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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소위 "독자적" 역법의 신화 (2)

by 초야잠필 2022.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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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쓴 동아시아 독자적 역법의 신화. 이번에는 일본편이다.

일본은 알다시피 최초로 달력이 소개 된 것이 백제를 통해서였다. 서기 6세기 백제로부터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모든 기술이 패키지로 일본으로 도입될 즈음 "역박사"를 통해 달력이 소개되었으리라 본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달력이 소개되어 쓴다는 것"과 "달력을 이해한다는 것"은 다르다.

사실 달력이 소개되어 쓰기만 해도 그게 잘 맞아 떨어지는 한은 달력을 이해할 필요까지는 없다.

우리는 해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달력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전세계가 동일한 달력을 써도 "독자적 역법"에 대한 고민이라던가 왜 달력이 정월 초하루가 하필이면 저날일까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다. 달력이란 그런 것이다.

일본으로 달력의 도입은 한동안 한반도를 통해서 도입되었겠지만, 한국이 삼국통일이 되면서 그만 그 도입이 여의치 않아졌다. 잘 아시다시피 일본이 그 타개책으로 선택한 것은 견당사의 파견이었다.

한반도를 통해서 도입하던 대륙문물을 이제 중국에서 직도입하게 된 것이다. 일본 문화가 한국문화와의 동조현상이 사라지는 것은 사실 이때부터라고 본다.

그런데 서기 8세기인가 9세기인가, 일본에서 견당사도 더이상 보내지 않게 되는 시기가 왔다.

그러면 달력은 수입했을까? 천만에. 일본은 "독자적"으로 당나라시대 선명력을 계속 사용한다.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선명력을 사용하는 시기는 놀랍게도 에도시대까지다. 17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선명력은 폐기되는데 문제는 무려 8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선명력을 줄곧 사용하면서 달력이 천문과 심각하게 안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선명력을 너무 오랫동안 수정없이 사용해서 말년에는 정확한 천문 운행과 비교하여 거의 이틀 정도 날짜 차이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 각지에서는 너무 달력이 맞지를 않으니 눈으로 보정하여 쓰는 "민간 달력"이 나오기 시작했다.

왜 일본의 지배자들은 그 불편을 감수하고 당나라 시대 선명력을 줄창 써 왔을까?

아마도 중국에 굽히고 들어가 달력을 얻어오기 구차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그나마 이용 가능한 것이 선명력 하나인데 그 후 새로 만들어 지는 신품 달력은 봐도 계산도 안 되고 이해도 어렵고 하니 그냥 쓰던 거 계속 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일본에서 마침내 자기들 손으로 달력 계산이 가능해 진 것은 에도시대다.

일본에서 만든 최초의 "독자적 역법"은 貞享暦으로 渋川春海이라는 사람이 완성했고 貞享元年10月29日(1684年12月5日)에 공식적으로 채용되어 길고 긴 엉터리 달력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독자적 문화"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세상 만사가 음과 양,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게 되어 있듯이.

일본이 800년간 엉터리 달력을 쓰다가 1684년에야 비로소 제대로 맞는 달력을 쓰게 된 것도 "독자적 문화의 자랑거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면, 뭐 그것도 나름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P.S.) 정향력도 사실 완전히 독자적인 것은 아니고 그 기본은 수시력이다.

조선시대 세종이 그랬던 것처럼 일본인들도 에도초기 수시력 원리를 이해 못했는데 渋川春海이 수시력을 이해하고 일본의 경도에 맞게 고쳐 찍은 달력이 바로 정향력이다.

정향력은 세종시대 칠정산으로 수시력을 이해하고 한국에 맞게 고쳐쓰기 시작한, 그 정도 수준이었던 셈이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 같지 않은가? 일본 최초의 자작 달력을 완성한 渋川春海이 그린 천문도로 그 저본은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다.

일본의 천문-책력은 에도시대 초기까지도 한반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정향력 기반이 된 수시력 계산법도 임란 이후 일본으로 갔던 조선 통신사 수행원을 통해 渋川春海의 스승에게 전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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