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임시공무원 김종대가 계약만료로 관장 자리에서 해촉되고선 여직 수장을 찾지 못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이 관장 궐위 사태를 틈타 볼 만한 소장품 조사보고서를 발간했으니 《책가도·문방도》가 그것이라,
그네가 이르기를 이 자료집에는 민박이 그간 수집한 유물 중에서도 책 혹은 서재를 소재로 삼은 회화인 책가도冊架圖 혹은 문방도文房圖 중에서도 책가도 4점과 문방도 23점으로 구성하는 총 27점을 선별하고 그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개중 17건에 대해서는 안료 분석도 실시한 모양이라, 그 결과치로 볼 수 있대니 볼 만하지 않겠는가?
김윤정과 민길홍 두 사람이 피땀 흘리며 고생한 결과치라 한다. 민길홍? 국박 있던 그 민길홍인가?
더구나 그 묵직한 보고서는 발간과 더불어 국민세금으로 이룩한 성과라 해서 무료로 아무나 맘대로 이용하라고 원문을 공개한다니 무거분 책이 부담스런 사람들한테 요긴함이야 일러 무얼하겠는가.
이 자료집이 민박으로서는 2005년 《민화와 장식 병풍》 이후 18년 만에 발간하는 소장회화 자료집이라는데, 이런 사업들은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번 조사 성과를 크게 두 방향으로 정리하려 했다는데 첫째 책가도·문방도를 도판과 함께 소개하면서 한국 회화사 흐름 에 이들 그림이 어떤 위치를 점거하는지를 살피는 챕터가 있고,
이어 책가도 기원과 형식, 용도를 정리하는 한편 민박 소장 작품의 종류와 특징을 분석한 챕터가 그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책가도는 뭐고 문방도는 무엇인가?
용어 정리에 들어가 흔히 같은 개념으로 혼용하는 두 용어를 굳이 구별하고자 했다는데 이르기를 책과 기물을 분산해 그린 쪽을 문방도, 소형 가구와 서책과 기물을 함께 그린 것을 문방도로 나누고자 했다 한다. 이건 뭐 굳이 내가 따를 필요는 없다.
문방도 또한 다시 소재와 형식에 따라 책과 기물을 분산하여 그린 것과 소형 가구와 서책과 기물을 함께 그린 것, 문방도와 다른 화목을 함께 그린 것 따위로 농갔다 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민박 소장 <책가도 8폭 병풍>(민속99417)을 유사 사례와 비교 분석을 시도한 모양이라, 그 결과 민박품이 조선식으로 변용한 투시법을 적용한 사례임을 밝혀냈다고 대서특필하고자 했다.
덧붙여 책가도에 자주 등장하는 서랍과 문갑 표현, 책가도 속 도장도 주시했다고 한다.
이런 책가도 문방도는 작자가 안 보이는 일이 대부분이거니와, 그럼에도 이형록李亨祿(1808~1883년) 같은 이가 그렸다는 증거가 명확한 작품도 있다.
그의 작품을 분석함으로써 궁중 화원이 그리는 문방도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도 짚어보고자 했다 한다.
내친 김에 문방도에 보이는 규표, 책과 안경, 그림 속 그림, 편지봉투에 적힌 정보 등을 통해 문방도에서 어떤 시대 탐사가가 가능한지 그 사례를 증명하고자 했댄다.
조선 임금 중 정조正祖는 어좌 뒤에다가 책가도를 둘러쳤다는데 개똥폼 잡는 구실로서의 책가도를 본다.
책가도 문방도가 증언하는 시대 풍조를 나는 결국 개똥폼으로 정의하거니와, 책가도 문방도를 걸었다 해서 그걸 건 사람이 책에 혹닉한 책벌레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 저걸 장식하는가?
공부 안 하는 놈일수록 저런 개똥폼을 내고자 하는 욕망이 더욱 들끓기 마련이라, 집안 내력이라고는 변변찮은 족보도 없는 사람들이 떼돈 벌어 재벌되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장대한 제사 창설과 유교집안 유풍 확립이라는 사실을 견주어 보면 딱 그에 부합한다.
나는 이런 심리를 허영하다라는 말로 적취하거니와, 모든 인간은 허용하고픈 욕망이 드글드글한다. 책가도 문방도는 딱 그 심리의 발현이다.
더구나 그 책가도 문방도 소재를 보면 강렬한 고고학 열망이 드러나는데, 고동기古銅器, 도자기가 자주 등장하는 까닭도 인간 본능에 잠재하는 까닭이지 그가 고고학도라서이겠는가?
이 열풍은 실은 직접 연원이 송풍宋風이다. 그 송풍이 느닷없이 조선후기에 조금 더 강해진 데 지나지 않는다.
이번 보고서는 보나마나 내가 하는 이런 말을 쏙 빼먹고 엉뚱하고도 근엄한 소리만 늘여놨을 것 같은데, 이것이야말로 책가도 문방도를 보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보도자료 보니 정조가 대표하는 조선후기 문화가 저와 같은 문화, 곧 문방청완文房淸婉을 낳았다 설레발을 친 모양인데, 주로 조선시대 한문학도들 주장이 그와 같지만 천만에. 헛다리 짚은 데 지나지 않는다.
역사를 통괄해서 봐야지 조선후기만 똑 떼어놓고 보면 저런 식으로 환영이 보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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