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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191

해외 연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의 경험에만 국한된 것일 수도 있다. 이것만이 답일 리도 없고 그렇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기 바란다. 성공적인 해외 연구를 위한 방법이다. 첫째. 무더기로 몰려가서 현지 사이트 하나를 차고 앉아 발굴하는 방식.이건 요즘 같은 세상에 될 리도 없고 그렇게 하라고 했다면 거긴 별볼 일 없는 곳이다. 요즘은 어느 나라도 외국인이 그렇게 설치게 놔두지도 않는다. 가장 먼저, 현지에서 작업하는 발굴단 크기를 줄여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혼자 들어가 작업하는 것이고, 많아도 세 명을 넘기면 안된다. 한 번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당연히 영어는 되어야 하고. 현지 학자들과 같이 뭔가를 한다고 생각해야지.내가 현지에서 발굴단을 끌고 들어가 작업한다? 이런 건 쌍팔년도도 아니고 100년.. 2025. 7. 16.
나란히 묻힌 남자 둘 무덤 안에 두 명이 나란히 누워 부부나 연인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남자 두 명이더라라는 이 황당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그 사례가 드물지 않다. 물론 같이 묻혔다고 해서 꼭 이 두사람이 동성 연인이 아닐 수도 있다. 발굴 유해에 대한 해석에는 종종 발굴자, 연구자의 개인의 편향이 강하게 투영되는 경우가 있는데이 경우도 그런 부분이 선입견을 만든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렇게 두 명 분 인골이 발견되면 남성과 여성을 구분 못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특히 골반 모양을 보면 피장자 성별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유해가 온전하지 않아 골반이 별로 남아 있지 않거나 골반뼈가 남성과 여성 중간쯤에 애매한 모양일 경우, 이 두 가지가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 DNA를 분.. 2025. 7. 15.
다산과 연려실, 태사공, 그리고 명함첩 다산과 연려실, 태사공이 만약 귀양 가지 않고 평생 초야잠필로 늙어가지 않고 치욕적 거세를 당해 은둔하지 않았다면이 양반들이 과연 그 방대한 저작과 연려실기술, 사기 같은 대작을 남겼을까. 연구와 저작은 절반은 창조, 나머지 절반은 침잠 속에서 결정화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창조가 밝은 부분이라면 침잠 속의 결정화는 박명 속에서 힘들게 이루어진다. 써 놓은 것을 퇴고하는 작업은 아무리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힘겨운 일이다. 자신이 그 일을 좋아하는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학문을 하고 연구를 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혼자서 퇴고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 반드시 따라 온다는 말이다.이 작업을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학에 남아서는 안 된다. 밖으로 떠도는 사람들은 학문으로 절대로 대성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 2025. 7. 15.
[唐詩] 대화탄로對花歎老, 마주한 꽃을 향한 늙음에의 탄식 李達東風亦是無公道萬樹花開人獨老强折花枝揷白頭 白頭不與花相好 해마다 꽃은 피는데 사람만 혼자 늙어가니 억지로 꽃을 꺾어 머리에 꽂아 보지만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뜻의 시다. 오는 노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노화를 막거나 느리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오는 늙음을 받아들이는 담담함이다. 컴퓨터로 작업하다 보니 해마다 글씨가 점점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 글씨는 조금씩 더 키우게 되니 이것도 노화의 한 흐름일진대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억지로 막는 것보다는 침침한 와중에도 글 읽고 쓰는 더 쉬운 방법을 찾는 것이 낫겠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아마도 음성인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 시기가 내게 올지도. AI는 젊은 이들에게도 그렇겠지만 늙어가는 이들에게도 축복이다. *** [편집자주] **.. 2025. 7. 15.
K팝은 되는데 K 학술은 안되는 이유 걸그룹이나 보이그룹, 작곡가, 하다 못해 박진영, 이수만, 양현석, 방시혁이 정권 바뀔 때마다 장관 자리나 기관장 달라고 기웃거리는 거 봤나?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정치와 담을 쌓은 것은 아닐 테고 이리저리 줄은 대겠지만.하지만 아예 장관이나 기관장을 하겠다는 거 하고는 다르지 않겠는가? 정치판에 이리저리 줄을 대는 건 그래도 본업은 이거라는 소리고, 아예 정치판으로 들어가는 건 본업을 팽개치고 권력을 쫒는다는 건데, 그게 K 팝은 되는데 K 학술은 안 되는 이유다. 하다 못해 후진국 교수들도 하던 거 때려치고 장관하러 간다는 자는 정말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속물 근성 버리기 전에는 우리나라 학계는 삼류 못 벗어난다. 2025. 7. 15.
말로만 지식 노동자, 돌팔이 천국 이건 소위 말하는 진보적, 혹은 레프트 쪽의 경우에 더 많이 쓰는 용어라고 보는데, 대학교원을 스스로 지식 노동자로 칭하는 경우를 본다. 이에 대해 스스로 폄하하는 것이라고 이 표현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개 우파적 경향의 사람들이 그렇다)필자는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지식 노동자라면 그래도 지식을 생산하거나 팔거나 해야지왜 지식노동자라라고 하면서 약을 팔러 다니냐 이거다. 한국대학가가 정말 말 그대로 대학 교원이 지식 노동자로 가득 차 있었으면 진작에 우리나라는 노벨상 수십 개는 나왔다. 2025.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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