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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山雜談26

오노다시멘트 사장 안도 도요로쿠와 남만철도 이사 다나카 세이지로, 그리고 안중근 삼일운동이 일어난 1919년. 그해 12월, 한국 최초의 시멘트 공장인 오노다시멘트 조선 공장이 평양 외곽 강동군 승호리(한국 공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승호리 철교 폭파작전’의 그 승호리가 맞다)에 설립되자, 조선에는 승호리에서 생산된 현대식 포틀랜드 시멘트를 활용해 콘크리트 건물이 평양에서부터 급속하게 늘어났다. 뒤이어 함경도 문천과 1937년 강원도 삼척에 오노다시멘트 삼척 공장이 연이어 문을 열어 식민지에서 시멘트 생산을 담당한다. (동양그룹의 모태인 동양시멘트가 해방 이후 적산이 된 삼척공장을 인수해 성장한 것으로 오노다시멘트는 아직도 일본 최대의 시멘트 기업이다.) 초점은 시멘트가 아니고 당시 오노다시멘트의 중역(전무)으로서 조선 내 시멘트 생산을 책임진 인물로 훗날 사장까지 역임하는 안.. 2024. 3. 7.
독립운동가 후손이 매집했다는 안중근 유묵 퇴근시간이 지난 오후 8시. 드디어 소식이 들려왔다. 낙찰이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현장에서 낙찰자가 밝혀졌다. 언제나처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음에도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더랬다. 설 전부터 예고된 안중근 유묵 (사람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지만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같네)의 바로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에 미공개 유묵이라며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기세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길 수 있는가)가 한국 서예 작품 최고가(19억5천만 원)로 거래된 이래 불과 두 달 만에 다른 미공개 유묵이 거래된 것이다. 이제야 말할 수 있는 바이지만, 실은 작년 추석 연휴가 끝난 10월 초 교토에서 보내온 우편물이 있었다. 그 안에는 일찌기 공개된 적이 없는 유묵 석 점의 사진과 연락처가 적힌 얇은.. 2024. 2. 27.
정조 앞에서 활쏘기 힘 자랑하고 고통없이 간 오재순 왕과 함께 활쏘기 후 잘했다고 받은 종이 쪼가리. "후과後課 선물은 나중에 준다." '훗, 왕 앞에서 잘 쏴봤자 정조 뒤끝 쩔구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종이쪽을 받은 사람을 보니 오재순吳載純(1727~1792)이다. 오재순이 궁금해져 찾아보니 현종의 딸이자 숙종의 누이인 명안공주의 손자다. 아버지 현종과 어머니 명성왕후와 주고 받은 애틋한 한글 간찰의 주인공이자, 마누라 세 번 갈아치우는 동안에 사람 목숨은 몇십 배로 갈아치운 남자 숙종이 '하지만 내 누이에게는 따뜻하겠지'를 시전하며 각종 살가운 선물을 남발한 대상이 명안공주다. 그녀가 해주오씨 집안에 시집간 덕에 오재순은 그 손자로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명안공주의 후사가 없어 부친 오원이 양자로 들어간다) 친할머니는 김창협의 딸이고 장인은 영조.. 2024. 2. 14.
천운이었던 2020년 1월 동경 출장 자투리 시간을 내서 찾아간 東博. 동양관 한쪽에서는 이 한창인 가운데, 작년 에 이어서 탄신 550주년을 기념해 이 열리고 있었다. 검은건 글자요 흰건(희지도 않았지만) 종이겠거니 하고 보다가 시간에 쫓겨 나왔다. 3월부터 본관에서는 이 예고되어 있다. 담징의 그림인지도, 백제의 관음인지도 알 수 없으나 관심이 가는 전시가 아닐 수 없다. 5시가 되어 나와보니 벌써 해가 넘어가고 없더라. #사진좀찍게해주라이놈들아 #東京國立博物館 (2020. 1. 6) *** 2020년 1월 초 안중근 의사 유묵 환수 동경 출장. 당시 받아온 유묵이 "天堂之福 永遠之樂"이다. 2월 말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늘 길이 끊기고 그해 가을 소장자가 타계하였기에 출장이 한달만 늦었어도 영영 받아오지 못할 뻔했다. 천운이었다고 할 수.. 2024. 1. 9.
라키비움 표방하며 재개관한 부산근현대역사관 우연찮게 개관일에 찾아간 부산근현대역사관. 동척 부산지점-미문화원-부산근대역사관 건물이 별관이 되고, 바로 옆 조선은행 부산지점-한국은행 부산지점 내력을 가진 건물이 본관이 되어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재개관 했다. '라이브러리+아카이브+뮤지엄=라키비움'을 표방해 코로나 시기 내내 리모델링해서 오늘 일반 개관을 하였는데 건축물의 내력과 구조를 잘 살리면서도 깔끔하게 전시, 교육, 아카이브 공간을 나누어 놓았다. 은행 금고를 그대로 활용한 갤러리와 금괴 모양 케익을 파는 베이커리도 인상적이지만 압권은 역시 1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카페 Casa Busano다.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앉아 쉴 공간이 있으면서 시끌벅적하지만 좋은 음악이 흐르는, 게다가 커피까지 맛있어 다른 사람과 함께 오고픈 곳. 요즘말로 '.. 2024. 1. 9.
서울의 봄이 주는 잔상 몇 가지 날이 날이니만큼 대세에 편승해 몇 마디 말을 보태려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드는 느낌은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나름 믿고 챙겨주던 동료들이, 부서원들이 어느 순간 본인을 따르지 않고 전혀 다른 조직이나 인물을 따른다면 그 허탈함과 외로움은 어느 정도일까. 대통령이, 참모총장이, 헌병감이, 사령관이 직속 부하에게 정당한 지시를 내렸음에도 그 지시는 허공에 날릴 뿐이다. 일반 조직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상명하복이 원칙인 군에서 일어난 일이라니. 예비역들은 알겠지만 입대 하자마자 외우는 직속 상관 관등성명이라는게 있다. 이를 따라 올라가면 내게 명령을 내리는 계통을 알 수 있기에 직속 상관의 명령은 철칙으로 따라야 한다고 배운다. 명령은 더 위의 직속 상관만이 바꿀 수 있고 그럴 때는 당연히 더 위.. 2023.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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