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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027

돼지: 우리에 키울 것인가 놔서 기를 것인가 필자가 인도에 가서 보고 제일 황당했던 것 중의 하나는 키우는 돼지가 우리에 있는 게 아니라 온 마을을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온 동네를 다 뒤지고 다니면서 주로 쓰레기 통을 섭렵해서 먹고사는 것 같았다. 공식적으로 인도인들은 고기를 안먹는 채식주의를 표방하다 보니 이 돼지는 잡아먹는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과연 그럴지? 필자가 보기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렇게 돼지는 놔서 키우는 것 같았다. 최근에 돼지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돼지를 우리에 가둬 키우는 것보다 개처럼 놔서 키우는 전통이 있는 지역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았다. 유럽만 해도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에는 모두 돼지를 놔서 키웠다고 하니 심지어는 도시에도 거리마다 싸돌아다니는 돼지 천지였다는 이야기라. 돼지를 우리에 가둘 것인가 아니.. 2023. 10. 10.
소와 말, 닭이 없는 농촌 우리나라 농촌은 자연과는 거리가 멀다는 외침을 김단장께서 계속 반복 주입하고 있거니와, 당연히 지금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농촌의 정경은 "산업화의 산물"이다. 아니 조선시대의 농촌 풍경 역시 "근세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청동기시대의 농촌은 이렇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국지 동이전을 보면, 種禾稻·紵麻, 蠶桑·緝績, 出細紵· . 其地無牛馬虎豹羊鵲. 이라 하여 왜의 정경을 묘사하되, 쌀농사, 양잠까지 하고 있지만 소와 말이 없는 상황을 쓰고 있거니와 이 당시 한반도는 남부지역까지 이미 소와 말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한반도에 소와 말이 언제부터 있었을까? 쌀농사가 시작되면서부터일까? 그것이 아니었을 것이라 본다. 우리가 아는 농촌의 여러 구성요소들은 일거에 몽땅 들어와 이식된 것이 아니고 들어온.. 2023. 10. 9.
고고학에 드리는 고언 (6): 아웃소싱 *** Editor's Note *** 필자가 이 글을 통해 주창하는 요지는 고고학은 자연과학과 접목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며 실제 외국 주요 대학 고고학과 교수진 구성 혹은 전공을 봐도 실상 고고학은 자연과학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고고학 현실은 어떤가? 자연과학에 퉁치는 부문들은 우리가 할 일 아니라고 그 바깥 세계에다 던져버린다는 것이니 이리 되니 고고학이 스스로 제밥 그릇을 차버리고 스스로 협소함에 갇히고 말았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나아가 이 부문은 고고학과 협업하는 자연과학, 곧 문화재업게선 보존과학이라 통칭하는 분야의 한계와도 밀접한데 이 대목은 편집자가 따로 할당해서 별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고고학에 드리는 고언 마지막 이야기다. 이 이야기도 아주 오랫동안 고고학을.. 2023. 10. 8.
고고학에 드리는 고언 (5): 영문 사용의 문제 영문 사용의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부연해 본다. 필자는 지금까지 쓴 논문 대부분이 영문으로 되어 있어 한글 논문이 별로 없다. 이는 필자가 활동한 30-50대까지의 학술논문 출판 환경과도 관련이 있는데, 일단 국내에 묶이지 않고 국제적으로 관련 학자들과 교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에는 영문 논문 출판이 아니고서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10년 전만 해도 필자는 우리나라 국문학술지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막론하고 영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의 강력한 옹호자였다. 그런데 요즘 시대가 바뀐다는 것을 절감하여 이 부분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필자의 최근 경험을 하나 이야기 해본다. 필자는 최근 이름을 대면 알 수 있는 일본 고고학 잡지 특집호를 하나 일본학자와 함께 편집하고 있는데, 해당 특.. 2023. 10. 8.
고고학에 드리는 고언 (4): 학술지의 문제 이 부분은 필자와는 전공 분야를 달리하는데 꼭 고언 할 필요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필자처럼 이제 더 이상 고고학 관련 작업을 하지 않을 사람이 아니면 이에 대해 언급이 나오지 않을것 같아 여기 적어두고자 한다. 고고학 관련 학술지에 대해서이다. (1) 먼저 고고학계에는 소위 플랙십 저널 (flagship journal)이라고 부를 만한 유력지가 3-4 종 있다고 생각하는데, 몇몇 유력지 논문의 경우 온라인 노출이 원천적으로 거의 안되는 경우를 본다. 과거 필자가 젊은 시절만 해도 연구논문을 따로 서칭엔진을 만들어 검색 가능하게 한 MEDLINE이나 PUBMED 등이 의학계에서는 유력했는데, 요즘은 구글링이 워낙 강력해서 이런 서칭엔진도 별로 의미 없어진 것 아닌가 느낄 때가 많다. 구글링에 검색.. 2023. 10. 8.
고고학에 드리는 고언 (3): 발굴보고서는 빅데이터 필자가 기회가 닿으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가 발굴보고서를 빅데이터 삼아 최신 통계기법을 총동원해 한 번 돌려보는 것이었다. 결국 생각에만 그치고 고고학과 인연이 다하게 되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 떠나는 마당에 글을 남겨 둔다. 우리나라 발굴보고서-.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아마 최근 10년치만 모아놔도 전세계 고고학계의 전무후무한 빅데이터-. 현대 인문학의 팔만대장경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발굴 보고서는 조선시대로 친다면 史草다. 이 사초를 지금처럼 둬서는 안되고, 디지털화해서 데이터셋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이 보고서의 디지털화, DB화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전 세계가 경악할 만한 업적이 여기서 줄줄이 나올 것이다. 한국 고고학이 일약 세계 고고학계의 최선두로 나설 수 있.. 2023.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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