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경주 괘릉
한시, 계절의 노래(202)
가을 가사(秋詞)
[唐] 유우석(劉禹錫) / 김영문 選譯評
옛날부터 가을 되면
쓸쓸함을 슬퍼하나
가을날이 봄날보다
더 낫다고 말 하리라
맑은 창공 학 한 마리
구름 밀며 날아올라
시심을 이끌고
푸른 하늘에 닿는구나
自古逢秋悲寂寥, 我言秋日勝春朝. 晴空一鶴排雲上, 便引詩情到碧宵.
가을은 적막하고 쓸쓸한 계절임에 틀림없지만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시인이 똑 같은 감정을 시에 쏟아 붓자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이 난무하게 되었다. 이런 추세에 대한 반발은 일찍부터 있었던 듯한데 유우석의 이 시도 그런 반발의 일단을 잘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일은 “끝 간 데까지 가면 반드시 반발이 일어나게 마련이다.(窮則必反.)” 슬픈 가을이 있으면 기쁜 가을도 있고, 공허한 가을이 있으면 알찬 가을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 가을이 슬프지 않은 이유를 유우석은 시심(詩心)을 품은 학이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오른 하얀 학의 자태가 눈이 시릴 정도다. 그런 학이 시심을 이끌고 높은 하늘로 날아올랐으므로 그 학이야말로 가을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창공에 울려 퍼지는 학의 노래가 투명한 가을 공기 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학이 시를 읊는 창공은 우주에서 가장 드넓은 시 낭송 무대다. 학조차 시인이 되는 계절, 모두들 좋아하는 시 한 수 읊으며 깊어가는 가을 속으로 들어가보시기를...
반응형
'漢詩 & 漢文&漢文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공의 비췻빛 옷깃을 적시고 (1) | 2018.10.17 |
---|---|
이 꽃 지면 다시 필 꽃 없음 서러워 (0) | 2018.10.15 |
찬 구름만 밤마다 날아드는 가을 산사山寺 (0) | 2018.10.14 |
오바이트 하지 마라 (3) | 2018.10.14 |
가을바람이 무슨 죄가 있다고 (0) | 2018.10.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