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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285

다양한 입춘첩 입춘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만 쓰는 줄 아는데, 이 문구로 굳어진 건 오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그전에는 시를 지어서 붙이는데, 1구와 2구는 대문 밖 좌우에 3구와 4구는 대문 안쪽 좌우에 붙였다고 한다. 미암 유희춘은 그의 일기에 지은 문구와 붙인 위치를 정확히 써 두었다. 어떤 이는 주련을 입춘마다 바꾸기도 했더라. 전근대시대 문집에 남은 수많은 입춘첩이 그것들이다. 권근(權近, 1352~1409)이 세상을 떠나던 해인 1409년 1월 12일 입춘에 지은 입춘첩은 이 궁벽한 곳에 딱 맞기에 인용한다. 〈입춘 첩자(立春帖子)〉-기축년 1월 12일- 북두성 자루 처음으로 돌아와 北斗星初轉 동풍에 봄기운이 이미 새롭네 東風氣已新 하늘은 후하고 박함이 없어서 天心無厚薄 촌구석에도 푸른.. 2024. 2. 4.
알봉집서閼逢執徐 공하신희恭賀新禧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고갑자古甲子로 알봉집서閼逢執徐 입니다. 알봉의 알閼은 기운이 처음 발하여 통하지 못한 것이요 봉逢은 때를 잃지 않은 것이니, 이 기운이 비록 미미하나 때는 잃지 않았음을 말한 것이라고 합니다. 집서의 집執은 견고하고 치밀한 뜻이요 서徐는 이끌어 통창通暢하게 하는 상象이니, 기세가 성하고 자라남을 말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늦지 않아 발전이 시작된다고 하니, 우리 힘을 내 뛰어 봅시다. 2023. 12. 31.
능호관 이인상이 전서로 읊은 도연명 호가 능호관(凌壺觀) 자가 원령(元靈)인 이인상(李麟祥, 1710∼1760)의 전서. 개인적으로 조선 후기 전서로는 최고인 듯하다. 도연명의 〈사시의 운행[時運]〉을 썼는데, 배접의 실수로 순서가 바뀌었다. 1~2구가 5~6구 뒤에 놓여야 옳다. 고쳐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이렇게 斯晨斯夕 오두막에서 조용히 지낸다 言息其廬 꽃이며 약초가 줄지어 섰고 華藥分列 숲과 대나무는 무성하도다 林竹翳如 청금은 침상에 뉘어놓았고 清琴横床 탁주는 반단지가 남았도다 濁酒半壺 황제와 요 임금 좇을 수 없어 黄唐莫逮 나 홀로 이렇게 탄식하노라 慨獨在予 2023. 12. 25.
친경례親耕禮, 궁구해야 하는 전근대 전시행정 전근대사회 친경례(親耕禮)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禮記‧祭統》에 이르기를 "천자가 남교(南郊)에서 친히 밭을 갈아 자성(粢盛)을 바치고 왕후가 북교(北郊)에서 누에를 쳐서 검은 면복(冕服 제복(祭服))을 바치며, 제후가 동교(東郊)에서 밭을 갈아 또한 자성을 바치고 부인이 북교에서 누에를 쳐서 검은 면복을 바친다. 천자와 제후가 밭 갈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요, 왕후와 부인이 누에 칠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몸소 성신(誠信)을 다하는 것이다. 성신을 일러 극진함이라 하고, 극진하게 함을 일러 경(敬)이라 하니, 경을 극진히 한 뒤에 신명을 섬길 수 있으니, 이것이 제사하는 도이다. [天子親耕於南郊, 以共齊盛, 王后蠶於北郊, 以共純服; 諸侯耕於東郊, 亦以共齊盛, 夫人蠶於北郊, 以共冕服. 天子、諸侯非.. 2023. 12. 3.
미스터리 천국 중도광곡中嶋廣谷과 광곡서첩廣谷書帖 일본인 중도광곡中嶋廣谷이라는 사람의 《광곡서첩廣谷書帖》이라는 탁본을 보고 있다. 필법이 보통이 아니거늘 쓴 글도 소식의 〈기승천사야유 記承天寺夜遊〉로다. 안정安政 6년[1859] 발跋이 있는데, 中嶋廣谷이 어떤 이인지 검색해도 알 수가 없다. *** editor's note *** 중도광곡中嶋廣谷은 아마도 나카지마 히로타니 정도로 읽었을 법하다. 출판자 신원은 물론이고 어디서 출판했는지도 불명인 미스터리다. 기승천사야유 記承天寺夜遊란 승천사라는 절을 무대로 삼은 야유회를 읊은 글이라는 뜻이다. 2023. 11. 23.
서학부강총서西學富強叢書, 서양을 부강하게 만든 과학기술총서 1896년(光緒22) 청나라 장음환張蔭桓이 한문으로 번역된 서양과학기술 서적을 모아 석인본 《서학부강총서西學富強叢書》 44책을 홍문서국鴻文書局에서 발간하였다. 이것이 발간되기 전 이미 청나라에서 읽히던 것들이니 일부 조선에도 유입되었을텐데 전혀 연구가 없다. 2023.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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