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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027

여행길이 폭로하는 조선의 이른바 선물경제 '선물경제'라는 말이 있다. 조선 후기, 17-18세기 경제가 화폐경제가 아니라 사대부들 사이의 선물 증여와 수수로 이루어진 선물경제더라, 이런 이야기인데 실제로 이 당시 조선시대 일기를 읽어보면 돈을 주고 필수품을 조달한 것보다는 집안마다 선물을 주고 받아 충족한 현상이 뚜렷이 보인다. 일종의 물물교환이라 하겠지만 선비들끼리인지 예의를 갖추어 물물교환한다. 그것이 선물경제이지 뭐 딴 것 없을 것 같다. 이 선물경제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것은 조선시대 여행길이다. 부북일기 같은 당시 여행 모습을 보여주는 희귀한 기록을 보면, 경상도에서 함경도까지 부방하러 가는 군관이 여행길에서 지급한 것은 돈이 아니다. 현물이다. 그리고 여로에는 상업적으로 발달한 숙소가 없다. 때로는 그 동네 사대부의 집에서 묵기도 하.. 2023. 10. 6.
고약, 조개 껍질의 미시사 역사라는 것을 과연 거시사와 미시사로 구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 굴껍질도 나름의 "미시사"가 있다. 에도시대에는 이 조개 껍질 안쪽 푹 패인 곳에 고약을 담아 팔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약 하면 "이명래 고약"을 떠올리겠지만, 에도시대에는 장거리 여행과 화폐경제가 발달하다 보니 각종 고약을 많이 팔았던 모양이다. 그 중 유명한 것이 여행자들이 많이 사서 들고다녔다는 천리고라는 것인데, 이 고약을 에도시대에는 조개껍질 안쪽에 담아 팔았다고 한다. 東海道中膝栗毛에도 주인공들이 길을 떠나기 전에 조개껍질에 담아 파는 천리고를 챙기는 장면이 나온다. 조개껍질의 미시사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고약을 어디다 담아서 팔았을까? 아쉽게도 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2023. 10. 5.
매운맛에는 후진기어가 없다 필자가 처음 미국 갔던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미국에는 매운 음식이 거의 없었다. LA에도 멕시칸 음식이 없을 때라 핫소스 핫도그에 몇 번 뿌리고는 백인 친구들 맵다고 호들갑 떨 때였다. 학회 때 점심 먹으러 가 보면 온 식당에 치즈 범벅이었다. 요즘.. 멕시코와 한식의 이중 폭격으로 매년 갈 때마다 미국 음식에 매운 정도가 올라가는 듯 하다. 라면. 한국 라면 요즘 정상 아니다. 한국인인 나도 매워서 못먹을 정도로 매운맛이 폭주하고 있는데 그걸 또 맛있다고 미국인들이 먹는다. 매운맛에는 후진기어가 없다.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간다. 매운맛에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매운맛은 올렸으면 올렸지 낮출 수가 없다. 한국 음식도 원래 맵지 않은 시대가 있었을 터인데 어느날 고추를 접하고부터 점점 매워지기 시.. 2023. 10. 5.
미군정기의 대학 승격 붐 미군정기는 혼란의 시기로만 보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교육제도에 있어서는 미군정은 일본에 진주한 GHQ와 보조를 같이하여 조선도 6-3-3-4로 학제개혁을 서둘렀고, 일제시대 내내 전문학교에 머물러 있던 대학들을 통폐합하여 해방된지 2년만에 정규대학을 17개를 무더기로 인가했다. 1947년 10월 현재 인가가 난 데를 보면, 서울대, 연대, 고대, 이대, 세브란스의대, 동국대, 성균관대, 성신대, 중앙여대, 부산대, 대구사범, 대구농대, 대구의대, 대구대, 광주의대, 청주상대, 춘천농대 등을 무더기로 4년제 정규대학으로 끌어 올렸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인 1947년 하반기에 이미 정규대학이 17개가 설립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할 것이다. 해방이후 남한의 교육제도 .. 2023. 10. 4.
제국대학의 기원 (3) 일본과 한국의 교육제도에서 가장 큰 차이는,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관학위주를 고수했지만 한국은 고등교육일수록 사립대학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서울대를 제외하면 국공립대는 사립대에 대부분 뒤쳐지고 있는데 이는 일본과 가장 큰 차이가 된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교육제도의 확충에 있어 다음 단계를 밟았다. (1) 대학 설치 (유일의 대학, 후일의 동경제대) (2) 제국대학령. 동경제대 이외의 제국대학 설치 시작. (3) 대학령. 제국대학 이외에 관립, 사립 대학의 설치 가능하게 됨. (3) 단계에 이르러서 이전까지 전문학교였던 관립, 사립 학교들이 대거 정규 대학으로 승격되었다. 반면에 한국은 해방이후 미군정-자유당-공화당을 거치면서 대학교육이 크게 확충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국립대와 사립대.. 2023. 10. 4.
제국대학의 기원 (2): 동경대학 앞에서 쓴 것 처럼 동경대학은 메이지 이후 신정부가 막부가 운영하던 3개 기관을 합쳐서 탄생하였다. 창평판학문소昌平坂学問所、개성소開成所、의학소医学所 이 3개 기관이 그것으로, 이 중 昌平坂学問所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3개 기관이라고 했지만, 위 세 기관 중 막부 당시 위상에 있어 昌平坂学問所와 나머지 두 기관은 위상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에도 막부 초기에 임라산 하야시 라잔 林羅山 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나라 강항과 교류하여 일본 성리학의 "사실상의 개조" 역할을 한 사람이 후지와라 세이카 藤原惺窩 인데, 이 후지와라 세이카의 교유를 받은 사람이 바로 하야시 라잔이다. 하야시 라잔이야말로 성리학을 에도시대 일본의 관학으로 만든 절대적 공로가 있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이에야스.. 202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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