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워즈워스가 콜리지와 함께 《서정 민요시집(Lyrical Ballads)》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낭만주의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워즈워스는 콜리지와 함께 이 시집을 발간하였으며 전자는 보다 간소하고 소박한 언어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노래하려 한 반면에, 후자는 초자연적이고, 기이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그의 시 속에서 구현하고자 하였다. 콜리지의 시에는 이국정취와 마법의 세계, 꿈의 세계가 기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바이런은 초기에는 자신이 귀족 출신이듯이 포프의 뒤를 잇는 영웅시체 이행연구를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점차적으로 '해럴드 귀공자의 순례 (Childe Harold's Pigrimage)', '돈 주앙(Don Juan)' 등의 시들에 나타나듯이 사회 인습으로부터 좌절당한 외롭고 고독한 영혼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바이론적인 영웅의 모습을 창조해 낸다. 또한 그는 고독과 좌절에 뒤따른 세상에 대한 환멸과 우울, 그리고 냉소주의를 그의 시에 담아내었다.
셀리는 사회 체제에 대한 개혁을 주칭하는 예언자로서의 시인의 역할을 강조하였으며 인류 모두에게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Prometheus)가 되기를 자처하였다. 그는 인간의 선함을 믿었으며 그릇된 사회 제도와 환경이 인간을 타락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고통받는 인류에게 보다 나은 삶과 자유를 가져다 주고자 사회개혁을 주창한 가장 급진적인 성향의 혁명적 시인이었다. 월리엄 워즈워스처럼 셸리는 자연으로 회귀하였으나 자연 자체가 주는 위안감이나 도덕적인 심성의 안내자로서의 자연의 역할보다 고색창연하고, 변함없는 웅엄하고 장대한 알프스 산과 같은 비경을 마주하며 자연 속에서 존재를 초탈하는 절대자를 느낀다. 바로 이 초탈적인 순간 그는 플라톤적인 관념의 세계, 진리의 세계, 미의 세계를 그의 시속에서 포착해 낸다.
반면에 다른 낭만주의 시인들 중에서 가장 비천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항상 생계를 걱정해야 했던 존 키츠(John Keats)는 워즈워스처럼 무작정 자연으로의 회귀만으로 그의 정신적 공허함을 충족시킬 수 없었으며, 쉘리처럼 사회에 대한 울분과 저항으로 급진적인 사회개혁을 부르짖을 대담성도 없었다. 대신 그는 현실로부터 도피하여 그리스와 중세의 이상적 과거 속에서 현실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지고의 순간, 영겁의 순간을 발견한다. 요한 호이징거 (Johan Huizinga)가 현실이 너무나 비참하고 세계를 거부하는 일도 힘겨울 때 시인은 환상의 세계, 꿈의 세계로 빠져든다고 말한 것처럼(Le Dectin du Moyen Age, 최홍숙 역), 바로 키츠가 이러한 시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원히 정지된 초월적 순간도 그리 길지만은 않다. “나이팅게일에 부치는 노래"(Ode to a Nightingale)에서 그는 “이것이 한상일가, 아니면 백일몽인가? 그 음악은 사라졌고: 나는 깨어 있는가. 아니면 자고 있는가?"(Was it a vision, or a waking dream?/ Fled is that music: Do I wake or sleep?)라고 자문한다. 이처럼 그는 강렬한 상상력 속에서 황홀의 순간으리 맛보지만 그러한 환상의 순간이 영원할 수 없다다는 데 시인의 아픔이 있다. (윤희억 《영국문학의 이해 - 고대에서 현대까지-》, 지문당, 1999, 323~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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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문학에서 19세기 후반 이래 빅토리아시대 초반기에 이르는 기간 이른바 낭만주의 운동을 일으켰으며 그 복판에서 주역들로 활약한 다섯 시인의 특징을 간결하게 정리했으므로 전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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