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022 대학에 남으면 안되는 이들 필자가 대학 밥을 먹다 보니 내린 나름의 결론은 대학은 머리 좋은 사람들보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그건 다 아는 거고 원래 다 알던 거고 그게 왜 궁금하냐고 하는 사람들은 대개 얼마 안 되서 연구는 제쳐두고 바깥으로 나도는 꼴을 수도 없이 봤다. 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이것저것 궁금해 하는 사람들, 궁금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어쨌건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자기가 택한 주제를 끝까지 파들어가고, 나이 지긋해지면 그래도 일생 동안 판 주제로 책 몇 권이라도 남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학은 머리 좋은 사람보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남아야 한다. 공부에 관심이 없고 도통 궁금한 게 없다면 대학은 남아서는 안 된다. 2024. 10. 8. 조선시대 은비녀 조선시대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독물중독으로 죽었는지 판정하는 방법 중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쓴 방법이 은비녀를 쓴 방식이다. 원래 무원록 등지에는 이 방법 말고도 사망자 입에 밥을 넣어놓았다가 그 밥을 빼내어 닭을 줘서 먹게 한 후 죽는가를 보는 방법도 있었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중독된 닭을 먹고 사람이 죽는 경우가 나와서 이 방법은 영조 대 이후 안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은비녀는 사용법이 간단하다. 입과 항문에 넣어서 색이 변하면 독물 중독으로 판정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현대과학으로 볼 때 모든 종류의 "독물"에 색이 다 변하는가 하는 게 문제겠다. 조선시대에 독약으로 많이 쓰던 비상의 경우 화합물에 함유된 황화수소가 은과 반응을 일으켜 실제로 색이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자살용으로 .. 2024. 10. 8. 봉건적 학문의 잔재, 그리고 노벨상 일본 학문의 원형은 분명히 한반도에서, 중국에서 전해진 것이지만, 20세기 이전 동아시아-. 근대적 의미에서의 학자와 학문의 탄생은 에도시대 일본 외에는 없다. 동 시기 조선의 소위 "학자"들은 지금 한국의 근대적 학문 전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 "봉건적 학문의 잔재"를 완전히 척결 못하고 온 결과가 바로 아직도 한국 대학을 유령처럼 배회하는 "현실참여에의 강박"이다. 왜 한국의 학자들이 "현실참여에의 강박"을 가지고 끊임없이 정계 진출을 노리다 그 욕망이 충족되면 다시 학교나 학문으로 돌아와 학자 코스프레를 하다가 죽음을 맞는가. 한국의 학자들은 조선 유학자들의 정신적 후예이기 때문이다. 이 잔재가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완전히 척결되었어야 했는데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이 잔.. 2024. 10. 7. 노벨상 못 받는 이유, 조선시대에서 찾아야 이제는 노벨상 받을 만한 여력이 안 된다 포기해서 그런지 몰라도해마다 있던 수상자 설레발도 없다. 필자도 뭐 연구한다고 한 자락 깔아 놓은 사람으로서 필자가 공부한 분야가 노벨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그건 모르겠지만, 어쩄건 대학 밥을 먹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연구가 이 모양 이 꼴인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겠다. 한 가지 이제 필자의 대학교수 생활도 저 멀리 종착점이 보이는 마당에 한 마디 하자면,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대학의 연구 풍토 자체가 문제다. 뭐가 문제냐 하는 건 그동안 필자가 여기 가끔 써 두었기 때문에 그게 뭐냐 하는 건 다시 부연할 필요도 없겠고, 정말 문제는, 우리나라가 지금 학문의 발전, 대학의 발전이 지지부진한 이유는사실은 일제시대를 넘어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설명 가능.. 2024. 10. 7. 구한말의 가축: 있는 그대로 보고 이유를 찾아라 앞에서도 썼지만, 구한말 가축을 보면, 소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외국인이 찬상한다. 유순하고 힘이 좋고 말도 잘 듣는다. 몸도 크다. 농사소로는 최고다. 말은 이구동성으로 조랑말이라 한다. 성격은 좋지 않다. 놔두면 마굿간에서 자기들끼리도 싸우고 수틀리면 마부 말도 안듣는다. 그런데 적게 먹어도 멀리간다. 여물도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는 경우가 있다. 놔 주면 알아서 주변에서 먹고 온다. 힘도 좋다. 돼지는 작다. 먹을 것도 없다. 까맣다. 성장도 느리다. 왜 키우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숫자도 많지 않아 한 집에 한두 마리 정도다. 돼지는 일제에 의해 무쓸모의 열등 종자로 공격받은 대표적 토종 가축이다. 닭은 알을 많이 낳지 못한다. 그래도 키운다. 들에는 꿩이 많아 닭고기 대신 꿩고기를 더 많이 먹고 .. 2024. 10. 6. 식용이 되어버린 개 개는 모든 가축 중 가장 오래전에 인간에게 길들여진 역사가 있어 농사가 시작되기전 이미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농경사회로 진입하기 이전부터 사람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 동물은 개가 유일하다. 그리고 수렵사회의 시기에는 개는 대개 죽은 후에 따로 매장하였고 사냥개로 같이 활동하는 시간도 길어 사람들과 일종의 감정적 유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개를 먹지 않고 죽은 후 매장하는 것인데, 이러한 현상은 일본에서도 보이고, 한국도 신석기시대에는 개를 먹지 않고 매장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던 것이 농경이 시작되면서 개를 잡아 먹기 시작하는데, 이는 개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어 이전처럼 감정적 연대를 형성할 기회가 많이 줄어든 탓일 것이라 본다. 일본도 조몬시대에는 개를 매장하다.. 2024. 10. 6.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33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