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023 남루한 기억에 대하여 일을 하다 짬을 내어 사무실 정리를 오래간만에 했다. 버려야 할 것을 솎아 내어 보니 정말 아무도 안 들고 갈 만큼 남루한 쓰레기로 볼 수밖에 없는 물건만 보였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느끼는 생각은 폐기하는 쓰레기도 주인의 나이에 비례하여 점점 남루해진다는 것이다. 세월이 경과한 때문도 있고, 대개 오래된 것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그 물건에 담긴 기억이 아까와서인데 그러다 보니 나중에 버릴 때 보면 쓰레기도 그런 쓰레기가 없다. 정리할 때 버리지 못하는 것은 기억이 아까와서인데 나이가 들수록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깔끔하게 주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젊었을 때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나이가 들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옆에서 보기에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마음이 덩달아 남루해지는 것 .. 2024. 8. 27. 보신전쟁戊辰戦争: 무사도의 민낯 (1) 목숨은 건진 조슈와 사쓰마 앞에서 에도 막부는 막부의 존속을 위협하는 반란에 대해막부의 개부 초기부터 이를 대비했고, 영주의 분봉과 직속 무사의 배양 등 유사시에는 쿄토에서 에도에 이르는 일본 열도의 중심부가 막부 옹위세력으로 채워져 반란 세력을 진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바로 이런 목적으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막부는 사무라이를 260년간 배양하고 있었다. 우리는 흔히 무사도라는 것이 일본 전래의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무사 계급 자체가 헤이케平家 이후 공가公家 세력을 분쇄하고 자라 나온 것은 틀림없는데, 이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한 이데올로기는 끊임없이 변화하였다. 특히 에도막부 이후에는 이에야스 스스로가 선택한 유교 이데올로기가 이들 무사계급 정신세계를 지배하였고 우리가 알고 있는.. 2024. 8. 27. 이에야스의 아마겟돈 준비 (4) 동양사에서 왕조의 최후가 장엄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망할 때가 되어 망하다 보니 왕조의 수혜자들도 제 살길 찾아 가버리는 것이 대부분으로, 예외적인 경우도 몇몇 있는데 그 중 유명한 것이 남송의 멸망이다. 우리에게는 남송은 문약하고 진회와 악비의 갈등 등 망할 때가 되어 망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남송의 멸망 과정에서 보여준 당대 사대부들의 움직임은 중국사에서 손꼽는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충신 열사가 등장하여 마지막까지 왕조의 최후와 함께 한 자가 부지기수였다. 일전에 이 블로그에서도 문천상 정기가를 소개한 바 있거니와 송나라 사대부 대접은 중국사에서 각별한 바가 있었는데 왕조의 멸망 과정에서 사대부들로부터 모두 돌려받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각설하고-. 사무라이- 소위 士에 대한 대접이라면.. 2024. 8. 26. 문외한의 바구니 짜는 법에 대한 이야기 필자는 바구니라고는 한 번도 짜 본 적이 없다는 것 미리 알려두고 쓴다. 김단장께서 올린 사진 보면 하나는 이스라엘, 하나는 스페인에서 바구니가 나온 모양으로 이스라엘 바구니는 이와 같은 모양이고, 스페인 바구니는 이와 같은 모양이다. 둘 사이에 짜는 방법이 달라보이지 않는가? 필자 눈에는 분명 그래 보인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 가면 이런 유물이 있다. 기원전 17-15세기 경의 실크로드 주변 출토 바구니다. 이 바구니가 어떻게 생겼는고 하니, 이리 생겼다. 스페인쪽 바구니 짠 기술과 아주 유사해 보이지 않는가? 스페인 바구니가 9500년 전이라니, 위의 실크로드 바구니는 약 3500년 전, 양 자간에는 6000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바구니 짜는 기술은 비슷한 것 같지 않나? 참고로 저 로.. 2024. 8. 25. 이에야스의 아마겟돈 준비 (3) 앞에서 에도막부 설계는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반란, 반막부 최후의 싸움을 대비해 나름 정교하게 기획되었다는 말을 했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 한두 가지 (하타모토, 신판, 후다이 다이묘) 외에도 참근교대参勤交代라던가, 아니면 에도로 들어오는 길마다 설치된 관문(세키쇼), 심지어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길목의 강에는 다리를 못 놓게 한다던가 하는데 이르기까지에도막부는 반란을 효과적으로 진압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비책을 구사하였다. 그 결과가 막부창설 이후 300년 가까이 큰 반란도 없이 유지된 사실로 나타났다. 만약 이에야스 구상대로, 에도 막부의 구상대로 제대로만 돌아간다면, 유사시 반란이 일어난다면 도자마 다이묘가 막부를 배신한다 해도 하타모토, 신판 다이묘, 후다이 다이묘가 끌고 나온 병력 수십만이 쿄.. 2024. 8. 25. 카우보이 정신 vs. 사무라이 정신 우리는 미국인이 우리에게 와서 "카우보이 정신"을 이야기 하면 웃을 것이다. 아니, 카우보이 정신, 뭐 있을 수도 있는데, 총은 카우보이의 상징이자 정신이다라던가, 무사도처럼 카우보이도, 검선일체처럼 총선일체를 이야기 하고 이것이 미국의 정신이라고 하면, 일단 미국인들 자체가 이야기 하면서 웃을 것이고, 우리도 듣고 웃을 것이다. 미국인들의 파이오니어 정신이라는 건 필자도 그들을 만나면서 분명히 있다고 느끼지만그것이 카우보이 정신으로 추앙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왜일까?미국에서 카우보이가 뜬 것은, 웨스턴 무비 때문으로, 우리는 카우보이가 소를 모는 목동에서 일약 정의의 화신으로 뜨는 순간을 직접 영화에서 목도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것이 그렇다. 제국주의 시절 일.. 2024. 8. 25.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33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