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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83

동정호를 엄습한 가을 한시, 계절의 노래(196) 소상팔경(潇湘八景) 일곱째(其七) 동정호의 가을 달(洞庭秋月) [淸] 안념조(安念祖) / 김영문 選譯評 바람 맑고 달빛 하얀동정호 가을날에 만고 세월 호수 빛이덧없이 흘러가네 묻노니 지금까지유람 지친 나그네가 몇 번이나 술 잔 잡고악양루에 올랐던가 風淸月白洞庭秋, 萬古湖光空自流. 爲問從來遊倦客, 幾回把酒岳陽樓. 이태백이 달을 건지러 들어갔다는 동정호(洞庭湖)는 중국의 호남(湖南)과 호북(湖北)을 가르는 거대한 호수다. 중국 사람들은 흔히 800리 동정호라 부른다. 한강(漢江)과 장강(長江) 사이 거대한 소택지 운몽택(雲夢澤) 최남단에 위치하며 평야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장강은 직접 동정호로 흘러들지는 않지만 악양시(岳陽市) 인근에서 동정호 동북쪽 출.. 2018. 10. 12.
Be the reds 우리공장 옥상이다. 17층까지 대략 70미터. 옥상은 공원 녹지라, 이런저런 나무에 풀때기 자라니 이곳에 화살나무 몇 그루 붉음을 한창 탐하며 외치기를, Be the reds! 역광에 담아 보니 이 가을 온통 선지해장국이요, 선혈 낭자함이 구하라 손톱에 긁힌 그 친구 얼굴 상처가 뿜어낸 그 빛깔 같다. 캡틴아메리카마냥 70년 냉동인간 되었다 갓 깨어났더래면 화엄사 홍매라 했을진저. 부디 서리 맞을 때까지 살아남아 내 너를 보고는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외치고 싶다만, 내가 먼저 서리 세례구나. 냉동한 붉은 가슴 쓸어 풀고는 단심가丹心歌 부르고 싶노라 하는데, 옆에서 주목이 빙그레 웃더라. "난 살아 천년이요 죽어 천년이노라"라고. 2018. 10. 11.
남산공원 화살나무 찾아간 천불 단풍 절정을 보름쯤 앞둔 이맘쯤 나는 근 몇년 연속으로 남산공원을 같은 목적으로 탄다. 이곳 화살나무 단풍이 서울성곽과 어울려 오묘한 풍광을 빚곤 한다는 그 기억이 하도 강렬하기 때문이라, 나 혼자 그것을 즐기기엔 아깝다 해서 더러 그것을 공유하고픈 사람을 동행하기도 했더랬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동네 길목에 보니 해바라기 여물어 꽃잎 잃어버리곤 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듯 푹 고개 수그렸다. 공원에 들어선다. 뭐 이 천만 도시 도심 공원이 아무리 좋다 해도,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할 수는 없을 터, 그럼에도 인간계에선 이만한 곳 찾기가 쉽진 않다고는 해두자. 작년부턴가 이 공원 느낌이 확 달라졌는데, 내가 그리 좋아하는 화살나무는 꽤 많이 뽑아버렸음에 틀림없다. 나는 불타는 가을이 좋다. 내가 열이 많아선지 .. 2018. 10. 9.
세운상가 옥상에서 태풍이 지났다. 가뜩이나 불면증 시달린 나날들이라, 우중충함이 주는 그 늦은 낮잠에서 주섬주섬 깨어, 흐리멍덩한 몸뚱이 이끌고 나선다. 볕이 났다고 아들놈이 알려준다. 어디론가 나서야 했다. 1호선 남영역에 서니 역사 지붕 빈틈으로 파란물이 쏟아진다. 시내로 향한다. 종로3가 역에 내려 세운상가 쪽으로 향한다. 종로대로를 사이에 둔 세운상가 옥상에 오른다. 저 계단 아래로는 근자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난 조선시대 유적을 보존조치했다. 9층 옥상에 오르니 눈이 부시다. 우선 종로 방면을 본다. 아래로는 재개발을 기다리는 판자촌이 광할하다. 6.25 전쟁 이후 쏟아져 들어온 피난민들이 이룩한 그 판자촌에서 역사를 시작한다. 눈길을 오른쪽 정면으로 돌린다. 저 멀리 종묘 너머로 북한산이 보이고 다시 그 뒤편엔 .. 2018. 10. 6.
꽃에 깃든 가을 서리를 깔보고 고고한 절개를 자랑한다 해서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했던가? 보니, 국적 불명한 이 가을꽃 역시 그에 버금하니, 근자 주변에 흔히 보이는 이 꽃이 무어냐 물으니, 가우라(gaura)라 하는 분홍바늘꽃이라는데, 이르기를 미국 원산지로 2년생 또는 다년생 초본으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한다고 하거니와, 관상용으로 식재하며 자연상태에서 월동하며 자란다나 어쩐다나? 국화여, 긴장하라! 언제까지 연명 도씨 기대어 독고다이할 수는 없는 법, 적자생존으로 역사는 흘렀거니와, 그대 역시 넘버2, 넘버3로 밀려나지 말란 법은 하늘 땅 어디에도 없으리라. 2018. 10. 2.
시냇가에서 음미하는 가을 한시, 계절의 노래(189) 시냇가에서(溪上) [宋] 대복고(戴復古) / 김영문 選譯評 작은 누각 산뜻하게맑은 시내 마주한 곳 산들산들 서풍은저녁연기 쓸어가네 벽옥 물과 밝은 노을서로 함께 비춰주니 가을빛은 온전히석양 하늘에 모였네 小樓蕭灑面晴川, 嫋嫋西風掃暮煙. 碧水明霞兩相照, 秋光全在夕陽天. 다른 계절보다 가을 노을이 더 붉고 찬란한 까닭은 가을에 붉게 물들여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온 산천을 수놓는 단풍잎의 붉은색이 어디서 오겠는가? 저 저녁노을이 없으면 단풍이 물들지 못한다. 지금쯤 한창 무르익는 밤, 대추 빛깔도 거의 노을 물감에서 채색을 얻어온다. 특히 저녁 무렵 곱게 빛나는 주황색 감을 바라보면 알알이 스며든 노을빛에 황홀감이 느껴질 정도다. 억새 춤추는 산비탈 능금밭에는 반짝이는 능금 .. 2018.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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