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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내년 봄 돌아오는 사람이 되시게


한시, 계절의 노래(15) 


삼월 그믐날 그대를 보내며(春晦送客) 


[당(唐)] 최로(崔櫓) / 김영문 選譯評 


들판에서 어지러이
술잔 권하며


그대를 보내며
봄도 보낸다


내년에 봄빛이
되돌아올 때


돌아오지 않는 사람
되지 말기를

野酌亂無巡, 送君兼送春. 明年春色至, 莫作未歸人. 


(2018.04.28) 



음력으로는 정월이 맹춘(孟春), 2월이 중춘(仲春), 3월이 만춘(晩春)이다. 양력은 대체로 음력보다 한 달 정도 앞서므로 양력 4월 말인 지금 즈음이 늦은 봄을 배웅하는 시기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사라지는 봄을 왜 굳이 배웅할까? 그동안 봄날과 깊은 정을 나눴기 때문이다. 매화, 영춘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살구꽃, 복사꽃, 벚꽃, 오얏꽃, 앵두꽃, 배꽃, 라일락 등 만발한 백화(百花)의 향기에 취하고, 꽃구름에 환호하고, 꽃비에 넋을 빼앗겼다. 수많은 꽃나무와 꽃동산과 꽃대궐을 찾아다녔다. 


그 꽃놀이의 여정을 함께 한 지음(知音) 아니 지향(知香)이 있다. 그는 나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하며 짧은 봄 꽃 시절을 함께 누린 지기(知己)다. 그는 어쩌면 꽃보다 아름다운 나의 참벗이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안치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모든 외로움을 이겨낸 나의 벗으로 인해 나 자신도 외로움을 이겨냈다. 하지만 외로움은 끝내 극복되지 않는다. 새 이별은 늘 새 외로움을 예비한다. 마지막 봄날인 음력 3월 그믐날 들판에서 술잔을 주고받는 건 새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전야제다. 


봄날은 간다. 그리고 봄날은 온다. 하지만 내년 꽃 시절에 그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안녕’이란 인사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오늘 권하는 이 술 한 잔이 마지막 잔이 되지 말기를... 


부디 


“안녕히......” 



台植補) 들판이라 옮긴 '野'는 당시 세태를 감안할 적에 '교외'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진짜 잔디밭에서 벤또 까먹으며 한 잔 했다기 보다는, 교외 어떤 술집이나 객관에서 송별연했다는 뜻이다. 


친구가 떠날 무렵이 마침 늦봄이다. 그 봄과 함께 친구도 떠난다. 한데 이 친구가 사지(死地)로 가는지, 내년 봄이 올 때 살아서 만나자 한다. 살아서 만나자...무미건조한 이 말을 작자는 에둘러 내년 봄엔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되지 말라 한다. 莫은 금지명령을 의미하는 조동사라, 하지 말라는 뜻이거니와, 명령문이다. 다시 말해 어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내년에 죽은 사람이 되지 말라는 의미를 온축한다. 


혹 회복이 어려운 중병을 앓아 어딘가 공기가 좋은 곳으로 요양하러 떠나는지도 모르겠고, 전쟁터로 출전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문맥으로 보면 어서 돌아오란 뜻이다. 이런저런 망상을 일깨우니 절창 중의 절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