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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696

"조선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 구한말 검안 자료에 담긴 불쌍한 인생들 구한말 검안 자료에는 대개 살인사건 관련인지라 요즘으로 치자면 강력사건이다. 그리고 남아 있는 자료는 수도권 자료는 별로 없고 전부 지방 깡촌 향촌사회 이야기다. 그 동네에도 양반이 있고 평민이 있고 그렇다. 노비는 이미 구한말 검안 자료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평민들끼리 치고 받거나 아니면 평민과 양반이 치고 받거나 하며종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나오긴 하는데 우리 생각만큼 비굴하기만 한 인생들은 아니다. 이 향촌사회의 콩알 만한 자존심우리는 양반 자손이라고 해 봐야그 양반 자손이나 평민이나 먹고 사는걸 보면 별 차이도 없어 보인다. 가끔 그 향촌사회 누대 양반집도 강력사건에 휘말린 경우도 나오는데 그래봐야 시골양반이라 경화사족의 힘이나 권위에 비하면 택도 없는 인생들이다. 이런 불쌍한 인.. 2025. 12. 22.
족보가 그리는 구한말, 그리고 검안서류 필자의 족보 및 호적 서류 섭렵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검안서류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함인데, 족보가 그리는 당시의 세계관과 실제 검안서류나 역사기록이 보여주는 모습은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구한말의 검안서류에 나오는 조선사회의 모습은 매우 미묘하다. 노비가 어디를 보나 바글바글 한 사회는 더 이상 아니다. 노비 사역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불과 백여 년이 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조선사회가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19세기는 그렇게 우리 역사에 엄청난 시대였다. 단순히 삼정문란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이해에 있어 족보는 호적이나 역사 기록 만큼이나 중요한 정보를 때로는 전해 주지만, 족보만으론 전혀 두 발로 설 수 없다는 데 이 사료의 문제점이 있다 하겠다. 따라.. 2025. 12. 22.
사료로서의 족보 필자의 작업, 조선시대 19세기 말 검안 서류에는 단지 그 당시 검시 자료만 달랑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는 관련자들의 취조 증언이 들어 있어당시의 사회상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 자료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검시자료였지만, 이 검시자료를 이해하려면 당시 정황을 알아야 하니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여기에 이르렀다. 족보는 사실 필자는 보학자도 아니고, 보학 자체에는 별 관심 없다. 그리고 필자는 경험상 족보의 내용, 집안 전승의 내용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이란 묘하게 유리한 쪽으로 비트는 습성이 있어서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족보는 그 족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희망을 반영한다. 단순히 우리 족보는 가짜가 아니다, 라는 것으로 이야기 할 만한 것이 아니다... 2025. 12. 22.
구한말, 조선인은 하나였을까 우리 역사를 보면, 구한말 외세 침략이 시작하면서 조선인은 하나로 그려진다. 일부 친일, 친러파 등을 제외하면 모두 외세에 저항하는 "민중"으로 묘사되는 것이다. 이 "민중"은 일제시대까지도 그대로 "민중"이며해방이후에도 "민중"으로,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고, 이 "민중"에 들어오지 않는 극히 예외적 존재로 "친일파"를 설정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구한말까지의 역사특히 19세기 우리나라 상황을 들여다 보면, 특히 조선시대 남아 있는 호적 200년치를 따라가며 보다 보면 구한말 조선인은 도저히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있을 만큼 균일하지도 않고 단일한 집단도 아니며, 어떤 사건에 대해 일치단결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배경과 사정이 저마다 각각인 복잡 다단한 인구집단이.. 2025. 12. 21.
왜 쥬라기공원은 무너지는가 앞서 주라기공원은 내부에서 발생한 노이즈에 의해 무너진다는 이야기를 했지만그렇다면 이 노이즈는 왜 발생하는가. 주라기공원이 공원 내부의 모든 상황을 통제가능하고 이를 전제로 해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모두 다 알고 파악하고 있으며모든 것을 통제가능하다는 자신감과 현실사이의 괴리가 노이즈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 노이즈는 사실은 불완전한 이론이 현실에 적용되며 완전한 것으로 인식되면서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처음에는 작은 노이즈로 시작하다가점점 진폭이 커져 결국에는 전체 구조물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노이즈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구조물 자체가 완벽하다는 가정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가 되겠다. 구조물의 완전성을 인정하지 않고, 불완전한 데.. 2025. 12. 21.
쥬라기 공원: 시스템을 흔드는 노이즈의 근원 요즘 젊은 이들은 주라기월드라고 알고들 있지만 잊을만 하면 공룡을 들고 나타나는 이 영화 시리즈 기원은 필자 또래가 아직 젊은 시절이었던 때 나왔던 "주라기공원"이 그 기원이다. 주라기공원은 마이클 클라이튼이 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 소설을 읽어보면 영화와는 약간 결을 달리하는 내용이 주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에서는 주라기공원은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산물로 이 공원을 흔드는 것은 인간의 나태함이나 욕망이라는 개별적 요인이 아니라, 주라기공원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구조적 취약성, 이 때문에 공원이 완성되는 그 순간부터 노이즈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결국 그 노이즈가 증폭하여 공원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그 노이즈가 현실에서는 어떤.. 2025.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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