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
•2019.12.11.-2020.3.1.
페이스북 친구들이 고궁박물관 전시를 보고 올린 사진들을 보면서 ‘꼭 가야지, 꼭 가서 봐야지.’ 벼르고 벼르다 마침 오늘 쉬는날이어 냉큼 다녀왔다.
입구부터 빨간색 참 좋아요.
언제부터인가 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시을 할 때 마다 배경색을 과감하게 사용한다. 저번 <문예군주를 꿈꾼 왕세자, 효명> 전시도 그랬고,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전시도 그랬다. 개인적으로 유물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색 덕분에 전시 보는 게 더욱 재밌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짜잔...!
심양 고궁을 영상으로 만난다.
나에게 청나라는 ‘청나라’ 글자로만 배우던 고등학교 때 한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나라다. 북방 여진족을 통합하고, 후금을 세우고 후에 ‘청’으로 나라 이름을 바꾼 나라. 1636년 병자호란을 일으켜 인조에게 삼전도 굴욕을 안겨준 나라. 이 정도다. 책으로만 배운 한 나라의 황실 문화를 볼 수 있다니, 전시를 보기 전 부터 두근두근이었다.
청나라 황실 의복은 참 기능적이다.
북방 말 타던 문화이기에 옷 여밈이 야무지고, 소맷자락이 좁다는 점이 특징인 듯하다. 바람을 가르며 말을 타고 다녀야하는데, 펄럭펄럭 소맷자락이 가당키나 할까. 매서운 바람과 추위를 막고자 목도 소매도 좁게 만들었고, 바람이 숭숭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위해 여밈도 단단히, 모자도 털 달아 따듯하게, 신발도 가죽으로 목이 길게 만들었다.
이러한 최적 기능을 갖춘 의복에 청나라 황실만의 품격과 화려함을 담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몽골 전통 의상과 매우 비슷하다. 겉옷인 델(Deel)과 모자 말가이(Malgai), 긴 장화 모양 신발인 고탈(Gutal) 등 그 지역 기후에 맞게 최적으로 디자인한 의복이기에 형태만 조금씩 변하고 그대로 내려왔다 보다.
여성의 복식 또한 그렇다. 참 기능적이고, 안은 화려하다.
의복 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던 붓걸이며, 찬합이며, 화병이며 명나라와는 또 다른 청나라 만의 색을 보여준다. 우리 조선의 황실문화와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전시를 볼 때,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기능적인 부분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지금도 그때도 사람이 살았고, 그 사람이 사용하던 물건이기에 분명 최적의 기능을 고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만의 시대만의 아름다움을 발현했을 것이다.
언젠가 나에게 디자인은 'form'과 'function'이라고 말해준 분이 있다. 이 말은 내가 물건을 볼 때 디자인된 물건인지 그저 예술작품인지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이렇게 유물을 볼 때 한번쯤 기능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말이 되기도 한다.
이번 고궁박물관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눈으로 청나라 황실을 느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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