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역사문화 이모저모 2492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16) 살아난 비처왕비 전근대 동아시아 문헌에서 복주伏誅라는 말은 빈발한다. 간단히 말해 형벌을 받아 죽는다는 뜻이다. 더 간단히 사형당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비처왕비가 내전, 곧 왕궁 안에서 일하는 승려와 간통사건 현장을 들켜서 둘이 함께 복주伏誅되었다 함은 둘 다 그에 따른 합법적 형벌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는 뜻이다. 이 복주 당한 이를 계속 말하지만 삼국유사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후궁 중 한 등급인 궁주宮主라 한 반면,삼국사절요와 동국통감, 그리고 이를 계승한 동사강목에서는 왕비王妃라 해서 차이점을 보이거니와, 저에서 안정복은 한 발 더 나아가서 그 실명을 까발려서 죽은 왕비가 선혜부인善兮夫人이라 했음을 우리는 보았다. 한데 그런 선혜善兮가 느닷없이 살아서 돌아온다. 죽었다던 비처왕비, 소지왕비가 살아서 돌아왔다. 예수.. 2025. 2. 4.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15) 불륜 건너 간계를 들고 나온 승람 객설이 길었다. 그렇다면 이 승람에 사금갑 이야기는 어떻게 저록되어 있는가?이 이야기는 권 제21 경상도慶尙道 중 경주부慶州府에 보인다. 나아가 저 사금갑은 사건 자체를 다루는 1부와 그에서 비롯한 세시풍속 생성 유래담의 2부로 나뉜다는 말을 했거니와, 그런 까닭인지 저 이야기는 같은 경주부 안에서도 분산 배치되어 있다. 먼저 그 풍속 편에서는 찰밥 제사와 관련해 그 기원을 논하면서 아래와 같이 언급했으니 신라 소지왕炤智王이 이미 금갑琴匣의 화禍를 면하자 나라 사람들이 말하기를, “만약 까마귀와 쥐와 용과 말과 산돼지의 공功이 아니었더라면 임금께서는 화를 입었을 것입니다.” 했다. 이에 마침내 정월의 첫 자일子日·첫 진일辰日·첫 오일午日·첫 해일亥日에는 모든 일에 조심하고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 신일.. 2025. 2. 4. 동해/일본해 재판으로서의 멕시코만 국민국가 시대에 지명 문제가 내셔널리즘과 연동하는 일이 어디 한둘이랴?저 멕시코만Gulf of Mexico 또한 그에 휘말렸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하다가 느닷없이 아연 인구에 회자하기 시작했으니 미국제일주의를 선언한 미국 신입 재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별안간 저 바다를 멕시코가 전유專有하는 일을 용납할 수 없으니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저 이름이야 아즈텍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겠냐만 국제해양지형 이름을 표준화하려는 기획하는 국제수로기구[IHO, 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라는 데서 저리 부른다.저 만을 낀 국가는 멕시코와 미국, 그리고 쿠바다. 저곳이 등장하기 시작한 초기 지도를 보면 예컨대 Juan de la Cosa와.. 2025. 2. 4.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14) 조선의 르네상스, 그 위대한 결정판 신증동국여지승람 이 사금갑 사건을 논하면서 지금까지는 치지도외置之度外했으나, 계속 승람 혹은 동국여지승람, 혹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이라는 문헌이 어른어른함을 보았거니와,이를 이후에는 대체로 약칭 승람이라 하겠거니와, 이에는 도대체 저 사건이 어디에서 어떻게 기술되는가? 이에선 승람이 무엇인지 잠시 살피기로 한다. 이를 위해 위선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이라는 풀 네임을 풀어야하겠거니와 이는 신증新增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이라는 뜻이다.이 경우 신증은 간단해 요즘 개념을 빌리건데 개정증보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신증동국여지승람은 개정증보판 동국여지승람이 되겠다. 다시 동국여지승람은 중국에 빗대어 조선을 동국東國이라 하고, 여지輿地란 지도라는 뜻이지만 이 경우 map보다는 그것을 포함한 그 일대 풍물기인 지리지地理誌라는 .. 2025. 2. 4.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13) 믿을 수 없다면서도 다 채록한 안정복 동사강목 부록에는 괴설변증怪說辨證이라는 섹션이 있다. 주로 합리주의 관점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변설한 내용을 묶었으니, 이에서 안정복은 그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왜 믿을 수 없는지를 집중 토론한다. 개중 하나로 저 사금갑 사건이 걸려든다. 그 부록 상권 중中에 이 코너는 실렸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소지왕炤智王 10년 정월 15일에 왕이 천천정天泉亭에 행차했는데, 이때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더니 쥐가 사람처럼 말하기를, “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살피시오.” 라고 했다. 왕이 기사騎士에게 명하여 뒤쫓게 하니 기사가 남쪽 피촌避村에 이르러 돼지 두 마리가 싸우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만 까마귀가 간 곳을 잃어버렸다. 이때 한 노인이 못 속에서 나와 글을 올리니 그 겉봉에 씌.. 2025. 2. 3. [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12) 왕비 선혜 부인을 들고 나온 안정복 동사강목東史綱目은 조선 후기 역사학도 안정복安鼎福(1712~1791) 필생의 대작이라, 제목 그대로 고조선 이래 고려 왕조 멸망기까지 장구한 역사를 발생 연도 순서대로 따라 기술하는 이른바 편년체編年體를 근간으로 삼되 군데군데 평설을 가하는 강목체綱目體를 겨냥한다. 여담이나 안정복 생몰년을 주시해 주기 바란다. 학문의 대가가 되기 위한 절대 조건 중 하나가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양반 80세로 장수했다. 혹 어떤 학문이건 그 분야 대가가 되고 싶거든 어떻게든 오래 살기 바란다. 경쟁자들보다는 특히 오래 살아야 궁극으로 내가 승자가 된다. 이는 만고의 진리다. 본론으로 돌아가 동사강목 그 권 제2 하 무진년 신라 소지왕 10년(고구려 장수왕 76년, 백제 동성왕 10년, 북위 효문제 태화 12, .. 2025. 2. 3. 이전 1 2 3 4 ··· 41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