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275 유건儒巾과 정자관程子冠 제향할 때 쓰는 유건儒巾을 앞뒤를 잘 몰라 거꾸로 쓰는 이가 적지 않다. 심지어 한학자인척 폼잡느라 한복 입고 다니는 이 가운데 거꾸로 쓴 경우도 많다. 유건은 민자건民字巾이라고 하는데 유생이 평소 쓰는 모자로 서원, 사당의 제향에서는 이를 쓴다. 그리고 양반이나 서당 훈장 등이 쓰는 정자관程子冠이라는 것이 있다. 사극에 자주 등장하므로 전에 내가 썼을 때 조카가 대감모자라고 했다. 선조모께서 장만해 준 게 어딘가 들어 있을 텐데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집밖에서는 쓰지 않고 제향에도 써서는 안된다. 2022. 11. 13. 이재난고, 실학자로 포장된 성리학도 황윤석의 일기 학자들은 이재 황윤석을 실학자라고 주장하지만 철저한 성리학자였다. 그의 실사구시 자세가 바로 성리학자의 기본이었으나 그에 대한 몰이해로 그를 실학자라는 틀에 구겨 넣으려고 한다. 그의 《이재난고》는 독특한 일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그는 한 번 쓰면 화석처럼 퇴적되어버리는 일기를 쓰지 않으려고 했다. 작성된 일기를 이후에도 자꾸 수정 보완하여 완성된 연구노트를 만들고자 했다. 그가 일기를 쓸 때 시종 견지한 태도를 《이재난고》 권17 에 적어두었으니, "조정의 일을 쓰지 않고, 잡스러운 사람의 말을 쓰지 않고, 성인의 말씀이 아니면 쓰지 않고, 허원한 주장을 쓰지 않는다.[勿書朝廷事 勿書雜人語 勿書非聖言 勿書虛遠說]" 는 것이었다. *** 편집자주 성리학과 실학을 맞장뜨게 하는 구도는 .. 2022. 11. 11. [역사가와 인과관계]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평상시의 음주량 이상을 마시고 파티에서 돌아오고 있던 존스는 거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컴컴한 길모퉁이에서, 나중에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된 차로 로빈슨을 치어 죽였는데, 로빈슨은 마침 그 길모퉁이에 있는 가게에서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건너던 중이었다. 혼란이 수습된 후 우리는, 예컨대 지방 경찰서 같은 곳에 모여서 그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게 된다. 그것은 운전자가 반쯤 취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는가? ― 그럴 경우 형사 소추가 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결함이 있는 브레이크 때문이었는가? ― 그럴 경우 겨우 1주일 전에 그 차를 정밀 검사한 수리점에 대해 무엇인가 조치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컴컴한 길모퉁이 때문이었는가? ― 그럴 경우 도로를 관리하는 당국이 문제점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소환될 것.. 2022. 11. 3. 1927년 간행된 《열성어진(列聖御眞)》에 실린 임금님들이라는데.. *** 편집자주 *** 이성계만 현존 초상에 근접하며 영종이라 한 영조, 그리고 철종도 현전 어진과는 거리가 멀다. 나머지는 현존 초상이 없고 세조만 해인사 소장 어느 그림이 그의 초상이라 하나 암튼 그와도 다르다. 삼재도회에 수록된 중국 역대 제왕 그림들을 짬뽕해서 만든 듯 하다. 2022. 8. 1. 너무 아는 게 많아 신하들이 개고생한 영조 장수한 영조는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한 어제시문을 남겼다. 중요한 책의 서문은 거의 다 썼고, 백성에게 포고한 윤음도 거의 모두 직접 지었다. 보통 윤음은 지제교에게 짓게 한다. 정조 《홍재전서》에 친제문으로 실린 글을 《승정원일기》에서 찾아보면 지제교 아무개가 지었다고 되어 있어 거의가 대작이다. 시문을 보면서 일부만 떼어서 각각 책 한권으로 구성할 것들이 적지 않다. 치료차 온양온천을 오가며 남긴 시문은 그대로 하나의 여행기가 되고, 생모 숙빈 최씨를 모신 소령원 제실에서 책을 읽고 직접 농사도 지으면서 남긴 수많은 시문들은 단지 생모에 대한 애뜻함에 그치지 않는다. 영조는 죽을 때까지 책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읽고 쓰고 사유했다. 사실상 지식 수준도 집권 시기 내로라하는 경연관을 능가해서 경연 때마다.. 2022. 7. 24. 《퇴고필지推稿必知》, 한문고전의 번역 지침서 고전번역지원협력사업 고전번역지원협력사업 support.itkc.or.kr 아무리 문리가 뛰어나도 한문을 번역할 때 갖은 실수를 하게 된다. 특히 용어나 관직 체계, 지명, 전거에서 엉뚱한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만든 《퇴고필지推稿必知》라는 책이 참조가 된다. 이 책을 기획한 정영미 선생과 증보판까지 낸 이후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이루지 못했다. 참고로 제목은 내가 지었다. 2022. 7. 24. 이전 1 2 3 4 5 6 7 ··· 4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