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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은자와 술을 마시다[山中與幽人對酌]
[당(唐)] 이백(李白) / 김영문 고르고 옮김
두 사람 대작에
산꽃이 핀다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나는 취해 자고 싶어
너도 이제 그만 가
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다시와
兩人對酌山花開, 一杯一杯復一杯. 我醉欲眠卿且去, 明朝有意抱琴來.
(2018.04.30.
산꽃은 왜 필까? 두 벗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달콤한 주향(酒香)에 취하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야기꽃은 “난초 향기를 발하며(同心之言, 其臭如蘭)”(『주역』 「계사전繫辭傳」) 주위의 봄꽃도 활짝 피어나게 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김소월, 「산유화」) 그야말로 백화제방(百花齊放)이다.
그러므로 “한 잔 한 잔 또 한 잔(一杯一杯復一杯)”은 모든 꽃을 만발하게 하는 주문(呪文)이다.
“한 송이 한 송이 또 한 송이(一朶一朶復一朶)”에 다름 아니다.
그럼 나는 술에 취한 것인가? 꽃에 취한 것인가? 구별할 수 없다. ‘물아일체(物我一體)’, ‘주화일체(酒花一體)’의 경지다.
게다가 그윽한 거문고 소리까지 곁들였으므로 미(味), 향(香), 시(視), 청(聽)이 어울린 봄날의 향연이다. 모르긴 몰라도 내일 아침 거문고 안고 다시 만났을 때는 반짝이는 꽃비가 그대와 나의 술잔 위로 끝도 없이 떨어질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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