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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285

[역사가와 인과관계]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평상시의 음주량 이상을 마시고 파티에서 돌아오고 있던 존스는 거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컴컴한 길모퉁이에서, 나중에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된 차로 로빈슨을 치어 죽였는데, 로빈슨은 마침 그 길모퉁이에 있는 가게에서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건너던 중이었다. 혼란이 수습된 후 우리는, 예컨대 지방 경찰서 같은 곳에 모여서 그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게 된다. 그것은 운전자가 반쯤 취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는가? ― 그럴 경우 형사 소추가 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결함이 있는 브레이크 때문이었는가? ― 그럴 경우 겨우 1주일 전에 그 차를 정밀 검사한 수리점에 대해 무엇인가 조치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컴컴한 길모퉁이 때문이었는가? ― 그럴 경우 도로를 관리하는 당국이 문제점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소환될 것.. 2022. 11. 3.
1927년 간행된 《열성어진(列聖御眞)》에 실린 임금님들이라는데.. *** 편집자주 *** 이성계만 현존 초상에 근접하며 영종이라 한 영조, 그리고 철종도 현전 어진과는 거리가 멀다. 나머지는 현존 초상이 없고 세조만 해인사 소장 어느 그림이 그의 초상이라 하나 암튼 그와도 다르다. 삼재도회에 수록된 중국 역대 제왕 그림들을 짬뽕해서 만든 듯 하다. 2022. 8. 1.
너무 아는 게 많아 신하들이 개고생한 영조 장수한 영조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한 어제시문을 남겼다. 중요한 책의 서문은 거의 다 썼고, 백성에게 포고한 윤음도 거의 모두 직접 지었다. 보통 윤음은 지제교에게 짓게 한다. 정조 《홍재전서》에 친제문으로 실린 글을 《승정원일기》에서 찾아보면 지제교 아무개가 지었다고 되어 있어 거의가 대작이다. 시문을 보면서 일부만 떼어서 각각 책 한권으로 구성할 것들이 적지 않다. 치료차 온양온천을 오가며 남긴 시문은 그대로 하나의 여행기가 되고, 생모 숙빈 최씨를 모신 소령원 제실에서 책을 읽고 직접 농사도 지으면서 남긴 수많은 시문들은 단지 생모에 대한 애뜻함에 그치지 않는다. 영조는 죽을 때까지 책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읽고 쓰고 사유했다. 사실상 지식 수준도 집권 시기 내로라하는 경연관을 능가해서 경연 때마다.. 2022. 7. 24.
《퇴고필지推稿必知》, 한문고전의 번역 지침서 고전번역지원협력사업 고전번역지원협력사업 support.itkc.or.kr 아무리 문리가 뛰어나도 한문을 번역할 때 갖은 실수를 하게 된다. 특히 용어나 관직 체계, 지명, 전거에서 엉뚱한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만든 《퇴고필지推稿必知》라는 책이 참조가 된다. 이 책을 기획한 정영미 선생과 증보판까지 낸 이후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이루지 못했다. 참고로 제목은 내가 지었다. 2022. 7. 24.
부안 소요암을 찾아서 in 1743 by 황윤석 이재(頤齋)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이 15살 때 고창군 부안면 소요암을 찾아 지은 시이다. 짜임새가 돋보이지는 않아도 가을날 소요암을 찾은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소요산 바위에 걸린 소요사 아래엔 미당 서정주 문학관이 있다. 〈소요암을 유람하며 1743년(영조 19)[遊逍遙庵 癸亥]〉 소요암이라는 오래된 절간 하나 逍遙一古殿 천 길 아래 푸른 바다 굽어보네 千仞俯滄潯 풍경 소리 높은 벼랑 메아리치고 風磬崖顚響 가을 종소리 나무 끝에서 운다 霜鐘木末音 쪼그리고 앉은 불상은 말이 없고 寂寥蹲佛貌 앉아 참선한 마음 맑고 깨끗하오 淸淨坐禪心 나야 원래 처음 찾는 손님 아니라 我本非生客 한가히 홀로 스스로 찾아왔다오 閒來獨自尋 2022. 7. 23.
맹금, 그 종류와 이름〔鷙鳥名〕 우중에 저 먼 나무에서 꼼짝도 않고 앉은 매는 기품이 있다. 옛사람이 매과 새를 일컫는 이름은 다양하다. 제대로 암기하려고 했지만 항상 실패한다. 영재(泠齋)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의 《고운당필기(古芸堂筆記)》에 수록된 〈맹금의 이름〔鷙鳥名〕〉을 보면 매과 새의 우리말 이름을 알 수 있다. “맹금은 종류가 매우 많다. 매 중에 그해에 태어나 길들인 것을 ‘보라매[甫羅鷹]’라고 하는데, 보라는 담홍색(淡紅色)의 우리말인즉 보라매가 깃털 색이 옅기 때문이다. 산에서 여러 해를 산 것을 ‘산지니[山陳]’라고 하고, 집에서 여러 해 기른 것을 ‘수지니[手陳]’라고 한다. 매 중에 가장 뛰어나고 털이 흰 것을 ‘송골(松鶻)’이라고 하고, 푸른 것을 ‘해동청(海東靑)’이라고 한다. 수리 중에 몸집이 작.. 2022.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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