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변신은 숙명, 내가 화학을 심각히 고민한 이유

by taeshik.kim 2023. 7. 11.
반응형

앞선 많은 글에서 나는 작금 학계 풍토를 성토하며 변해야 함을 역설했거니와 그런 나는 도대체 어떤 점에서 새로운 것들을 던졌냐 자문하면 결국 공중에다 대놓고 침을 뱉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한창 그 돌파구로써 도교를 착목하면서 이른바 신라 화랑도란 것도 알고 보면 간단해서 위진남북조시대 중국대륙을 강타한 도교 일파 중 신천사도 오두미도의 신라식 버전이며

나아가 비슷한 맥락에서 도교학은 실상 90프로가 약물학, 특히 우리가 한의학이라 요새는 통칭하는 그 약학임을 주창하며 무엇보다 신라 적석목곽분을 수놓는 그 무수한 금은옥金銀玉 역시 광물로서 약물이기도 하다는 점을 소리 높여 외치고

또 한편으로는 그 신학의 발현이라는 측면에서 이른바 진흥왕순수비는 봉선대전의 기념물이요, 훗날 주로 송대 이후 도교 만신의 최고 우두머리 옥황상제 등장 이전 그 최고 신격 천황대제天皇大帝가 신라사회에 빈출함을 이상히 여기면서 마침내 신라 중하대 이래 신라김씨 시조로 논급하는 김알지가 태조 성한星漢이라는 천황대제로 논급된 이유는

실로 싱겁게도 성한 이라는 말 자체에 있음을 알고는 허탈하기 짝이 없었으니

그러한 것들을 나로선 못내 파천황이라 자부하며 우쭐해한 기억도 있다.


Mercury sulfide 황화수은


그런 나를 두고 언제인가 학술대회 토론장에서 어떤 저명한 중진 고대사학도가

당신이 하는 말들이 역사학이요?

하는 말까지 들었으니, 그 말에 분기탱천해서는 나는 당신들이 하는 것들이 역사라 생각해 본 적 없다 일갈하기도 했거니와

과학이 급속도로 역사고고학을 파고든 이 시점, 이제 정통 역사학과 고고학은 기존으로는 암것도 할 수 없는 시대임을 절감했으니

지금이야 저들 과학이 주변에 머물며 기존 학문의 시녀 역할에 만족하지만 언젠가는 저들이 당당한 주체로 설 날이 임박했다고 보거니와

고인류학이 대표라 이미 이 부문은 신동훈 교수가 절대지존을 구가하며 고고학에 기생하는 분석도구가 아님을 웅변한다.

발굴현장에 출현하는 나무 식물류가 지금은 보조요 과학이 지금 하는 일은 수종 분석에 지나지 않으나 이것도 이미 박상진 선생이 수십년째 독패를 구가하며 별도 학문으로 독립했다.

역사학도 고고학도 주류가 바뀌어야 한다. 작금과 같은 학문으로 무슨 세계시장에 경쟁력이 있겠으며 그러니 맨 양식타령 축조기술 타령이나 일삼으며 내국용, 혹은 일본친구들 불러다가 국제학술대회니 하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마스터베이션 세미나의 굿판을 벌릴 뿐이다.

앞서 말한 저 무렵 결국 중단하고 말았지만 내가 한때 심각히 화학을 전문으로 하고 싶은 때가 있었다. 약학과 연동한 뭐랄까 약화학이랄까 하는 그런 공부 말이다.

내가 매양 논급하는 주사 진사 단사는 주성분이 황과 수은인 황화수은 HgS 이며 다시 황은 무엇이고 수은은 또 무슨 개뼉다귀인지 궁금해 미칠 노릇이라

그리하여 고교 화학책을 다시 사다놓고는 원소주기율표를 다시 외기도 하며 수십년만에 재우한 벤젠 육각 분자식이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그러다 광물지질도 뺄 수가 없어 이쪽으로 몸을 담그려다 지질자원연구원 어느 지인 형님한테 물으니 아서라 것도 때가 있어 아주 어린 시절에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좌절한 기억이 또렷하다.

돌이켜 보면 시끄럽기만 했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판 것 없이 예까지 흘러들고 말았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변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 변하는 데서 새로움이 분출된다는 언명 뿐이다.

변하지 않음 너가 죽고 내가 죽는다.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쿠데타가 있을 뿐이다.

변하지 않는 저놈들 역사학도 고고학도는 몰아내야 한다.

전라도천년사 사태? 웃기는 소리하지 마라.

변함이 없는 기존 학문에 대한 반란이다. 

물론 그네들이 유사역사학 사이비역사학이라 하는 쪽에서 가하는 공격은 부당하기 짝이 없는 데가 대부분이나, 그렇다고 그에 받아치는 이른바 정통 강단역사학이 내가 더 증오스런 이유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백년 전 제국주의 시대 일본 역사학도들이 주창한 그 줄기에서 단 한 줄 어긋남없이 그 문제의식, 그 접근방식 그대로 답습한 그것을 백년이 지나 되풀이하는 모습에는 돌부처도 얼굴을 돌리고 만다. 

백년 뒤 내가 하는 일이 고작 금서룡 말송보화 각주 작업이란 말인가? 내가 하는 일이 이병도 이기백 각주 보태기란 말인가? 

끌어엎어야 한다. 금서룡 말송보화는 말할 것도 없고 이병도 이기백 또한 깡그리 전복하고 관뚜껑 철못으로 박고 구릿물까지 부어 아예 부활할 기미조차 없애 버리고 새판을 짜야 할 것 아닌가? 

변신 만이 살 길이다. 이는 끌리오로부터의 지상명령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