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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263

로마, 갚아야 할 빚 작년 이맘쯤에도 나는 로마에 있었으니 그때 이곳 지인 가족을 한식당에 초대한 일이 있다. 어부인과 자제분 둘과 함께 내가 모셨는데 좀 난감한 일이 있었다. 첫째 내가 담배 피러 간 사이 그 지인이 계산을 해버렸다.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둘째 초등학생 자제분 둘 앞으로 내가 각각 쥐꼬리 만한 용돈을 준비하려 했지만 당시 현금 사정이 쪼들리는 일이 직전에 있었다. 할 수 없이 그 자리서 그 지인 앞으로 카톡 송금을 했다. 그 얼마 뒤 안 사실이지만 카톡송금은 해외에서는 안 된다 해서 빠꾸해서 돌아왔다. 그러고선 그 상태로 귀국했으니 내가 주선한 자리가 이 모양이 되었으니 못내 찜찜했다. 갚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같은 그런 감정 말이다. 이번에 로마 들어오자마자 다시 그 지인 가족을 초대했다. 다만 자제분.. 2024. 11. 20.
고증보다 중요한 의도 간파 일전에 한 말이요 계속 반복하지만 기록을 대하는 우리가 유의할 점은 그것을 남긴 자의 의도 파악이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는가 허구인가 그런 점을 따지는 것도 분명 역사가 안목이라 할 수 있겠고 그를 통해 그 의도가 드러나기도 하니 왜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의도다. 그 사실성 여부를 따진다지만 솔까 그게 거짓인지 사실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는 일이 허다하다. 그 유명한 카데시 전투만 해도 히타이트 이집트 모두 지가 이겼다 주장하는 기록을 남겼는데 누가 진짜 이겼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무승부론이 나오기도 하는 모양이니 저 전쟁 이후 한동안 두 왕조가 아무일 없는듯 번영을 누린 것을 보면 쌈박질하다 지쳐서 그냥 우리 편한대로 살자했을 가능성이 크다. 매양 이야.. 2024. 11. 20.
문화재가 언제까지 개발과 담을 쌓을 것인가? "돌이켜 보건대 우리 문화재 현장은 ‘개발’이라는 말 자체를 금기로 삼았다. 이 개발이라는 개념에 ‘관광’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관광’이라는 말은 아예 그 법에서 종적조차 찾을 길이 없고, ‘개발’이라는 말 역시 비록 8번이나 출현하지만, 문화재 현장을 개발한다는 개념으로는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기타 7번 ‘개발’은 ‘연구개발’ 등의 맥락으로 사용되었다. 그런 개념 혹은 맥락으로 사용된 ‘개발’은 제4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무) 제3항에서 딱 한 번 보이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개발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경우 문화재나 문화재의 보호물·보호구역 및 역사문화환경이 훼손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딕강조는 필자)고 해서, 개발을 문화재 (보호)와 아.. 2024. 11. 18.
아테네와 로마, 유물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 볼수록 겪을수록 이런 상념이 짙어지는데, 유럽 웬간한 역사를 갖춘 도시 치고 이렇지 않을 데 있을까마는 저 두 도시, 그리고 이스탄불 정도는 유물 공장이다. 어느 정도로 유물을 찍어내는가? 그냥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잠도 없이 찍어내는 그런 유물 공장 말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러고도 남을 데라고는 하지만, 저들 도시 지하 5미터까지는 유물 금맥이라 해도 손색없겠다. 저런 도시들에서 흔히 만나는 풍광. 중 하나가 적어도 절반은 지하로 들어간 흔적들이니 예컨대 일부 교회를 보면 지붕만 쏙 지상으로 노출된 데가 있으니 그 교회가 딛고 선 지반이 그 교회가 애초 들어선 본래 지형이라 저런 교회는 연원을 따지면 거의 예외없이 동로마 비잔틴 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곧 저 교회가 묻힌 층이 유물.. 2024. 11. 18.
다크 헤러티지 그 위대한 보기로서의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모든 아크로폴리스가 그렇듯 이곳 아테네의 그것도 철저한 조산造山이다. 철두철미 인공이 가미한 산이란 뜻이요 저 인간 때를 탄 부분을 벗겨내면 어떤 몰골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때빼고 광내고 한 그 결과물이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이요 저 울퉁불퉁한 바위산을 사람 사는 동네 사람 냄새가 만드는 동네로 만들고자 인간이 기울인 노력이 얼마나 될지 가늠도 힘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걸 뜯어고치겠다고 저 아크로폴리스 주변은 연신 포크레인질이요 아시바 천국이다. 성긴 데는 생기기 마련이요 선 것은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라 저 아크로폴리스가 위대한 이유는 인간의 피땀을 응혈했다는 데서 말미암는다. 저거 하나 예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거둠과 투하 그리고 희생이 따랐겠는가? 저 건설현장 동원된 이 중에는 목숨까지.. 2024. 11. 17.
생소의 박멸, 그 예로써의 레오니다스 어제 북쪽에서 아테네로 남하하는 길에 영화 300 무대인 옛 그리스 동맹군 대 아케메네스 페르시아 전장터를 둘러봤으니 실은 이번에 내가 싸돌아다닌 코스 대략을 춘배가 올해 초인가 패키지로 다녀왔다. 어느 여행사가 기획해 팔아먹는 상품인데 그 길이 결국 그리스 여행 백미라 할 만한 데다. 그런 패키지가 주는 장점 중 하나가 전문 가이드가 동반한다는 데 있으니 저 여행만 해도 이쪽 분야로 잔뼈가 굵을대로 굵은 전공자가 설명을 했으니 오죽 배울 게 많았겠는가? 앞서 나는 여행은 생소의 박멸과 그에 따른 거리 좁히기라 했거니와 이 여행을 통해 내것 우리것이 아닌 것이 없게 된다. 당장 내가 그 현장에 있노란 소식에 저 현장을 먼저 맛본 두어 지인(물론 춘배가 빠질 수는 없다)이 내가 모를 만하거나 관심 두지 않.. 202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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