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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519

제주 조천공동묘지에 만난 김시숙과 김형식 근대 제주 사회의 '거물'이자 항일운동가, 교육자였던 두 인물을 제주 조천공동묘지에서 만났다. 장마가 가까워서 수풀이 우거지는 바람에 이리저리 긁히고 넘어져 자빠지기도 했지만, 간 보람은 있었다. "진정한 열부라면 충실한 반역자 무리일 것"이란 여성 독립운동가의 묘비명을 읽어보는 경험을 아무데서나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그 분, 김시숙의 산소는 너무나 초라하였다. 그 앞 소나무가 너무나 굵고 커서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그 옆 김형식(김시숙에겐 사촌동생)의 산소는 후손이 벌초를 다녀갔는지 제법 멀쑤룩하였다. 일본 유학을 다녀왔고 시문으로 이름났던 지식인인 그는 사실 큰 주목을 받지 못해, 그 동생 송산 김명식(1891-1943)이 기자와 주필을 지내며 항일적 활동을 하는 등 워낙 잘 알려져 가.. 2025. 6. 24.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 마련한 기이한 특별전 독일인이 수집하고 안봉근이 정리한 제주민속자료들 서울에서, 용인에서, 도쿄에서 거대한 특별전들이 여럿 열리고 있습니다. 거기 다녀온 분들 글도 적잖이 올라옵니다. 당연히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런저런 사정상 날을 잡지 않으면 육지 나들이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육지에서 제주로 오시기도 어렵죠. 특히나 이런 장마철에는요.앞으로도 썩 보기 드문 전시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어 다녀왔습니다. 독일 동남부 작센 지역 드레스덴민족학박물관이 소장한 제주 민속품이 근 100년만에 고향을 찾았습니다.그래서 특별전 제목도 입니다.19세기 말~20세기 초 아시아는 유럽과 미국 인류학자나 민속학자에겐 황금의 땅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의 눈과 손으로, 아시아 사람들의 전통적 생활문화유산이 바.. 2025. 6. 24.
호불 정영호의 기와 탁본 때는 바야흐로 1981년 동짓달,미술사학자 호불 정영호(1934-2017) 선생께서 강원도 영월에 계셨다.그곳 태화산이라는 산에 삼국시대 산성이 있었는데, 답사 중이셨는지 발굴 중이셨는지, 거기서 '벼슬 관'자 명문이 든 수키와 하나를 구하셨다.이걸 선생은 정성들여 탁본하고, 그 내력을 적어 이듬해인 1982년, 이 아무개 선생(이름은 밝히지 않는다)에게 선물한다. 한동안 액자로 되어 있었는데, 비를 맞았는지 아래쪽이 습기를 잔뜩 먹었다.그러면서 액자에서도 뜯겼고, 언제부턴지 이리저리 떠돌다가 어느 헌책방에 들어왔다.그 주인이 인터넷에 사진을 올려두었는데, 사가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다 내 눈에 띄었다.헐값에 사서 배송을 받아보니 탁본도 나쁘지 않고, 글씨도 좋았으며, 의미도 있었다.그래서 표구를 맡겨 액.. 2025. 6. 23.
김규진에다 이완용을 입혀 보니 근대 한국화단의 걸출한 작가이자 미술교육자였던 해강 김규진(1868-1933)은, 1915년 란 책을 낸다(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사군자 중 난초와 대나무 그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목판인쇄로 낸 책으로, 직접 난초와 대나무의 여러 버전을 그림으로 그리고 당대 일류급의 명사들에게 화제를 받아 판각해 찍었다. 그 '명사' 대부분이 일제 침략자와 친일파라는 게 문제지만, 그야 어쩔 수 없는 일이고...그런데 해강은 이를 음각으로 새겨 찍었다. 옛 탁본이나 법첩 느낌을 주려고 한 모양인데, 이렇다보니 실감은 솔직히 덜 난다. 그래서 한번 원래 그림일 때 모습은 어땠을지, 하나를 골라 재현해보고자 했다. 대상은 천하의 매국노 일당 이완용(1858-1926)과 미야케란 어느 일본인의 화제가 든 '청란'이다. 방법.. 2025. 6. 8.
개구리 소리 못참아 연못 메꾼 제주목사 제주엔 "양대수 개구리 미워하듯"이란 속담이 있는데...조선 선조 때 제주목사로 온 양대수란 사람이 있었다. 그가 관아에서 잠을 자는데 이 연못에 사는 개구리가 어지간히 울어대서 잠을 설쳤단다. 그래서 깨자마자 내린 명이 "저 연못을 당장 메워버려라!"였단다. 그 뒤로 위와 같은 속담이 생겼다. 정작 양 목사는 그로부터 얼마 안되어 낙마해 죽고 말지만, 속담으로 영원히 제주에 살게 되었다. 지금 이 연못은 발굴조사로 위치를 확인해 복원한 것이다.*** editors note***저 개구리 울음은 안 당해본 사람은 그 참상을 알 수가 없다.특히 모내기철 개구리 소리는 사람을 돌아버리게 하는데 참다참다 야밤에 뛰쳐나가 논바닥으로 돌을 던진 기억이 있다.육조 남조 시대 어느 황제는 저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해 .. 2025. 4. 5.
추사가 읊은 제주 연자방아 말 한 마리 할 일 사람 열이 하니 / 人十能之馬一之 세 채 마을에 신기 자랑하네 / 三家村裏詑神奇 큰 기물 큰 쓰임 본래 이러한데 / 大機大用元如此 종풍 늙은 철퇴 도리어 비웃네 / 還笑宗風老古錐 샘물 끈 물레방아 이에 대면 거칠은 것 / 引泉爲碓亦麤材 조잘대는 방아노래 시샘 마소 / 嘔哳舂歌莫見猜 흡사 선천 향해 지극한 상 찾는듯 / 似向先天探至象 용마 하도河圖 지고 나오는양 하네 / 怳疑龍馬負圖來-  권10, 시, "마마馬磨" *** editor's note *** 시를 더럽게 폼잡으며 썼다는 느낌을 준다. 더럽게 잘난 척 했다. 김정희 작품이 본래 저렇던가? 기억에 없다.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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