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기억 사이에는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딸의 이름이 예술이다. '예술'은 인간들이 두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에 그들 믿음의 옷을 내걸어 전쟁의 깃발로 삼는 곳, 그 황량한 벌판에서 멀리 떨어져 자신의 거처를 마련해 놓았다. 오, 희망과 기억의 사랑스런 딸이여, 잠시 동안 나와 함께 있기를!
서혜숙 옮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켈트의 여명 : 신화와 민담과 판타지》, 임프린트 펭귄클래식 코리아, 2010. 3. 19. 1판 4쇄, 12쪽
번역만으로는 아무래도 예이츠 W. B. Yeats 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기는 힘들어 원문을 찾아봤다.
예이츠야 1939년 1월 28일에 沒했으니 저작권이 있을 리 없어 다행히 그의 The Celtic twilight 는 pdf를 제공한다.
보니 서문에 해당하는 글 말미에 보이는 저 구절 원문은 아래와 같다.
Hope and Memory have one daughter and her name is Art, and she has built her dwelling far from the desperate field where men hang out their garments upon forked boughs to be banners of battle. O beloved daughter of Hope and Memory, be with me for a while.
저 번역을 보면 문투로 인해 불명확하게 처리된 부분이 있고 번역가가 자의로 추가한 부분도 있으니 후자는 치명상이다. 나아가 오독한 대목도 있다.
간평한다.
hope는 문장 시작이라 그런지 모르나 memory가 art가 모두 대문자로 표기됐다. 이는 예이츠가 저 말들을 고유명사로 봤다는 뜻이다. 전자 둘은 부부 이름, 후자는 딸 이름으로 간주했다.
따라서 첫 부분은 hope와 memory 라는 이름의 부부가 딸 하나를 두었는데 그 딸은 이름이 art 라는 뜻이다. 이 딸은 아직 어리다.
그런 까닭에 이 딸이 사는 곳은 달라 전쟁터를 누비는 성인 남성들이 누비는 공간과는 다르다. 이 경우 men은 사람들이 아니라 남자들이며 어린 딸에 견주어 어른들로 봐야 한다.
그 어른들이 누비는 데는 desperate field 라 이 경우 desperate 는 앞에 나온 hope에 견주어 feeling that you have no hope and are ready to do anything to change the bad situation you are in 이니 절망이라는 말로 옮겨야 한다. field는 art라는 아리따운 딸이 사는 곳과는 본질로 다른 황량한 벌판이다.
그런 땅에서 men은 their garments를 forked boughs 에다가 벗어 hang out 하고는 banners of battle으로 삼고자 한다. garment는 그냥 옷이 아니라 특히 외투다. 뒤에 battle 라는 말이 보이니 군복이다.
남자 군인들이 전쟁할 적에 그 외투를 벗어서 두 갈래로 갈린 나뭇가지에 걸어두고서는 적진에다가 보이는 깃발 상징으로 삼는다는 뜻인 듯하다. hang out 이라 해서 굳이 예이츠가 out이라는 방향을 의미하는 부사를 쓴 까닭은 그것이 적들한테 내 보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art 라는 아리따운 딸을 낳은 부부 이름이 hope와 memory라는 표현은 예술은 바로 memory라는 과거를 곱씹어 반추하면서 hope 라는 미래를 설계 혹은 상상 혹은 구축하는 가운데서 태어난다는 뜻이다. 이 art는 현재다.
이런 분석을 통해 저 구절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제는 명확해졌다.
누누이 말하듯이 예이츠는 명구 제조기다. 저 구절 역시 인구에 회자하거니와, 정확한 번역이 필요하다. 내 옮김은 이렇다.
'희망'과 '기억'은 딸 하나를 두었으니, 그 딸 이름이 '예술'이라, '예술'은 남자 어른들이 두 갈래 나뭇가지에다가 그들의 외투를 내걸어 보이면서 전쟁의 깃발로 삼고자 하는 그런 절망의 들판에서는 아주 멀리 떨어진 데다가 자기 살 곳을 마련해 놓았다. 오, 희망과 기억의 사랑스런 딸이여, 잠시 동안 나와 함께하기를!
'English Liter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Speech after long silence by W. B. Yeats (1865~1939) (0) | 2024.01.02 |
---|---|
Among School Children BY WILLIAM BUTLER YEATS (0) | 2023.11.24 |
Original Text and Translations of The Canterbury Tales by Geoffrey Chaucer (0) | 2022.07.24 |
워즈워스에서 키츠까지, 간추린 영국 낭만주의 시인 다섯 마리 (1) | 2022.03.29 |
"알고도 바꾼 것은 없지만 기억 착란은 꽤 있을 것이다"는 William Butler Yeats 자서전 (0) | 2022.01.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