. 5) 2022. 12. 8.
거미줄 걸린 매미를 풀어주며 by 이규보 그동안 좀 격조했는데, 모처럼 짬이 난 김에 별밤 들으면서 한 장 그려보았다. --- 저 교활한 거미는 그 종류가 아주 많구나. 누가 너에게 교활한 재주 길러 주어 그물 만들 실로 둥근 배를 채웠는가. 어떤 매미가 거미줄에 걸려 처량한 소리를 지르길래 내가 차마 듣다 못하여 놓아 주어 날아가도록 했더니 옆에 서 있던 어떤 자가 나를 나무라면서, “오직 이 두 미물微物은 다 같이 하찮은 벌레들인데 거미가 자네에게 무슨 손해를 끼쳤으며 매미는 자네에게 무슨 이익을 줬기에 오직 매미만 살리고 거미는 그만 굶겨 죽이려 하느냐? 이 매미는 자네를 고맙게 여길지라도 저 거미는 반드시 억울하게 생각할 것이다. 매미를 놓아 보낸 것에 대해서 누구든 자네를 지혜롭다 하겠는가?” 하였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이마.. 2022. 12. 8.
황룡사 터, 그 완벽한 폐허 어쩌다 경주를 다녀오고선, 그러고 또 어쩌다 황룡사 터를 찾고선 흔연欣然해져 넋을 잃은 작가는 말한다. "겨울이고 저물녘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봄이나 여름이나 가을이고, 새벽이나 한낮이라도 나름의 정취는 고스란했을 테다. 예술품에 '완벽하다'는 말이 쓰일 수 있다면 석굴암에 그러할 거라 했는데, 폐허에 '완벽하다'는 말을 쓸 수 있다면 황룡사지에 그럴 것이다." 그러면서도 못내 독자 혹은 청중이 믿기지 못한 듯 "그냥 가보시라, 황룡사지, 그토록 위대한 폐허"를 부르짖는다. 무엇이 이토록 그를 매료했을까? 그는 말한다. "화려했던 과거를 되짚을수록 현재의 폐허는 허무로 깊어진다." 상술하기를 "거대한 초석들 위에 세워졌을 거대한 기둥은 온데간데없다. 사라진 영화, 사라진 신전 앞에 머리를 조아릴 필요는.. 2022. 12. 8.
시공을 달리하나 묘하게 닮은 남송南宋과 백제百濟 남송과 백제는 존속한 기간도 다르고 장소도 달리하는 왕조로 비교가 어려울 듯하지만, 남송 역사를 보면 백제사와 관련하여 매우 의미 심장한 부분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정강의 변-. 오대의 혼란을 종식하고 중국을 통일하여 160여년간 번영한 북송은 휘종-흠종 대에 이르러 금의 침공에 궤멸적 타격을 입고 수도 개봉부가 함락되는 비운을 맞았다. 이때 북송이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는가를 하면 당시 휘종의 비, 후궁, 왕자에 이르기까지 깡그리 납치당하여 금으로 끌려가는 통에 황실 적통의 씨가 마를 지경이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휘종의 처첩과 왕자 등 직계존속 등 금으로 납치된 사람이 수만 명에 달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강남에서 휘종의 아홉번째 아들인 조구가 남송 초대황제로 즉위할 즈음에는 그 많던 .. 2022. 12. 8.
다리미 머리 이고 왕림하신 신라의 남성 권력자, 황남동 120호분 발굴성과 공개 금귀걸이·은허리띠 한 신라 무덤 주인은…"키 165cm 이상 남성" 김예나 / 2022-12-07 09:55:24 8일 경주 황남동 120호분 발굴 현장 설명회…"신라 문화 이해 위한 학술 가치 커" https://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79542971613927 금귀걸이·은허리띠 한 신라 무덤 주인은…"키 165cm 이상 남성"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경주 대릉원 일원에 있는 ′황남동 120호분′은 5세기 후반에 만들어졌으며 무덤 주인은 키가 165㎝ 이상인 남성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화재 k-odyssey.com 저 무덤 발굴소식은 두어 번 전했거니와, 발굴조사기관은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라는 데고, 아무래도 출토유물도 많고 .. 2022. 12. 7.
이태리 연수갔다 옥스퍼드대 고고학 박사로 나타난 김병모 선생도 이젠 팔순을 앞에 두고 있다. 서울중고 1953 입학동기가 400명인데 150명 죽고 250명 남았단 말을 한다. 십년전부터 친구들 부고가 정신없이 날아든단다. 한국문화재엔 유홍준이 있기전에 김병모가 있었다. 1978년 옥스퍼드대 박사학위를 들고 나타난 그를 창산 김정기가 다시 불렀다.관리국 상근전문위원으로 가니 7년만의 친정복귀였다. 한국일보 강대형 기자가 옥스퍼드대 고고학 박사가 나타났다고 기사를 썼다. 직후 김병모는 전화 한통을 받는다. 한양대 재단이었다. 김연준(1914~2008) 이사장을 면담한지 두 시간. 김연준은 교무처장을 부르곤 그 자리서 김병모를 사학과 교수로 발령냈다. 하지만 그의 한양대 취임은 이듬해 2월로 늦춰진다. 그 이유를 선생은 "상근위원 계약기간 때문이었다"고 한다. .. 2022. 12. 7.
개로왕, 곤지, 무령왕 일본서기에는 다음과 같은 일견 황당한 내용이 있다. 웅략천황 5년 (461년) 여름 4월에 백제의 가수리군(加須利君) [주] [개로왕(蓋鹵王)이다.]은 지진원(池津媛) [주] 을 불태워 죽였다는 소문을 듣고[적계녀랑(適稽女郞)이다.] “과거에 여인을 바쳐 채녀로 삼았다. 그런데 이미 예의를 잃어서 우리나라의 이름을 실추시켰다. 앞으로는 여인을 바치지 말라.”고 의논하였다. 이에 그 아우 군군(軍君) [주] [곤지(昆支) [주] 이다.]에게 “너는 마땅히 일본으로 가서 천황을 섬기도록 하라.”고 명하였다. 군군은 “왕 [주] 의 명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원컨대 왕의 부인 [주] 을 내려주신다면 명을 받들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가수리군은 임신한 부인을 군군에게 주면서 “나의 임신한 부인은 이미 산달이.. 2022. 12. 7.
[유성환의 이집트 이야기] 투탕카멘과 하워드 카터(5) 카터의 발굴팀 – 당대 최고의 전문가 집단 이후 하워드 카터 Howard Carter (1874~1939)가 투탕카멘 왕묘를 발견하게 된 경위는 앞선 시리즈에서 살펴본 대로입니다. 진짜 문제는 세기의 대발견 다음부터 발생합니다. 그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었고 이와 같은 관심과 열기에 힘입어 카터는 당대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발굴팀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당대 최고 고대 이집트 문헌학자 앨런 가디너 Alan H. Gardiner (1879~1963)·영국 화학자이자 보존전문가 알프레드 루커스 Alfred Lucas (1867~1945)·메트로폴리탄박물관 보존전문가 아서 메이스 Arthur Cruttenden Mace (1874~1928)·영국 발굴 건축기사 아서 캘린더 Arthur Callender (1875~1936).. 2022. 12. 6.
전시과-과전법으로는 고려·조선 경제를 알 수 없다 전시과 과전법 체제가 당시 전국적 규모로 강고하게 시행된 국가적 경제제도라고 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에는 "토지의 사적소유가 결핍"하였고 이 때문에 20세기 전 조선의 토지제도는 일본사에서 그러한 공전제公田制가 관철되던 "헤이안시대"에 준한 것이라는 주장을 낳아 오랫동안 "한국사정체론"의 근거로 쓰였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쓰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간단히 쓴다. 1. 전시과 과전법 체제로는 고려 조선시대 경제사를 규명 불가능하다. 전시과 과전법 체제가 500년을 사이에 두고 거의 비슷한 모양의 토지제도가 왕조 초창기에 등장한 것은 이 제도 자체가 당시의 토지의 소유관계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2. 전시과 과전법 체제는 간단히 말하자면 국가를 운용하는 중앙관리의 녹봉, 공신.. 2022. 12. 6.
군산 앞바다가 쏟아낸 숫돌의 사회경제사 군산 바다서 고려청자·숫돌 추정 유물 등 356점 추가로 발견 김예나 / 2022-12-06 10:30:01 고군산군도 해역 수중발굴 성과 공개…'숫돌' 100점 무더기 확인은 처음 작년부터 확인된 유물만 570점 달해…"오랜 기간 해양 교류 거점 역할" https://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79545065949080 군산 바다서 고려청자·숫돌 추정 유물 등 356점 추가로 발견 고군산군도 해역 수중발굴 성과 공개…′숫돌′ 100점 무더기 확인은 처음작년부터 확인된 유물만 570점 달해…"오랜 기간 해양 교류 거점 역할"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전북 군산 고군 k-odyssey.com 군산 옥도면 고군산군도 해역에 위치한 이번 발굴 해역은 전통시대.. 2022. 12. 6.
1962년, 백옥빈 씨가 브라질행 치차렌카 호에 몸을 실은 까닭은? 치차렌카호에 실은 반세기 전 브라질 이민의 꿈 송고시간 2014-04-30 17:25 김태식 기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브라질 속의 한국인'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백옥빈(白玉彬) 씨는 지구 반대편 머나먼 브라질 산토스항을 향해 정오에 부산항 제2부두를 출항한 화란(和蘭) 선적 치차렌카호(號)에 몸을 실었다. 12월 18일, 남쪽이라 그런지 그가 항구에 도착한 이른 아침에는 날씨가 영하로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몹시도 쌀쌀"한 추위에 "오돌오돌 떨었다". 이날 부산 기온은 최저 1.9도, 최고 9.6도. 서울 영등포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그만둔 서른아홉 살 백씨는 남편이자 의사인 고계순 씨, 그리고 슬하 아들 3명과 딸 1명과 함께 탔다. 그를 실은 배는 오키나와와 홍콩, 그리고 싱가포르를.. 2022. 12. 6.
연합뉴스 K컬처아카데미 사진과미술 1기 수강생 모집 https://www.yna.co.kr/2022-site/photo-art K컬처 아카데미 사진과 미술 | 연합뉴스 K컬처 아카데미 사진과 미술 www.yna.co.kr 연합뉴스 K컬처아카데미가 여행자학교 2기 모집을 마감하고는 오늘(12. 6) 김별아 작가 강연을 시작으로 개강을 알리는 한편, 그 자매편으로 마련한 1기 강좌는 다음주 목요일(12. 15) 개강을 앞두고 이 기회에 동참하실 분들을 찾습니다. 걸출한 서양미술 이야기꾼 양정무 선생과 저명 건축가 임형남 선생, 설치미술로 유명한 이이남 작가를 모십니다. 민병찬 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건축학계 권위 천득염 전남대 명예교수, 고구려고분벽화 1인자 전호태 선생, 사진작가 주기중 선생도 묵직한 강연을 준비 중입니다. 나눔과 교유, 그 장을 한 판 마련.. 2022. 12. 6.
야외고고학 제46호 원고 모집 안내 🤩야외고고학 제46호 원고 모집🤩 ✅모집분야 - 협회 및 회원기관의 조사·연구 활동에 관한 연구논문 - 매장문화재 조사 이론과 방법에 관한 연구논문 - 고고학 일반의 연구논문 - 고고학 발전에 기여할 만한 연구동향에 관한 글 - 자료 소개, 번역논문, 비평논문(서평) 등 ✅투고자격 - 협회 회원기관 소속 연구원 ※ 비회원기관 소속 연구원 및 개인연구자도 편집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투고 할 수 있음 ✅접수기간 - 2022년 12월 30일(금) 까지 ✅접수방법 - 협회 이메일(hmh-9260@hanmail.net) ✅연구비 - 게재 결정 시 연구비(50만원 이내) 지급 - 회원기관 소속 투고자에 한함 🔗협회 누리집 해당 게시글 링크 http://www.kaah.kr/index.php?group=d&before.. 2022. 12. 6.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와 여전론閭田論 앞에서 쓴 바와 같이 필자는 《논어집주論語集註》를 읽을 때 《논어고금주》를 같이 놓고 읽는 방식으로 통독한 바 있다. 《논어고금주》에는 《논어집주》의 주자朱子 주註에 없는 내용이 많이 실려 있다. 제목 그대로 고금주古今註, 여러 사람의 주를 다 모아 놓은 것이라 주자집주集註보다는 내용이 풍부하다. 정다산의 논어고금주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소위 말하는 한당漢唐의 주석가들이 달아 놓은 주석에는 자유로이 자신의 생각을 펴고 반박하는데 주자 주에는 거의 이설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산이 주자 주장을 논파하고 새로운 자신의 경학을 펴려고 헀다면 이를 위해 반박의 여지가 있는 주자의 주가 논어에는 수두룩하므로 여기서 주자의 주장에 거의 이설을 달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다른 경학이라는 것도 사실 비슷할 것이.. 2022. 12. 6.
다산 정약용이 구상한 여전제閭田制 아래는 국사편찬위 우리역사넷에 올라 있는 여전론閭田論에 대한 기술이다. 원문을 간략히 간추린다. 여전론은 정약용 토지개혁론 가운데 가장 먼저 마련된 것으로서, 그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자연적인 지리와 경계를 고려하여 대략 30호 정도로 말단 행정조직인 여閭를 만들고, 여의 경계 안에 있는 토지는 여민이 공동 소유한다. 다음으로 여민은 가부장적 권위를 가진 지도자인 여장閭長의 지휘를 받아 이 토지를 공동 경작하고, 여장은 개개인의 노동량을 장부에 기록하였다가 가을에 수확한 생산물을 한 곳에 모아 놓고 기여한 노동량에 따라 분배한다. 이때 국가에 내는 10분의 1세와 여장의 봉급을 먼저 공제한다. 여전론 특징은 한마디로 모든 토지의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만 토지의 점유권과.. 2022. 12. 5.
조선후기 실학사에 묻는다 소위 조선후기 실학파 중 중농학파 토지개혁론 중에 실제로 실현될 만한 게 뭐가 있는가? 죄다 유교 경전 정전법에 기초하여 중국의 인민공사 내지는 북한 집단농장 같은 것을 만들자는 주장 뿐인데 이것을 정말 "근대의 징후"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이런 "중농학파"를 근대의 선구로 보는 사람들의 "근대화"라는 실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서 조선시대 중농학파 주장을 따라간다면 그 최종 종착역은 지금 북한 정권과 같은 사회 아니겠는가? 조선후기 실학파, 특히 중농학파는 "근대의 선구"가 아니다. 이걸 근대의 선구라고 보는 데서 우리나라 조선 후기의 모든 역사 서술은 꼬이기 시작한다. 특히 다산의 토지개혁론은 말이 좋아 개혁이지 인민공사를 만들자는 것인데, 중국 인민공사와 .. 2022. 12. 4.
kkachibap 까치밥, food for magpies? Korean people seldom pick persimmons at the tops of the trees so that birds, such as magpies, can eat them. Such treetop persimmons are often called "kkachibap 까치밥," which means food for magpies. However, in any rural area of Korea, where all young people have left, when the season turns into winter, all the persimmon trees are covered with kkachibap. 2022. 12. 4.
톨스토이 《부활》, 그 첫 문장 번역을 논한다 기자가 쓰는 기사도 그렇지만, 작가 또한 제목과 첫 줄과 마지막 줄에 목숨을 건다. 외국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데도 이 세 가지는 더 유념해야 하는 이유다. 거기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골자를 압축하는 까닭이다. 두어 번 지적했지만, 아예 작품 제목이 패착을 빚은 대표 케이스로 어네스트 헤밍웨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냐》가 있으니, 16세기 영문학에서 형이상학 시 돌풍을 주도한 존 던 John Dunne의 설교에서 따온 저 제목 영어 원제는 《For Whom the Bell Tolls》라, 저 옮김이 꼭 오역이라 할 순 없지만 그냥 종이 아니라 이 경우는 조종弔鐘이라 했어야 한다. 그 벨은 사람이 죽어 추념할 때 울리는 종인 까닭이다. to toll이라는 동사가 그런 뜻이다. 저리 옮겨 놓으면 학.. 2022. 12. 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