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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023

소위 "독자적" 역법의 신화 (2) 지난 번에 쓴 동아시아 독자적 역법의 신화. 이번에는 일본편이다. 일본은 알다시피 최초로 달력이 소개 된 것이 백제를 통해서였다. 서기 6세기 백제로부터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모든 기술이 패키지로 일본으로 도입될 즈음 "역박사"를 통해 달력이 소개되었으리라 본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달력이 소개되어 쓴다는 것"과 "달력을 이해한다는 것"은 다르다. 사실 달력이 소개되어 쓰기만 해도 그게 잘 맞아 떨어지는 한은 달력을 이해할 필요까지는 없다. 우리는 해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달력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전세계가 동일한 달력을 써도 "독자적 역법"에 대한 고민이라던가 왜 달력이 정월 초하루가 하필이면 저날일까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달력이란 그런 것이다. 일본으로 달력의 도입은 한동안 한.. 2022. 7. 10.
소위 "독자적" 역법의 신화 전통시대에 역법이란 천자가 만들어 책력을 뿌리는 법이라 주변 제후국은 그 역법을 받아 쓰기만 하면 되었다. 거의 신화가 되어버린 이야기 중에는 동아시아에서 역법이란 황제가 만들어 쓰는 것이라 주변 제후국에서는 이를 만들어 쓰지 못했다는 것이 있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고려와 조선이 고유의 책력을 만들려고 하는 시도는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 역법"을 만들려고 한 것이라는 믿음이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어차피 중국에서 받아오는 책력이 잘 맞기만 한다면야 그걸 그냥 쓴들 뭐가 문제일 것이며 그 달력이 싫어서 "독자적 역법"을 만든다고 한들 도대체 잘 맞는 달력을 놔두고 독자적 역법을 따로 또 어떻게 만든다는 말인가? 역사적 실제 상황은 한국 고유의 독자적 역법을 만들고자 했다는 한가한 이데올로기 문.. 2022. 7. 9.
세종이 칠정산을 편찬한 이유 세종이 칠정산을 편찬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세종은 ‘칠정산’의 움직임을 통해 조선의 자연환경에 맞는 날짜와 절기를 알려줌으로써 농업 생산력을 증대시키려 했다. 또한 일식‧월식과 같은 천문현상을 예측하며, 해와 달, 수성, 화성, 목성, 토성, 금성의 운행을 예측하며 천문현상에 대응하고자 했다. 특히, 중국 역법을 수용하여 사용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처음으로 우리나라 독자적인 역법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자, 물론 이것도 맞겠지만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이제 세종실록 칠정산내외편 기록을 보자. 高麗 崔誠之, 從忠宣王, 在元得《授時曆法》,以還本國, 始遵用之。然術者且得其造曆之法, 其日月交食、五星分度等法, 則未之知也。世宗命鄭欽之、鄭招、鄭麟趾等, 推算悉究得其妙, 其所未盡.. 2022. 7. 7.
慶州は母の呼び声 (森崎和江) 필자가 속한 일본어 강독반에서 택한 다음은 森崎和江라는 분이 쓴 "慶州は母の呼び声"라는 책이다. 필자는 해방전 식민지 조선에서 살던 일본인이라는데, 당시 조선에 나와 살던 일본인 시각에서 바라본 식민지 당시의 조선의 모습을 볼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P.S.) 사실 일본인이라도 한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랐다면 본토의 일본인과는 조선에 대한 정서가 달랐을 것이다. 남아프리카의 Afrikaner를 보면 네덜란드에서 이민 온 후 수 세대를 거치면서 완전히 현지화하여 자란 고향에 대한 정서가 강한 것을 보는데 이들이 정치적 불안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를 결코 떠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서 때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람들에게는 남아프리카는 고향이지 외국이 아닌 것이다. 사실 이런 사람들 자신.. 2022. 7. 6.
東海道中膝栗毛 완독 필자가 속한 일본어 강독반에서 올 상반기 교재로 썼던 東海道中膝栗毛를 마침내 완독했다. 이 책. 우선 재미있다. 일본의 만담극을 보는 느낌이다. 일본 만담의 전통이 에도시대 후기까지는 너끈히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완독하고 느끼는 점을 써보면, 1. 에도시대 후기. 일본의 여행의 풍경을 매우 잘 그린 소설이다. 토쿄에서 쿄토까지 걸쳐 있는 도카이도 역참을 따라 여러가지 해프닝을 연재 소설 처럼 그리면서 나가기 때문에 잘 읽힌다. 괜히 에도시대 최고의 베스트 셀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 역사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풍경들이 많이 나온다. 우선 동아시아에서 성병 전파에 결정적이었다고 생각되는 여행길의 숙소와 그 일대의 성매매의 풍경이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일전에 조선시대 일기에서 여행.. 2022. 7. 6.
책의 혁명: 제본과 스크롤 인류문명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국 지식의 역사이다. 인류의 축적된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다음 세대에 물려줄것인가. 이것이야 말로 인류문명사의 정수이다. 어마어마한 건축물, 삐까뻔쩍한 유물도 문명을 대표할 수는 없고 결국 문명을 하나의 사물로 표현하자면 도서관에 쌓인 책 사진 하나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책의 혁명이라고 한다면 여러 단계가 있을 것이다. 문자의 발명도 필요했을 것이고, 필사, 그리고 인쇄술의 발달도 있다. 20세기 들어서 이루어진 전자조판과 인쇄도 그런 책 혁명의 와중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책의 혁명 중 사람들이 소홀하기 쉬운 것이 바로 "제본"이다. 원래 발생 초창기의 책은 어떤 문명권이건 두루마기로 둘둘 감아 보관하는 데서 시작했다. 동양은 죽간이 그렇고.. 2022.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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