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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42

고고학의 축복 2100년 뒤엔 고고학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때 저땅을 파는 자들은 뭐라 할까? 21세기 서울은 미국 식민지였다고 할 수도 있겠고 그러면서 저 기와집은 재지세력이라 하겠지? 저 콘크리트는 미국 주둔군 사령부라 하고? 작금 고고학이 구축한 역사상을 당대를 살던 사람들이 환생한다면 뭐라 할까? 나는 몹시도 이 점이 궁금하다만 이 하나는 분명하다. 귀신 씻나락 까묵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고고학이 천만다행인 점은 환생한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예수님 사흘만에 잠깐 깨났다가 기자들 안보여서 다시 가신 이후 환생한 사람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고고학의 축복이다. 2023. 5. 30.
집, 그 분류를 생각한다 고고학 분류를 완전히 새판을 짜서 새로 해야겠단 생각이 갈수록 든다. 예컨대 '집'이라는 항목을 설정하고 그것을 1. 생전에 사는 집 2. 사후에 사는 집 이라고 대별하고는, 이를 다시 세분하여 2의 경우 1. 육신이 머무는 집 2. 영혼이 머무는 집 이라고 나누고는 1에다가 무덤과 탑을 집어넣고 2에다가는 사당과 신사를 집어넣으며 2의 사당은 다시 종묘 등을 세분하는 따위를 생각할 수 있겠다. 종교시설, 특히 신전은 신들을 위한 주거지이니, 이 신들은 생전과 사후가 있기 곤란하거니와, 불교신전의 경우 애매한 구석이 있기는 하나 대웅전은 육신이 머무는 곳, 혹은 생전에 사는 집 스투파는 영혼이 머무는 집, 혹은 사후에 사는 집 으로 대별이 가능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이걸 통합해 이해하지 않고서는 한.. 2023. 4. 29.
우연히 마주한 가야마구加耶馬具 놀러 갔다 우연히 ‘가야마구加耶馬具’를 마주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었기에 더 반가웠나 봅니다. 노는 건 잠시 잊은 채 찬찬히 가야마구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식용 마구인 행엽杏葉과 운주雲珠도 전시되어 있었지만 제 발길을 멈추게 한건 바로 ‘등자鐙子’였습니다. ‘등자鐙子’는 안정용 마구로 기수가 말에 오르거나 말 등 위에서 양쪽 발을 걸쳐서 신체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마구입니다. 등자는 형태에 따라 ‘윤등輪鐙’과 ‘호등壺鐙’으로 분류합니다. 호등은 기수가 발을 딛는 윤부에 발을 감싸는 자루壺部를 장치한 등자로, 구조상 실용성보다는 장식성을 중시해 기승자의 권위나 위세를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호등과는 달리 ‘윤등輪鐙’은 발을 디디는 부분을 원형 또는 반타원형으로 만든 등자입니다... 2023. 4. 24.
나름 성실한 고고학도가 사랑한 <실크로드 유리와 고고학> 발굴조사현장에서 처음 고고학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육체적 노동강도를 잊을 만큼 즐거웠던 현장에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실크로드 유리를 공부해 보겠다며 사직서를 내고 당당히 중국으로 건너갔지만, 박사의 벽은 만리장성보다도 길고 높았습니다.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외국 전공서적들을 껴안고 잠드는 날이 허다했고, 지도교수님께 혼나기 일쑤였습니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실크로드는 저를 한없이 작게 만들었던 무시무시한 존재였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직전이던 2019년, 여러 학회에 통번역업무와 대외교류업무담당으로 불려 다니는 저를 조용히 불러내셨던 지도교수님의 말 한마디에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젠 너의 학문적 견해를 남 앞에 펼치는 일을 해보거라. 통번역가, 간사가 아닌 발표자로 말이다. 그러라고 내.. 2023. 3. 27.
논문 같은 기사 기사 같은 논문 내가 모름지기 그리하지도 않았고 또 이것도 관련 기자질하면서 서서히 체득한 것이라 초반기에는 그리 철저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고학 발굴 소식에서 지번을 꼭 밝혀야 하는 이유를 나는 해당 유적 성격을 가늠하는 데 그것과 그것을 둘러싼 환경이 결정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해당 유적이 바다나 강을 연접한 곳이라면 그와 연동하는 마을 혹은 건물일 것이요 그곳이 산상이라면 망루 같은 흔적일 수 있다. 그에 더불어 근자엔 지번 하나로 그 주변 환경을 한 눈에 조망하는 지도 서비스가 이뤄지는 중이라, 그 서비스엔 위성지도까지 포함하니 우리는 현장을 가지 않고서도 지번 하나 클릭함으로써 안방에서 주변 환경을 들여다 보는 시대를 산다. 그래서 반드시 지번을 밝혀야 한다고 본다. 나는 또한 해당 발굴을 시행한 조.. 2023. 3. 23.
주체의 전복, 지금 이곳에서 필요한 고고학 혁명 내 친구 영디기는 이 장면을 보고서는 대뜸 설정샷 운운했으니 이래서 서울 안 가 본 놈이 이긴다는 말이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영디기 아니겠는가? 저 장면 원본은 이렇다. 설정 샷이 아니다. 기다려서 우리 사진기자가 포착한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온 거다. 어제 고고학계에서는 내내 화제가 된 서울 종로 신영동 고려건물지 발굴현장이다. 저 맨 앞 사진 하나만 달랑 걸어놓고는 나는 또 고고학을 향해 이렇게 쏘아댔다. 내 언제나 말하듯이 땅 파고 연구하는 일만 고고학이 아니다. 이런 사진을 찍고 소비하는 일 역시 고고학 영역이다. Doing Archaeology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에서 관련 학과 나와야 고고학? 어디 굴러먹다온 개뼉다귀로 사기를 친단 말인가? 이것이 고고학이 사는 길이다..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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