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규보73 야호 신난다, 신년하례 해방한 기쁨 만끽하는 백운거사 동국이상국후집 제2권 고율시古律詩무술년 설날에[戊戌元日]설날 세배받는 일 모두 없애니 正朝拜賀禮皆刪 늙은 몸 편하기 위함일 뿐 / 只爲殘身自要安 문밖엔 참새 그물 칠 만한데 / 門外雀羅方可設 왜 손들이 와서 서성대는가 / 如何賓客立盤桓 잠이 좋아 그믐밤도 제끼고선 嗜睡輕抛守歲宵 해 중천이라도 자빠져 음냐음냐 / 日高猶臥放長謠 이제야 여유롭게 눌루랄라 콧노래 / 如今時得閑中詠 눈바람 추운 날 조회도 면했네 風雪天寒免會朝 (이날 눈이 내렸다.)[주-D001] 참새 그물 칠 만한데 : 벼슬에서 물러나와 한가하게 삶을 표현한 말. 사기史記 급정전汲鄭傳에 “적공翟公이 정위廷尉로 있을 때엔 손님들이 문에 가득하더니 퇴직한 후에는 문 밖에 새 잡는 그물을 치게 되었다.”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학주 (역) .. 2025. 1. 25. 나야 응당 늙어가나 그댄 늙지 않아야 할 거 아니오? 동국이상국전집 제13권 고율시古律詩정월 원단 길에서 중을 만나 희롱삼아 짓다[正旦路上逢山人。口占戱贈。]나야 속세에서 설날 만나몸이 늙어가는 줄 알지만 깊은산에선 세월 피해갈 터눈썹 어이 눈처럼 하얕소我於世上遇王春 已分年來老逼身 深谷想應逃歲月 如何亦作雪眉人ⓒ 한국고전번역원 | 정지상 이장우 (공역) | 1980, 이 번역을 대폭 고친다. 말할 것도 없이 백운거사 이규보 작이다. 이 양반 개그맨 뺨치는 재주가 출중하다. 2025. 1. 25. 이규보 글씨가 아닐까 하는 글씨 그렇게 많이 백운거사 이야기를 했으면서도, 정작 이규보가 붓을 휘둘러 썼을 글씨가 어땠는지 본 적이 없었다. 한데 몇 달 전 (완전히는 아니어도) 그 궁금증을 풀 만한 자료를 보았다. 일제강점기 출판인이자 서점 경영인 심재 백두용(1872~1935)이 편찬한 권1에 실린 우리 이규보 선생님의 (작품이라고 전하는) 글씨다. 심재 당년인 1920년대만 하더라도 이 글씨가 (임모본으로라도) 세상에 전해졌던 모양인데, 실제 글씨는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에 몸서리치다가도, 이렇게 목판본으로나마 남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이것뿐만 아니라 고려~조선 초기 인물의 진적眞跡을 찾는 사람들은 이 를 뒤적여 찾는 경우가 많다 한다. 그런데 그 근거가 무엇일지 아리송한 것이 적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도 드물지 않다고. 심.. 2024. 2. 26. 남자가 바느질을 하다니? 이규보의 기롱 애처가 눈빛처럼 하얀 비단 치마 밟아 찢어지니/ 踏破香紈雪色裙 뉘 집 휘장에서 탁문군卓文君 희롱했나 / 誰家帳底弄文君 부인께선 삼가 바느질일랑 그만두시고 / 細君愼勿加針線 앞으로는 무산에서 운우 꿈 꾸시구려 / 又向巫山染雨雲 - 전집 권5, 고율시, "이중민 군이 치마를 꿰맨 일을 희롱함" *** Editor's note *** 남자가 바느질을 해서는 안 되는데 백운거사 이규보 친구가 마누라 대신해서 바느질을 한 모양이라 그걸 희롬삼아 시로써 읊었다. 이 시에서 건져내야 할 것은 바느질이 적어도 이규보 시대에는 여성의 전유물로 통했다는 점이다. 이는 보희 문희 김유신 김춘추 축국 이야기에서도 여실히 증언한다. 다시 말해 적어도 이 시를 기준으로 신라시대 이래 이규보 시대 고려 중기에 이르기까지 바느질은 .. 2024. 1. 11. 이규보는 언제 이름을 바꿨을까 이규보(李奎報, 1168~1241)라는 인물을 몇 년째 파고들었다. 그런데 무심코 넘겼지만 생각보다 중요할 것 같은 사실 하나를 빠뜨려서, 여기 정리해두고자 한다. 바로 ‘이규보李奎報’라는 그의 이름에 관해서이다. 그의 원래 이름은 ‘이인저李仁氐’였다. 이십팔수二十八宿의 세 번째 ‘저성氐星’에서 글자를 딴 것 같다. 그렇게 22년을 살다가 1189년(명종 19) 이십팔수의 열다섯 번째 ‘규성奎星’에서 글자를 따 ‘규보奎報’로 이름을 바꾼다. 그런데 그가 이름을 바꾼 시점을 두고 『동국이상국집』과 『고려사』 의 기록이 엇갈린다. 기유년(1189) 사마시(司馬試, 국자감시)에 나아가려고 했을 때, 꿈에 어떤 촌백성인 듯한 노인들이 모두 검은 베옷을 입고 마루 위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옆 사람이 .. 2024. 1. 8. 2억1만8천780리를 퍼스트클래스로 사뿐히 내려앉은 해모수 내 옛사람에게 들으니 / 吾聞於古人 하늘과 땅은 거리가 / 蒼穹之去地 이억 만 팔천하고도 / 二億萬八千 칠백 팔십 리란다고 / 七百八十里 이규보의 속 구절이다. 2억 만 팔천 칠백 팔십리라. 같은 문헌을 보면 억億이란 10만을 가리키는 단위였다. 이를 염두에 두고 계산하면 218,780리. 조선시대 단위로는 10리가 대략 5.4~5.7km였다니 5.5km라고 하고 계산해보면 12만 329km 남짓이 된다.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은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런가 하면 또 하늘과 땅 사이 높이를 이렇게 본 분도 있었다. ‘노락당老樂堂과 하늘 사이가 한 자 다섯 치 밖에 되지 않는다’ 흥선대원군이 그 아들을 왕위에 올리고 운현궁을 대대적으로 지어올릴 때 당시 대제학이던 김병학이 지어올린 한 대목이다. 지.. 2023. 11. 7. 이전 1 2 3 4 ··· 1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