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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山雜談24

정조 앞에서 활쏘기 힘 자랑하고 고통없이 간 오재순 왕과 함께 활쏘기 후 잘했다고 받은 종이 쪼가리. "후과後課 선물은 나중에 준다." '훗, 왕 앞에서 잘 쏴봤자 정조 뒤끝 쩔구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종이쪽을 받은 사람을 보니 오재순吳載純(1727~1792)이다. 오재순이 궁금해져 찾아보니 현종의 딸이자 숙종의 누이인 명안공주의 손자다. 아버지 현종과 어머니 명성왕후와 주고 받은 애틋한 한글 간찰의 주인공이자, 마누라 세 번 갈아치우는 동안에 사람 목숨은 몇십 배로 갈아치운 남자 숙종이 '하지만 내 누이에게는 따뜻하겠지'를 시전하며 각종 살가운 선물을 남발한 대상이 명안공주다. 그녀가 해주오씨 집안에 시집간 덕에 오재순은 그 손자로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명안공주의 후사가 없어 부친 오원이 양자로 들어간다) 친할머니는 김창협의 딸이고 장인은 영조.. 2024. 2. 14.
천운이었던 2020년 1월 동경 출장 자투리 시간을 내서 찾아간 東博. 동양관 한쪽에서는 이 한창인 가운데, 작년 에 이어서 탄신 550주년을 기념해 이 열리고 있었다. 검은건 글자요 흰건(희지도 않았지만) 종이겠거니 하고 보다가 시간에 쫓겨 나왔다. 3월부터 본관에서는 이 예고되어 있다. 담징의 그림인지도, 백제의 관음인지도 알 수 없으나 관심이 가는 전시가 아닐 수 없다. 5시가 되어 나와보니 벌써 해가 넘어가고 없더라. #사진좀찍게해주라이놈들아 #東京國立博物館 (2020. 1. 6) *** 2020년 1월 초 안중근 의사 유묵 환수 동경 출장. 당시 받아온 유묵이 "天堂之福 永遠之樂"이다. 2월 말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늘 길이 끊기고 그해 가을 소장자가 타계하였기에 출장이 한달만 늦었어도 영영 받아오지 못할 뻔했다. 천운이었다고 할 수.. 2024. 1. 9.
라키비움 표방하며 재개관한 부산근현대역사관 우연찮게 개관일에 찾아간 부산근현대역사관. 동척 부산지점-미문화원-부산근대역사관 건물이 별관이 되고, 바로 옆 조선은행 부산지점-한국은행 부산지점 내력을 가진 건물이 본관이 되어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재개관 했다. '라이브러리+아카이브+뮤지엄=라키비움'을 표방해 코로나 시기 내내 리모델링해서 오늘 일반 개관을 하였는데 건축물의 내력과 구조를 잘 살리면서도 깔끔하게 전시, 교육, 아카이브 공간을 나누어 놓았다. 은행 금고를 그대로 활용한 갤러리와 금괴 모양 케익을 파는 베이커리도 인상적이지만 압권은 역시 1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카페 Casa Busano다.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앉아 쉴 공간이 있으면서 시끌벅적하지만 좋은 음악이 흐르는, 게다가 커피까지 맛있어 다른 사람과 함께 오고픈 곳. 요즘말로 '.. 2024. 1. 9.
서울의 봄이 주는 잔상 몇 가지 날이 날이니만큼 대세에 편승해 몇 마디 말을 보태려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드는 느낌은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나름 믿고 챙겨주던 동료들이, 부서원들이 어느 순간 본인을 따르지 않고 전혀 다른 조직이나 인물을 따른다면 그 허탈함과 외로움은 어느 정도일까. 대통령이, 참모총장이, 헌병감이, 사령관이 직속 부하에게 정당한 지시를 내렸음에도 그 지시는 허공에 날릴 뿐이다. 일반 조직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상명하복이 원칙인 군에서 일어난 일이라니. 예비역들은 알겠지만 입대 하자마자 외우는 직속 상관 관등성명이라는게 있다. 이를 따라 올라가면 내게 명령을 내리는 계통을 알 수 있기에 직속 상관의 명령은 철칙으로 따라야 한다고 배운다. 명령은 더 위의 직속 상관만이 바꿀 수 있고 그럴 때는 당연히 더 위.. 2023. 12. 13.
새로 발견된 안중근 유묵 안중근 유묵이 경매에 출품되었다는 소식이 들린 까닭에 오늘 하루종일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요는 진위와 가격이 적당한지 묻는 것들이었는데 내게는 그보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의 작품이 등장했다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사실 이 작품이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두달 전. 교토의 고미술상에 새로운 유묵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출처는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작품이 한 점이 아니라는 것과 새로운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라는 것에 놀랐다. 원 소장자가 계속 가지고 있었더라면 당장 날아가 사연을 캐묻고 기증이나 환수 협상을 벌였을 터이지만 이미 그 단계를 지나 고미술상으로 매도된 뒤였다. 당연히 이제는 수익을 바라는 사람과 금전 협상 밖에는 선택지가 남지 않았다. 공공기관 유물구입 예산이야 뻔한 것이고 더구나 .. 2023. 12. 9.
떠난지 3년, 여전한 나의 우상 디에고 마라도나 특정 분야에서 역사상 최고를 뽑는다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그러나 부질 없으면서도 결론은 나지 않는) 대화 주제이다. 축구라는 종목에서 역사상 최고의 축구 선수를 뽑으라면 으레 브라질의 펠레가 수위에 꼽히겠으나 그 다음 순위는 역시 사람마다 주관이 다르기에 여러 명이 오르내릴 것이다. 내게는 그 사람이 마라도나였다. 어릴 적에도 펠레는 이미 "축구 황제"라 불렸음에도 나는 펠레가 뛰는 경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독일 베켄바워와 포르투갈 "흑표범" 에우제비오, 골키퍼 야신 정도가 훌륭했던 선수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요한 크루이프나 바비 찰튼은 알지도 못했다. 하다 못해 야신의 국적이 소련이라는걸 알고 먹은 충격은 대단했다.(최고의 골키퍼가 공산당이라니...ㄷㄷㄷ) .. 202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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