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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83

가을 만발한 경복궁 2018. 10. 23.
자라나는 흰머리 무슨 수로 막겠는가? 〈가을날 짓다[秋日作]〉 [조선) 정철(鄭澈, 1536~1593) / 기호철 譯解 산비는 밤에 들자 댓잎을 울리고풀벌레 가을 되자 침상에 오르네흐르는 세월 어찌 머물게 하리오자라는 흰머리 막지도 못하거늘 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流年那可駐? 白髮不禁長。 1, 2행 “산비는 밤에 들자 댓잎을 울리고, 풀벌레 가을 되자 침상에 오른다.[山雨夜鳴竹 草虫秋近床]”는 구절은 이미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의 《백련초해(百聯抄解)》와 작자 미상의 《추구(推句)》에도 수록되어 애송되는 것인데, ‘草虫秋近床’이 ‘草虫秋入床’으로 되어 있다. 2018. 10. 22.
가을은 어우동이다 화단은 꽃이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정감이 가지 아니한다. 너가 예쁜 줄 모르지 아니하되 찍어 바른 분 같고 끼워넣은 플라스틱 가슴만 같고, 보톡스 맞은 얼굴만 같아 볼 때뿐이로다. 그래서 미안하다. 그보단 차라리 담장 부여잡고 오른 담쟁이가 역광에 빚어내는 같은 붉음이 드글드글 내 속만 같아 괜시리 눈길이 더 간다. 가을은 어우동이다. 2018. 10. 17.
이모저모한 가을 꼭 들녘으로 나가야겠는가? 공장 주변을 돌아보니 오뉴월 소불알처럼 늘어지고 자줏빛 두툼한 목도리 둘렀는가 하면 수류탄 영글어 곧 터질 듯만 하며 조는 영글어 금방이라도 밥상에 오를 자세며 물건는듯 이 대빵 완두콩인지 뭔지는 소여물로 구유통 향하려 하고 희끗한 하늘 보기 부끄러워 목디스크 환자 마냥 고갤 수그리는데 언뜻 보니 아키시안 듯한데 자세히 보니 종자 다른 듯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벌개벗고 어셔옵셔 외치는 일밖에 없더라. 내 인생 삐끼도 아니요 기도도 아닐진댄 그댄 왜 벗었고 왜 몸뚱인 람보요 함에도 고추는 왜놈의 그것 같은고? 오늘 광화문은 이러구로 가을에 익어간다. 2018. 10. 17.
봄날보다 나은 가을날 한시, 계절의 노래(202) 가을 가사(秋詞) [唐] 유우석(劉禹錫) / 김영문 選譯評 옛날부터 가을 되면쓸쓸함을 슬퍼하나 가을날이 봄날보다더 낫다고 말 하리라 맑은 창공 학 한 마리구름 밀며 날아올라 시심을 이끌고푸른 하늘에 닿는구나 自古逢秋悲寂寥, 我言秋日勝春朝. 晴空一鶴排雲上, 便引詩情到碧宵. 가을은 적막하고 쓸쓸한 계절임에 틀림없지만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시인이 똑 같은 감정을 시에 쏟아 붓자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이 난무하게 되었다. 이런 추세에 대한 반발은 일찍부터 있었던 듯한데 유우석의 이 시도 그런 반발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일은 “끝 간 데까지 가면 반드시 반발이 일어나게 마련이다.(窮則必反.)” 슬픈 가을이 있으면 기쁜 가을도 있고, 공허한 가을이 있으면 알찬 가을.. 2018. 10. 15.
가을바람이 무슨 죄가 있다고 낙엽(落葉) [조선] 김우급(金友伋·1574~1643) / 기호철 譯 낙엽이 누구에게 말을 하는 듯한데 落葉如和語요즘 사람은 어리석어 듣지 못해요 今人聽不聰희미하게 들려오는 몇 마디 소리는 依微多少響온통 가을바람 원망하는 말뿐예요 無乃怨秋風(《추담집(秋潭集)》 권3) 2018.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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