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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과 함께하는 paleopathology

개간, 산림파괴, 말라리아 (4)

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사실 말라리아는 21세기에도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질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말라리아 중에서는 비교적 치사율이 낮은 순한 넘 (P. vivax)이 창궐했기 때문에 이 병에 대한 경각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 사실 말라리아는 아직도 열대지역에서는 많은 수의 사망자를 낳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삼일열 말라리아의 세계적 분포. 열대지방에서 온대지방까지 걸쳐 있지만 과거보다 분포 지역이 많이 축소되었다.  


말라리아는 저개발국이나 개발 도상국의 경우 감염률이 높고 치사율도 높기 때문에 WHO 등 국제 보건 기구의 주요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말라리아 퇴치법에 획기적인 공헌을 한 의학자에게는 따라서 아직도 엄청난 찬사가 주어진다. 최근까지도 말라리아 연구자가 노벨 생리 의학상 수상자로 종종 선정된다는 사실은 이 질병에 관한 의학계의 관심을 잘 말해 주는 것이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중국의 Tu Youyou 박사도 말라리아 연구자이다. 

 

이처럼 21세기에도 아직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전염성 질병이므로 이 병이 왜 아직도 이렇게 창궐하고 쉽게 조절하기 어려운가 하는데 대해서는 의학계에서 관련 연구가 많이 나와 있다.


앞에서 말라리아 감염이 모기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모기가 번식하여 이를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인것이 말라리아 감염률을 낮추는데 가장 문제가 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누구나 제대로 배수 되지 않은 저습지, 늪, 호수, 개울의 존재가 말라리아에 관련이 높다고 떠올릴것이다. 모기의 유충이 이런 장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연상태 그대로 배수되지 않은 땅의 모습을 보여주는 러시아 어느 지역 항공사진. 

이 땅을 농경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고인 물부터 배수해야 할 것이다. 중세 이전 유럽 땅 많은 지역이 이러한 상태였다.



실제로 유럽사의 경우도 중세시대까지 제대로 배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저습지와 늪 지대가 중북부 유럽에 상당히 넓게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말라리아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북쪽까지 발생하여 그 당시 무려 핀란드 지역에 까지 이 병이 창궐하고 있었다고 한다.


말라리아라고 하면 열대지방에서 주로 발병하여 모기가 활동하기 어려운 추운 지방이라면 걱정 없을 것이라는 우리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핀란드의 말라리아 발생 지도. 18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도 여전히 핀란드에는 말라리아가 발생하고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현재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이런 저습지, 늪지대가 체계적으로 배수되고 관리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모기의 번식이 급격히 줄고 말라리아 감염률도 떨어지게 되어 오늘날 보는 것 처럼 지중해 연안으로 그 발생 지역이 위축되었다.  


자연상태 그대로의 저습지와 늪지대의 배수 관리는 농업기술 발전과 연관시키기 쉽다. 황무지로 버려진 땅을 개간하려면 곳곳에 물 웅덩이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을 배수시켜야 농경지로 바꿀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농경지의 확산, 개간 등의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게 되면 말라리아는 과연 줄어들까


방치된 저습지와 늪 등이 사라진다는 점만 따져본다면 농업이 진보하면 말라리아 발생은 어느 하나가 증가하면 다른 하나는 줄어드는 역상관관계 (negative correlation) 에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았다. 



고도로 집약적인 농경은 말라리아 모기를 급증시킨다  


20세기 후반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저개발국에는 고질적인 식량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서 농업생산을 비약적으로 올리고자 하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이들 나라에서는 농경지가 개간되고 수리시설을 늘리는 등 농업생산을 올리기 위한 기반 시설 확충이 많이 시도되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들 나라에서 농업 생산 기반 시설이 정비되면 될수록 말라리아가 줄기는 커녕 되려 더 늘어난 것이다. 


말라리아가 늘어났다는 것은 모기번식이 거의 억제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모기들은 어떻게 그 수를 불려갔던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저습지나 늪에서만 모기가 번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논을 생각해 보자. 논 물은 저습지 만큼이나 훌륭한 모기 번식처이다. 

저습지를 배수하여 개간하는 대신 그 지역에 논이 들어선다면 모기는 줄어들지 않고 말라리아는 줄지 않는다. 


특히 논과 밭이 공존하지 않고 쌀농사가 점점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전체 경작지에서 고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올라간다. 이는 말라리아 모기가 번식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확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경작지를 관리하게 되면 저습지만 배수하고 끝나는것이 아니라는 것도 중요하다. 농작물은 보다 많은 물을 필요로 하므로 수리시설이 오히려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농업용수의 저장고인 수리시설은 곧 모기가 쉽게 번식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소중한 농업용수도 모기의 서식처가 된다면 말라리아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인도 라키가리 마을의 저수지.  



또 한 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현대 의학자들이 말라리아가 번식하는 이유 중 하나로 산림훼손을 많이 지적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한번 보자. 


실제로 말라리아 모기는 산림이 울창한 지역보다는 산림이 파괴된 곳에서 보다 잘 번식한다. 


이런 현상은 아마존 유역에서 잘 증명된 바 있는데 원래 수가 많지 않던 말라리아 모기가 산림이 훼손되는 곳에서는 더 쉽게 번식하는 현상이 목격된 것이다. 흔히 울창한 산림에는 말라리아 모기가 들끓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이러한 현상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자주 목격된다고 한다. 말라리아 모기는 나무가 없는 곳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토지가 얼마나 산림에 덮여 있는가 하는 것이 말라리아 감염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곳에서도 확인되었다 한다. 




위성에서 본 북한 산하의 황폐화한 산림. 전체 면적의 40프로에 달하는 산림이 1985년 이후 급속도로 파괴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진행중인데 북한에서 말라리아 감염이 줄지 않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산림이 훼손되면 해당 지역 기온이 올라가는 등 말라리아가 번식하기 유리한 환경이 된다. 

(2) 산림을 농경지로 바꿀 경우 경작지를 평평하게 하는 작업을 수행하는데 이 과정이 물이 더 고이기 쉬운 구조를 만든다. 

(3) 농업생산에 필요한 여러가지 수리 시설도 함께 만들어 진다. 

(4) 여기에 산림을 훼손하여 바뀐 농경지가 많은 양의 물을 가둬 놓는 논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이처럼 현대 의학은 농업의 발전과 산림남벌, 개간이 말라리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창궐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