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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36

어둠 속 등불 한시, 계절의 노래(45) 등불(燈) 첫째 [송(宋)] 임지기(林之奇) / 김영문 選譯評 길 잃고 나서 사람들은여러 갈림길 헤매며 어둠속을 더듬더듬제 맘대로 걸어가네 어제 밤 불현 듯갈 길을 찾은 것은 한 점 외로운 등불내 스승 됐기 때문 自從失道人多岐, 擿植冥行信所之. 昨夜忽然尋得路, 孤燈一點是吾師. 가는 길이 밝고 뚜렷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심심할까? 더러는 길을 잃고 먼 곳을 돌기도 하고, 어떤 때는 어둠 속에서 눈앞조차 분간하지 못하기도 한다. 캄캄한 바다에서 길을 잃은 일엽편주는 저 멀리서 비치는 외로운 등대의 불빛을 만나 방향을 찾는다. 칠흑 같은 밤, 산짐승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첩첩산중에서는 멀리서 깜박이는 작은 절집의 등불 빛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다시 찾은 광명 속 새 길은 더욱 소.. 2019. 5. 25.
매화 대신 부치는 매화시 한시, 계절의 노래(291) 다른 사람 시에 답하다[答人吟] 둘째 [宋] 소옹(邵雍, 1011~1077)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초봄 낙양성에매화 꽃 필 때 매화 감상하다 또매화시 읊네 매화 펴도 먼 곳으로부치기 어려워 매화시만 부치며그리움 담네 初春洛城梅開時, 賞梅更吟梅花詩. 梅花雖開難遠寄, 唯寄梅詩伸所思. 그리움은 보고 싶은 대상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행위다. 생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지만 당장 만나지 못하므로 애틋한 마음으로 그리워한다. 부모, 가족, 연인, 친구 등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 반려식물, 평소에 아낀 애완품, 나를 품고 길러준 골목, 마을, 산천이 모두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혼자서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고운 꽃을 보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볼 때 생각.. 2019. 3. 7.
눈 털고 피운 황금빛 꽃 한시, 계절의 노래(281) 영춘화(迎春花) [宋] 왕안중(王安中)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엄동에 쌓인 눈다 털어내고 가지 가득 황금빛색칠하누나 메마른 덩굴에서밝은 꽃 피워 동풍에 첫 번째로향기 뿜누나 拂去隆冬雪, 弄作滿枝黃. 明花出枯萎, 東風第一香. 초급중국어 수업 때 개나리를 ‘잉춘화(迎春花: 영춘화)’로 배웠다. 나는 근래까지도 개나리가 영춘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독일 출신 중문학자를 만나, 그와 번역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영춘화’가 개나리가 아니라 별도의 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믿을 수 없었으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영춘화와 개나리의 학명이 다름을 확인했다. 개나리는 ‘Forsythia suspensa(Forsythia koreana)’가 라틴 학명이고 중국어로는 ‘롄차.. 2019. 2. 27.
강물 얼음 걷히자 피어나는 버들 한시, 계절의 노래(282) 강위에 눈이 개다[江上雪霽] [宋] 주숙진(朱淑眞, 1135?~1180?) / 청청재靑靑齋 김영문 選譯評 강물에 얼음 녹자초록 비늘 일어나고 들판은 깨끗해져연무 먼지 드무네 남쪽 북쪽 다리 곁에봄바람 불어오니 버들색 푸릇푸릇봄빛이 새나오네 江水冰消起綠鱗, 川原蕩滌少煙塵. 風吹南北溪橋畔, 柳色參差欲漏春. 내가 자란 동네는 산골이지만 마을 앞뒤로 냇물이 흘러서 그렇게 궁벽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앞개울은 앞거랑, 뒷개울은 뒷거랑이라 불렀다. 앞거랑보다 뒷거랑이 훨씬 크고 넓다. 물고기 잡고 수영하는 것을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익혔다. 대학 진학 이후 해수욕장에 갔을 때 수영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 드물어서 좀 놀란 적이 있다. 개나 소도 수영을 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수영을 못 .. 2019. 2. 27.
만 그루 청매화와 바꾼 국가 한시, 계절의 노래(273) 녹악매 두 수(綠萼梅二首) 중 둘째 [宋] 임희이(任希夷) / 김영문 選譯評 수산간악 동쪽에악록화당 자리 했고 매화나무 만 그루이궁을 둘러쌌네 선화 연간 옛일은기억하는 사람 없어 분바른 얼굴 쓸쓸하게북풍을 마주하네 萼綠華堂艮嶽東, 梅花萬數繞離宮. 宣和舊事無人記, 粉面含凄向朔風. 한시 중에서 역사를 소재로 읊은 시를 영사시(詠史詩)라고 한다. 역사 속 일화에 대한 감상, 느낌, 비평 등을 풀어낸다. 시에서 다루는 역사를 모르면 그 시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시도 북송 휘종(徽宗) 선화(宣和) 연간에 벌어진 간악(艮嶽) 조성 및 북송 망국이라는 대사건이 배경에 깔려 있다. 남송 시인 임희이가 청매화(綠萼梅) 가득 핀 어느 봄날, 북송 도성 변경(汴京) 간악에 들렀다가 읊은 시로 .. 2019. 2. 22.
서리내린 코밑 흰수염이 공적이로다 한시, 계절의 노래(264) 족집게로 새치를 뽑다[鑷白] [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오십에도 어떻게젊은이라 하리요 아이 불러 새치 뽑으며마음을 못 추스리네 새해 돼도 아무 공을못 세웠다 말하지만 서리 내린 코밑수염예순 가닥 길러냈네 五十如何是後生, 呼兒拔白未忘情. 新年只道無功業, 也有霜髭六十莖. 늙음을 알려주는 가장 대표적인 신체 현상이 흰 머리다. 백발은 몇 살부터 생길까? 사람마다 다르다. 전설에 의하면 도가(道家) 철학 개창자 노자(老子)는 태어날 때부터 백발이었다고 한다. 우리 집 첫 아이도 어려서부터 왼쪽 귀 바로 위쪽에 몇 가닥 흰 머리가 있었다.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백반증일지 모르므로 약을 발라보라고 했다. 다행이 지금.. 201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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