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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뭇잎 창 때리는 가을밤 산사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215)호국사에서 가을을 읊다(護國寺秋吟) 여덟째[宋] 백옥섬(白玉蟾) / 김영문 選譯評 별빛이 천 점반딧불 같고구름은 한 쌍두루미 같네 외로이 시 읊으며추위에 잠 못드는데떨어지는 나뭇잎휑한 창을 때리네 星似螢千點, 雲如鶴一雙. 孤吟寒不寐, 落葉打空窗. 절집은 청정하고 고적하다. 스님들은 티끌 세상과 인연을 끊고 불도에 매진한다. 가족, 연인, 친구를 떠나 진리를 탐구한다. 멀고도 깊다. 진실로..
A Foggy Morning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은행 단풍 제철이라, 미쳐 날뛰는 그 무수한 가을 은행 중에서도 내 보지 못하고, 그러면서 인구人口에는 아름답다 회자하는 그런 곳 골랐으니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그것이라. 지난 주말, 하릴없고, 또 그닥 쓰임새는 없는 듯하나, 그래도 나를 찍어주는 기록사 겸해서 어떤 이 대동하곤 나섰으니, 마침 그날 동제가 있는 날이라 잔치판 벌어지고 풍악이 울리더라. 원망遠望하니 주변, 특히 산과 조화한 랜스케입 압도적이라 왜 이 나무를 첫손 둘..
애끓는 청남대서 꼭 가야 한다는 윽박은 없었다. 그래도 이맘쯤 본 그곳이 하도 강렬해 그저 보고싶었노라 말해둔다. 다만 그때랑 조금은 다른 코스를 골랐으되 여전히 대청호변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청주 시내에서 대청호를 향해 달리다 왼편으로 다리 건너 대통령 별장인지 뭔지 있다는 청남대 방향으로 튼다. 햇볕 은어처럼 튀기는 호수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나니 숲 터널이다. 그 위상 녹록치 않은듯 해 차 세울 만한 곳에 잠시 똥차 주차하곤 내가 갈 길, 내가 지난 길 번갈아..
Changdeokgung Palace 昌德宮, Seoul
술 훔쳐먹고 벌개진 단풍나무 가을 산 두 수(秋山二首) 중 둘째[宋] 양만리(楊萬里·1127~1206) / 김영문 選譯評 오구나무는 평소에노련한 염색공이라서둘러 검푸른 색을선홍빛으로 바꿔놓네어린 단풍 하루 밤새하늘 술을 훔쳐 먹고취한 모습 가려 달라고고송(孤松)에 간청하네烏桕平生老染工, 錯將鐵皂作猩紅. 小楓一夜偷天酒, 却倩孤松掩醉容.어릴 적 가을 시골 앞산 뒷산에서 가장 붉게 물드는 나무는 뿔나무와 옻나무였다. 뿔나무의 표준말은 붉나무인데 나무 이름 그대로 가..
단풍 바다 창덕궁과 후원 아침에 시신을 봤다. 아마 우리 공장 유리벽에 돌진해 반열반하셨나 보다. 아님 마누라한테 볶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아미타 극락왕생 기원할 겸 정화하러 나선다.어디로 잡을 것인가? 찬바람 쌩쌩하니 이쯤이면 창덕궁 단풍 제철이리란 경험믿고 무턱대고 나선다.난 품계가 없으니 인정전 뜰 문턱에서 임금한테 안부인사 간단히 하려는데, 문지기 하는 말이 이곳 쥔장도 뒤안으로 비빈 잔뜩 대동하고는 단풍 구경 갔다더라. 쫓는다. 숲..
마지막 잎새 가을 탓 많은 거 안다. 그런가 하면 가을이 무슨 죄냐는 반문도 만만치는 않다. 저야 때가 되어 돌아왔을 뿐이요 내년 이맘쯤이면 또 어김없이 올 터인데, 그런 가을이 무슨 잘못이 있기에 애수 상념 고통을 가을 탓으로 돌리느냐 한다.맞는 말이다.하지만 그럼에도 가을이면 왠지 센티멘탈해야 하며 죽어가는 것도 이맘쯤이면 그것이 주는 상실의 아픔이 다른 계절보단 배가 삼가 사가해야 한다는 무언, 혹은 묵시의 동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가을이면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