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속한 일본어 강독반에서 올 상반기 교재로 썼던 東海道中膝栗毛를 마침내 완독했다.
이 책. 우선 재미있다.
일본의 만담극을 보는 느낌이다. 일본 만담의 전통이 에도시대 후기까지는 너끈히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완독하고 느끼는 점을 써보면,
1. 에도시대 후기. 일본의 여행의 풍경을 매우 잘 그린 소설이다. 토쿄에서 쿄토까지 걸쳐 있는 도카이도 역참을 따라 여러가지 해프닝을 연재 소설 처럼 그리면서 나가기 때문에 잘 읽힌다. 괜히 에도시대 최고의 베스트 셀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 역사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풍경들이 많이 나온다. 우선 동아시아에서 성병 전파에 결정적이었다고 생각되는 여행길의 숙소와 그 일대의 성매매의 풍경이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일전에 조선시대 일기에서 여행중 18금 사건을 묘사한 "부북일기"라는 책이 큰 화제가 된적이 있는데 부북일기와 도카이도쥬히사쿠리게를 비교해 보면 양국의 성병전파에 관련하여 매우 의미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에도시대는 같은 시기 조선보다 성병 감염률이 매우 높았는데 이 소설에 그려진 풍경을 보면 그럴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한 논문을 조만간 쓰게 될 것 같다.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이다.
3. 도시의 인분처리에 대한 부분도 나온다. 이 부분 역시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교해 볼만하다. 이 역시 필자의 관심사라 아마 논문화 하게 될 것 같음.
이런 학술적인 부분을 떠나서 우선 재미있다. 처음 손에 잡았을 때 부터 끝날때까지 흥미진진하다.
에도시대 후기의 일본의 정경을 정말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아직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도카이도쥬히자쿠리게는 우키요에 "東海道五十三次"에 그려진 순서대로 여행기가 펼쳐진다
필자는 杉本苑子라는 일본 소설가가 번역한 버전을 읽었는데 당시의 맛을 살리자는 뜻에서 그랬는지 고어와 사투리를 많이 섞어 읽어내리기가 썩 쉽지는 않았다. 아마 더 쉽게 현대어역이 된것이 일본책중에 있을 것 같은데 과문하여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정보가 충분치 않다. 좀 더 쉽게 현대어역이 된 일본어판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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