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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다른 삶에 대하여17

지키려 하면 모두 잃게 되리라 필자의 나이, 정확히는 50대 후반-60대 초반은 생각이 많은 시기이다. 필자도 노후는 정말 생각도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그런데도 요즘은 생각이 많고,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60대 이후가 놓여 있다.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도 중요하겠지만, 평생 책만 보고 글쓰며 살아온 필자가 지금까지 대학에서 활동한 것과는 전혀 다른 조건이 주어졌을 때 과연 앞으로도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인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에는 고민이 많다. 우선 대학에서 떠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해온 방식과 다른 세상을 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생업과 공부가 일치해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개 학자로서 40대를 제대로 넘기지 못한 친구들이 50이 되면 경쟁력을 상실하고 학교 밖을 떠돈.. 2024. 4. 13.
(이대로라면) 끝내 이류로 그칠 한국 학계 필자도 이제 정년까지 한 손 손가락 조금 더 남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단행본으로 내고 정년 후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공부의 판을 새로 짜기 위해 자못 바쁘다 요즘. 어쨌건 필자도 연구 경력이 이제 30년을 바라보고 있어서 나름 이 판에서 오래 굴러먹던 경력이 쌓이게 되었다. 30년 동안 한국에서 연구라는 것을 해 보고 이제 앞길을 전망해 보자면, 미안하지만 우리나라 학문의 성장은 지금이 오를 수 있는 한계다. 우리나라 학계가 지금 절대로 국제무대에서 1류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결국 앞으로도 한국의 대학은 2류 언저리를 머물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필자가 비관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다 제쳐놓고 우리나라 대학에는 연구에 미친 놈이 별로 없다. 머리 좋은 사람은 많다. 오히려 머리 좋은.. 2024. 4. 12.
영감님들은 아침을 기다려야 필자가 젊은 시절 가끔 어른 중에는 엄청나게 빠른 시간에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분이 계셨다. 그냥 혼자 일과를 시작하면 좋은데 회의를 그때 한다. 그러니 아침 7시에 회의를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죽을 노릇이다. 젊은 시절 필자는 잠이 많아 그런 분들 보면 경외의 마음으로 대했다. 역시 성공한 분들은 다르구나. 저렇게 부지런 할 수 있다니. 한국경제에 엄청난 기여를 하신 위인 반열에 들어간 어떤 기업인도 새벽 5시에 온가족이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일과를 시작했다던가.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나서 보니 새벽 5시에 일과 시작하는것-. 아무 것도 아니다. 그때 되면 누가 말려도 눈이 떠진다. 나이가 들면 아침 일찍 일과시작하는 건 아무나 다 할 수 있더라 이거다. 대.. 2024. 4. 1.
노화와 사단칠정 사단칠정이라는 것이 있다. 맹자에 처음 나온다. 이 중에 칠정은 우리 맘에 구비된 사단이 외물을 만날 때 이에 반응하여 움직이며 만들어지는 맘속의 감정이다. 喜怒哀樂愛惡慾으로 맹자에는 쓰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이 칠정이 나이들며 남아 있는 정도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哀가 칠정 중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것 같다. 怒와 愛는 필자의 경우에는 빨리 증발하는 감정이다. 화가 나다가도 좀 지나면 잊어버린다. 愛도 비슷하여 확실히 젊은 시절의 愛와는 다르다고 느낀다. 제 삼자가 보면 인격이 원만해져 공자님이 말씀하신從心所欲不踰矩에 가까와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나이가 들면서 마음 속의 칠정이 말라버리는 것이다. 從心所欲不踰矩가 아니라 귀찮아서, 돌아서면 잊어버려서.. 2024. 4. 1.
육십 이후 계획의 함정 선배 교수의 부고를 받았다. 올해 벌써 두 번째 선배 교수의 부고인데 두 분 모두 정년 전에 삶을 마감하시게 되었다. 평균수명이 100세 시대가 열린다 어쩌고 하지만 이렇게 빨리 가시는 분들도 있고 보면 내 60 이후의 인생도 사실 알 수 없다. 60 이후의 삶을 준비한다고 부산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니까. 60이후의 인생계획은 그래서 노래가 끝나기 전에 누군가가 마이크 끄고 조명을 끄면 무대에서 갑자기 퇴장해야 하는 그런 계획인 셈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君子坦荡荡한 맘으로 무대의 불이 꺼질 때까지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겠다. 두 분 교수의 명복을 빈다. #노후 #노후준비 2024. 3. 31.
연구자의 마지막은 스토리로 장식해야 한다 일생 동안 밥만 먹으면 했던 연구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려고 했던 것인지 그 이야기를 써야 하는 시기가 바로 60 이후이다. 이 시점 이후에는 디테일보다는 전체를, 나무보다는 산을 봐야 하는 시기다. 팩트보다도 스토리를 써야 하는 시기다. 그러자면 닭을 잡던 칼을 버리고 소를 잡는 칼을 새로 장만해야 하고 심지어는 조리법도 달라져야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온다. 그러자면 지금까지 익숙해져 있던 연구의 습관을 폐기해야 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인데, 이것은 벼랑에 서서 첫 발을 떼야 비로소 안 보이던 다리가 나타나던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과 유사한 것이다. https://youtu.be/sBBbq2g7yf8?si=JiH3gk2vOnNmtN1k 이 시점이 되면 버려야 산다. 2024.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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