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겪을수록 이런 상념이 짙어지는데,
유럽 웬간한 역사를 갖춘 도시 치고 이렇지 않을 데 있을까마는
저 두 도시, 그리고 이스탄불 정도는 유물 공장이다.
어느 정도로 유물을 찍어내는가?
그냥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잠도 없이 찍어내는 그런 유물 공장 말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러고도 남을 데라고는 하지만, 저들 도시 지하 5미터까지는 유물 금맥이라 해도 손색없겠다.
저런 도시들에서 흔히 만나는 풍광. 중 하나가 적어도 절반은 지하로 들어간 흔적들이니
예컨대 일부 교회를 보면 지붕만 쏙 지상으로 노출된 데가 있으니 그 교회가 딛고 선 지반이 그 교회가 애초 들어선 본래 지형이라
저런 교회는 연원을 따지면 거의 예외없이 동로마 비잔틴 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곧 저 교회가 묻힌 층이 유물 지뢰밭이라는 뜻이다.
그에 비견하는 국내 역사도시도 물론 있다. 경주가 대표적이며 이 점이 현대도시에 가려 제대로 부각하지 않으나 사대문 안 서울이 그렇다.
물론 부여나 풍납토성 일대가 그런 면모를 풍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천년고도 경주는 저들 도시에 내놔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천년이라는 그 힘,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다.
다만 우리가 그런 잠재력을 그렇게 제대로 활용하느냐는 별개 문제다.
항용 내가 지적하듯이 천년 고도 경주에 박물관이 꼴랑 하나라는 사실 믿기는가?
것도 그리된 이유가 국가, 구체로는 문화체육관광부 독점 욕심에서 비롯한다는 이 처참한 현실을?
내가 매양 주장하듯이 지금의 국립경주박물관은 짜개야 한다.
잘게잘게 부수어 짜개야 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거 짜개서 5개 박물관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10군데 이상으로 짜개야 한다.
황남대총 천마총은 별도 박물관으로 독립해야 하며, 황룡사지도 별도로 쪼개야 하고, 안압지도 쪼개서 분가해야 하며, 기타 왕경 유적들도 모조리 짜개야 한다.
짜갤 데가 어디 한 두 군데인가?
다 부수어야 한다.
그 운영주체가 국립이건 공립이건 상관없다.
운영 주체도 왜 꼭 문화부여야 하는가도 물어야 한다.
황룡사지만 해도 박물관 세 개는 필요한 데다.
기타 드글드글한 무덤과 드글드글한 건물터들과 드들드글한 절터들과 이런 데들을 도대체 어찌하려 하는가?
물론 현재 정치력 기준이기는 하나, 경주가 모자라는 것은 저들은 고도이면서 현재도 그 국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스탄불은 물경 천오백만을 헤아리는 세계 최대 도시 중 하나고,
아테네는 다 모아봐야 천만에 지나지 않는 그리스 국민 절반인 500만이 밀집하는 데이고,
로마 역시 400만 대도시라, 이런 데랑 인구 20만인가 지나지 않는 경주가 어찌 어깨를 나란히 하겠느냐마는
그래서 실은 경주가 더 절대로 유리하다.
저들 대도시는 땅 하나 파기가 힘든 인구밀집지역인데 견주어 경주는 희박한 인구만큼 파서 건질 곳이 널부러진 데다.
유물 찍는 공장, 그 공장 가동을 제대로 못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내가 매양 단군 할아버지 원망하지만, 그래도 그 단군 할배 경주만큼은 벌어먹고 살라고 내려주신 땅이다.
우리도 이젠 블록 공장에서 블록 찍어내듯이 경주에서 유물을 찍어낼 때가 되었다.
아니 찍어낸 유물이라도 제대로 활용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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