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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026

정확하게 일본에 뭘 전해준 건지 모르는 조선 성리학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조선성리학은 일본에 뭔가 전해준 것은 맞다. 그리고 그것도 일본성리학의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도 맞다.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뭘 전해줬는지 우리가 잘 모른다는 게 문제다. 조선은 일본에 성리학을 전해준 것이 아니다. 성리학을 전해줬다는 게 얼마나 웃긴 이야긴가. 임진왜란 전후한 시기는 이미 주회암이 사망한지 4백년 가까이 되는 시기로, 주자의 주가 사서에 찍혀 돌아다니던 때였다. 주자학을 보기 싫어도 사서를 구해 보면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는 시기였다는 말이다. 그러니 일본 쪽에서는 조선이 주자학을 전해 준 것이 아니라는 말도 한다. 그 이전부터 일본은 주자학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일본이야 받는 쪽 입장.. 2024. 1. 16.
당시: 靜夜思 (이백)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 너무 유명한 시라 이 블로그에 새삼 올릴 것도 없지만 지금 아니면 포스팅하기도 어려 울것 같아 올린다. 오늘 같이 추운 날에 술 한잔 데워놓고 읽고 보면 좋은 시인데 달빛인 줄 알았더니 서릿발이고 고개를 들어 달을 한번 보고 고개를 다시 숙이며 고향을 생각한다니 이백 답다. 이 시는 당시삼백수에는 있는데 왠일인지 고문진보에는 없다. 고문진보에는 없는데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시다. 이백 답지 않게 호방하기 보다 깊게 침잠하는 모습인데 필자 짐작에 취하지 않고 맨정신에 쓴 시 아닌가 한다. 2024. 1. 15.
쌀과 잡곡이 별 차이 없는 찐밥 쌀과 잡곡을 찐밥으로 해 먹으면 별 차이가 없다. 둘다 맛이 없기 때문에. 밥을 솥에 넣고 끓여 마지막에 뜸을 들여 만들어 내야 비로소 쌀이 자신이 가진 포텐셜을 백프로 발휘하여 다른 곡식이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곡식으로서 쌀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결국 조리기구가 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번만 쌀과 잡곡을 쪄 먹어 보면 아는데, 정말 둘다 맛이 없다. 아마 솥에 밥을 뜸들여 만들어 처음 먹어 본 사람은 그 쌀밥 맛에 기절할 정도로 놀랐을 것이다. 2024. 1. 15.
이설이 많은 일본사 일본사를 읽다보면 흥미로운 점이 참 이설이 많다는 것이다. 위키만 찾아봐도 그건 금방 알 수 있다. 정설은 뭐라고 하는데 이설이 정말 많다. 이건 이런 설이 있는데 다른 설도 있다 여기는 이렇게 설명이 있는데 다른 데는 또 다르다. 이게 뭐 일본 역사학자들이 사료비판 정신이 투철하고 의고의 기풍이 강해서 그런 게 아니다. 남아 있는 사료들이 분량은 어쨌건 간에 그 성격들이 다 고만고만하다 보니 어떤 사료 하나에 주도권을 안겨주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일급사료, 이급사료 운운으로 사료에 그레이딩까지 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이건 일본적 환경에서 나온 방식으로 한국에서는 이걸 따라 할 필요가 없다. 그쪽에야 고만 고만한 사료들이 바글바글 하니 그런 거고, 한국은 상황이 다르니 이런 부분에 있어 일본.. 2024. 1. 14.
The Rise and "Fall" of the Kingdom The rise and fall 어쩌구 붙은 책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이고 선구적인 것이, The Ris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 그리고 이러한 책을 흉내를 낸 것이, The Rise and Fall of the Third Reich. 이런 책들은 흥망사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사실 잘나가는 놈이 왜 잘나가는가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그게 왜 궁금한가. 잘난 놈이 잘 산다는데. 중요한 것은 왜 잘 나가던 놈이 멸망하는가 하는 것에 있다. 이런 것을 "멸망학"정도로 이름 붙일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느데,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 라는 책도 이름은 다르지만 바로 이러한 멸망학의 한 부류라 할수.. 2024. 1. 14.
망했더라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 유지되었던 시스템 조선시대 후기의 우리나라 시스템은 종국에는 망국으로 간 시스템이다. 그 수백년은 결국 실패의 경로였다고 할 만 할 것이다. 여기서 인문학자들이 할 일은 이 시스템이 좋은 것이었다고 커버쳐주거나, 아니면 이러니까 망했지라고 욕질을 하기 전에,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 시스템이 유지되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냉정히 규명해야 하는 것이겠다. 주변 조건이 열악해지면 그 조건에서 살아 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겠고, 조선후기의 시스템은 바로 그 열악해진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한 결과다. 우리가 앞으로 이러한 사건을 역사상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은 열악한 조건에서 북한처럼 죽네 사네 버티는 게 아니라 그런 조건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라 하겠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한 것 같은데 조..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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