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국 교통 파업이 있다는 소식에 일정을 급변경해
오늘은 파도바를 유람키로 하고 어제는 예서 서쪽 가까운 지점 베로나Verona를 공략했다.
비둘기호로 네 정거장인가만에 한 시간 걸려 베로나 포르타 누오봐 Verona Porta Nuova 라는 역에서 내려 이곳저곳 갈 만한 데를 걸어서 종일 둘러보고선 저녁에 도로 파도바로 같은 기차로 귀환했다.
숙소까지 옮기면 좀 더 느긋하겠지만 아직 파도바는 조토 예배당 말고는 제대로 본 데가 없고
그와 함께 파도바시가 통합관리하는 시립박물관은 만만히 봤다가
그 컬렉션에 경악하고는 고고학 코너는 보지도 못했으며
성화 미술 코너만 보다 넋이 나가고 말았으니
그 컬렉션 규모가 세상에 우피치 필적할 만 했다.
그러니 이 시립박물관은 다시 가야 하고
무엇보다 파도바엔 세계 최초라 선전하는 해부학교실이 있고
또 세계 최초라 홍보하는 보타닉 가든 식물원도 있어 예까지 와서 그런 데다 도장조차 찍지 않을 수 없다.
베로나야 대개 다른 분들한테나 마찬가지로 기억될 듯한데
저 유명한 셰익스피어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무대가 되는 곳이라
두 가문 증오가 결국 춘향이 나이 어린 연인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것이어니와
그 두 가문 중 줄리엣 쪽 집이라 해서 그곳을 줄리엣 집이라 해서 선전하거니와
셰익스피어가 그곳이 구체로 어디다 얘기한 적도 물론 없고 그 이야기 원천은 내 옛날 희미한 기억에 그리스 신화 어디 아니었나 한다.
안종철 교수 전언에 의하면 지금의 집을 둘러싼 줄리엣 신화는 19세기에 만들어졌다 하는데
그 신화조차 셰익스피어를 소비하는 양태이며 그 역시 당당한 그 역사 중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 베로나까지 가서 어찌 그 현장을 외면하겠는가?
그건 신화 전설을 역사로 포섭하는 능력이 없는 실증주의 역사학도 소행일 뿐이다.
일단 뚜벅뚜벅 걸어 구글맵 따라 위선 그곳을 향했으니 역 기준 베로나 구심 중앙 동쪽으로 좀 치우친 북쪽 지점에 해당해서
실상 이곳을 기점으로 하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움직이기가 편할 듯 해서 그 코스를 잡았다.
베로나는 서쪽에서 흘러내린 아디제 강이 느닷없이 북쪽으로 흐름을 바꿨다가 다시 남하하면서 다시 동쪽으로 빠져나가는 꼭지지점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거니와
요런 식으로 생겼으니 저 아디제 강이 구심 기준으로는 해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강은 역시 북쪽이라 수량이 풍부했는데 강변에서 웃긴 게 이곳 청둥오리들은 이미 가축화해서
하도 사람들이 던져주는 빵쪼가리 공짜로 쳐먹는 버릇이 들어 가까이가도 도망도치지 않는다.
강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곳이라고 우리네 읍성이나 한양도성에 해당하는 city wall 이 없겠는가?
다만 이곳은 훼손이 극심해 문을 비롯한 잔해들만 남았다.
기차역은 그 남대문 밖이라 저 강끝까지 곧장 걸으면 30-40분 정도를 소요한다.
나는 중심을 관통했는데 그 중심 복판에 아주 잘 남은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이 있다.
천상 로마 콜로세움 판박이라 규모는 그보다 적기는 하나 보존상태는 아주 좋다.
안으로 들어갈까 했더니 무슨 행사준비 때문인지 문을 닫았으니
그 입구로 비친 내부, 혹은 밖에 걸린 내부 사진보니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이미 원형이라 할 만한 모습은 다 사라지고 현대화했고 천편일률이다.
인근에 이런저런 박물관 미술관이 많고 또 이곳 오페라가 유명하다더니
박물관인 줄 알고 잘못 들어선 곳이 오페라 공연장이라 어서 오라 손짓하며 프로그램 내미는데 보니 푸치니라 내 아무리 음악 문외한이래도 이런 여유는 앞으로는 부려봐야겠다 생각한다.
원형경기장 한 바꾸 돌며 사진 찍고 하고선 다시 북상해 줄리엣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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